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23시간인 썸머타임 첫 날

3월 마지막 일요일, 유럽의 썸머타임이 시작하는 날

by 조희진

3월 마지막 일요일. 썸머타임이 시작하는 날은 하루가 23시간이다. 새벽 2시에서 바로 새벽 4시가된다. 반대로 10월 마지막 일요일은 썸머타임이 끝나는 날이다. 새벽 3시가 두번 반복되며 하루가 25시간인 날이다. 하루의 시간이 한시간 앞당겨 지는 일은 생각보타 별거 없지만 은근 한시간의 시차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24시간에 맞추어진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예민하고 정직하다. 평소보다 한시간 늦게 배고프고 한시간 늦게 졸립다.


어제까지는 저녁 6시 30분쯤 되면 어둑어둑해졌는데 오늘 부터는 한시간 더 밝다. 저녁 7시 30분쯤 되니 그제서야 해가 넘어간다. 비록 어제는 23시간으로 한시간을 잃어버린듯 했지만 썸머타임이 적용 된 첫 주는 해가 길어진 덕분에 하루가 길어진 기분이다. 이제부터 6월 중순까지는 매일매일 해가 길어지겠지. 초여름인 6월 중순의 베를린은 밤 9시까지 대낮처럼 밝다. 대여섯시에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퇴근후에도 서너시간은 더 낮의 햇살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니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저녁 9시-10시까지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잔씩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간 겨울동안 회색 하늘 바라보며 집에만 있던 4개월의 시간을 보상받는 셈이다.


베를린의 해는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어난다. 12월 동지에는 오후 4시면 깜깜하고 6월 하지에는 밤 10시까지 환하다. 6개월간의 해의 길이가 6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매일매일 해가 짧아지고 길어지는것이 몸소 느껴진다. 나는 늘 내 자신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씨가 너무 변화무쌍하니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살다보니 내 기분이 쫒기에는 어려울만큼 날씨의 변덕이 심한 동네에 와있었고 오히려 어떤 날씨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적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기분의 업다운의 원인에 날씨탓을 할 수 있었던것도 어느정도 온화한 곳에서나 가능했던 것이다.


썸머타임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바깥날씨는 여전히 차갑다. 그래도 간간히 느껴지는 봄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겨울에는 아침에 그렇게 못일어나겠더니 이제는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쯤 기가 막히게 눈이 떠진다. 어제는 심지어 오전 7시반에 우유와 요거트를 사러 수퍼마켓에 다녀왔을 정도이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해도 한창 잠에서 깨지도 못했을 시간인데 말이지. 만사가 귀찮던 어둠의 겨울이 지나니 에너지가 살아나고 덩달아 식욕도 올라 살도 포동포동하게 차오르는 것이 현재 나의 작은 이슈이긴 하지만. 기운없고 축 쳐진 가벼운 몸보다는 생동감있는 통통한몸이 훨씬 정신건강에 좋다며 합리화하고 당분간은 이 차오르는 에너지를 좀 즐겨야겠다.




화, 금 연재
이전 20화베를린, 언제까지 이곳에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