안 되는 건 없다

다만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일 뿐

by 박지희


"올리브영 채널을 운영하며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1월 1일 새해 첫 강남 팝업을 준비하던 그 열흘간의 기록을 꺼낸다.

정확히 말하면, 오픈 직전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폭풍 전야'의 시간들이다.



내부의 고집과 채널의 속성, 그 팽팽한 줄다리기

올리브영이라는 거대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공들인 기획이 엎어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대개는 내부의 지향점과 채널의 속성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당시 우리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남 팝업의 비주얼을 책임지던 내부 CD(Creative Director)님의 확고한 방향성과 올리브영 측의 요구사항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디자인 시안 컨펌이 나지 않은 채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고, 설치를 불과 1주 반 앞둔 시점에야 겨우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데드라인이었다.



히어로 업체를 만나고, 판을 다시 짜다

그때부터는 1분 1초가 전략적 결정의 연속이었다. 나는 즉시 '판'을 다시 짰다.

가장 먼저 메인 핸들러를 우리 팀으로 변경하여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고, 실행 파트너사를 올리브영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업체로 즉각 교체했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새롭게 손을 잡은 파트너사는 단 3일 만에 복잡한 시안을 완성해 냈고, 남은 1주 반 동안 자재 세팅까지 마쳐주었다. 업계 사람들은 안다. 시안 3일, 자재 세팅 1주 반이라는 일정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실력 있는 '히어로 업체'를 적재적소에 매칭하는 것 또한 전략 설계자의 중요한 역량임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제야의 종소리 대신 현장의 소음을 택하다

자재가 준비되는 동안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팝업 컨셉에 맞춘 프로그램과 이벤트, 마케팅 플랜을 동시에 셋업 했다.


12월 31일.

세상 사람들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축복할 때, 나는 차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현장을 지켰다. 1월 1일 오픈 직전까지 현장의 공기를 함께 마시며 마지막 디테일을 점검했다. 그리고 마침내 새해 첫 아침, 강남 한복판에서 팝업의 문이 열렸을 때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변수는 많지만, 안 되는 건 없다

이 경험은 내 뇌리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안 되는 건 진짜 없구나." 올리브영은 변수가 참 많은 채널이다. 하지만 그 변수가 많은 이유는 명확하다. 채널과 브랜드, 그리고 고객 모두가 '더 나은 결과'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략 설계 파트너의 역할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 당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연하게 풀어내어 결국 '오픈'이라는 실체를 만들어내는 힘에 있다.


척박한 일정과 상황 속에서도 결국 성과라는 꽃을 피워내는 것. 그것이 올리브영이라는 생태계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승리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