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쟁생활 : 나의 팔로워십, 양인가? 염소인가?
3년 전 어느 날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 보니 함께 일했던 후배였다.
“선배, 헤드헌팅 하지? 브랜드전략팀에 인력 추천해 주면 안 될까? 아, 정말 몇 개월 째인지 모르겠다니까. 5개월 이상 아무리 면접을 봐도 찾을수가 없어.”
후배의 브랜드전략팀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을 했다. 부탁한 후배의 성향을 정확히 알았고, 인력의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이봐, 후배님, 이런 인재가 어디 있어? 양심이 좀 있어 봐라” 솔직히 인력의 조건보다 후배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게 문제였다.
“아~ 선배~~~! 나 진짜진지하다고. 사람이 몇 개월 째 채용이 안 되니까 나 맨날 야근에 힘들다 진짜. 부탁해 제발!”
그렇게 한 기업의 인재를 찾기 시작되었다. 매출 약 8천억원, 600여명의 직원에 신입 연봉이 3500만원 이상 되는 기업이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조건의 회사였기에 채용 프로세스도 꽤나 공을 들여야 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을 5명 정도 추천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 성격에 누가 맘에 들까 싶었지만한 번 시작했고, 좋은 인재를 추천하고 싶었다. 후배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파트너십을 잘 이루면 좋은 일터라는 확신이 내게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사회에서 만난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나의 추천인이자, 사회에서 만난 후배였다. 필자가 인력 추천할 때 하나의 원칙이 있는데, 지인을 또 다른 지인에게 소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내 후배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녀의 성향과 강점을 봤을 때, 후배와 퍼즐처럼 잘 맞는 사이가 될 것 같았다. 추천을 마치고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네가 말한 조건은 아니야. 홍보 경력이긴 한데, 한 번 일해봐. 면접 보면서 여러가지 테스트하면 되니까 꼭 직접보면 좋겠다. 이력서에서 보여지지 않는 면이 있어. 너와 잘 맞는 인재이니 후회하지 않을 거야. 너가 일 벌리면, 센스있고 똑 부러지게 마무리할 스타일이고, 가장 중요한 것! 네 성격을 그만큼 시원시원하게 맞춰 주는 사람 내가 보기엔 없을 테니 후회하지 말고, 실무진 면접은 통과시켜봐. 임원진 면접에서 어찌 될 지 모르니까.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 같은 여장군이다.”
이후 그녀는 실무진 면접을 합격했고, 임원의 만장일치로 합격했다. 그녀는 3년 간 그곳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일하다가 지금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 그녀다운 결정이었다.
그녀 이야기를 한 것은 그녀의 팔로워십이 참 뛰어나기 때문이다. 처음 후배와 일의 코드가 맞지 않았지만, 3년 이후에는 그 누구보다 멋진 동료가 되었다. 그 까다로운 후배 녀석을 멋지게 서포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가 들어도 후배가 그런 면이 있나 싶을 정도였지만, 그녀의 팔로워십 덕분에 후배는 만족스러워 했고, 떠나는 그녀를 아쉬워 하면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양과 염소는 차이가 있는데 이 둘의 차이가 팔로워십을 명확히 설명한다. 양은 목동이 앞서서 인도하면 따라온다. 그러나 염소는 목동이 앞서 가면 절대로 뒤를 따르지 않고, 목동보다 앞서 나간다. 이 둘 중에 누가 진정한 팔로워십일까? 이미 짐작하겠지만, 양이 팔로워십이다. 팔로워는 리더의 뒤를 따라는 것이다. 뒤를 따르고 싶지 않다면 팔로워를 하면 안된다. 그게 팔로워와 리더의 관계다. 설령 리더의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되면 설명을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도 설득이 안되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 결정은 리더의 몫이다. 억울하면 본인이 리더의 길을 걸어야 한다. 결정이 리더의 몫인 이유는 권한과 책임이 리더에게 있기 때문이다. 결정할 권한과 그 결정에 대한 책임 또한 리더가 져야한다. 제갈공명과 같은 팔로워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리더의 판단이 틀린 경우도 있다. 리더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갈공명과 같은 팔로워가 필요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 팔로워는 리더의 결정이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야 한다. 그것이 팔로워십의 최선이다.
그런데 많은 팔로워들이 염소가 되고자 한다. 리더의 결정이 답답할 수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회사라는 배가 침몰하면 어쩌나 싶어 설득을 해봐도 도통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팔로워는 리더의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염소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임과 권한이 리더에게 있다는 명백한 이유 때문이다. 만약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리더가 직원에게 떠넘긴다면, 미련없이 그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좋은 리더가 되도록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리더는 훌륭한 팔로워를 두어야 하며, 팔로워 또한 지혜로운 리더 밑에 있어야 행복하다. 물론 이러한 관계가 쉽지 않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그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그래야 만족스러운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리더에게도 실수를 통해 배워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동안 팔로워도 리더를 설득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리더십은 팔로워십과 함께 할 때 빛을 발한다. 팔로워십이 리더십만큼 중요한 이유다. 팔로워십은 리더의허드렛일을 하는 머슴이 아니다. 제갈공명과 같은 명석한 두뇌와 판단 능력으로 리더보다 탁월한 제안을 할 때, 그제서야 진정한 팔로워십을 갖춘 것이다. 그 경지에 이르렀을 때, 그 누구보다 멋진 리더십의 기본기를 닦은 것이다. 그런 후에 리더가 되면, 팔로워를 이해하고 리더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분별할 줄 안다. 그리고 리더가 갖춰야 할 분명한 덕목을 위해 정진할 수 있다. 그래서 팔로워는 리더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그 위치를 지킬 때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가 되면 그 때 또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CB-HAN HEE JIN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무단배포 및 복제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