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브랜딩 13

직장생활 : 연봉이 연명인가요?

by HeeJin Han

신입사원 지원자들을 보면 연봉에 대한 눈이 의외로 높다. 연봉 3500만원은 당연하고, 6000만원 정도는 되어야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장 최상의 연봉을 괜찮다고 생각하니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난감하다. 물론 같은 출발선에서 연봉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연봉이 커리어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신입사원 시절, 연봉이 1500만원이었다. 물론 그 시절을 지금 이야기하면 우습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1800만원~2000만원이 초봉인 대졸자들이 꽤 있다. 그런데 대졸자들이 처음 회사에 와서 기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배우는 게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말은 정말 듣기 싫겠지만 돈 받고 교육 받는 곳이 회사다.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KBS2에서 기자들과 함께 일하던 때 팀장님이 내게 이런 말씀을 했다. 그 당시 앵커였던 그분이 한 말이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을 보면 적잖게 인상적이었다.


“희진아, KBS에서 기자로 일하는 동안 직원이 회사에 기여할 때까지 회사는 얼마의 시간을 기다리는 줄 아니?


“……..”


그 당시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일한 경력이라고 해봐야 1년이 조금 넘었기 때문에 내 대답은 묵묵부답이었다.


“10년이란다. 10년을 회사는 직원에게 시간을 들여서 월급을 주고 기다리는 것이지. 10년동안 실력을 갈고 닦아서 KBS에 기여할 인재를 찾는 거야.”


10년이다. 10년을 일하고 깨지고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면 그 이후에 비로소 직원이 회사에 기여할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그래서사실 10년간의 연봉은 회사의 투자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회사는 그만큼 손해다. 인력을 성장시켜서 다른 곳에 기여하도록 자금을 낭비한 셈이다.


‘나도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무슨 말이냐!’라고 반문할 것이다. 맞다. 회사를 위해 밤을 새기도 하고 회의도 했고 아웃풋도 냈다. 그런데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을 혼자 하지 않았고, 그 수많은 의견과 피드백이 바로 10년 이상의 선배들의 리드를 통해서 이뤄진다. 모든 회사가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막상 홀홀 단신으로 회사를 차려보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아무리 배울 것 없는 선배라 하더라도 아무리 나보다 연차가 낮은 후배라 할지라도 정말 하나도 배울 점이 없는 사람은 결단코 없다. 나 혼자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라는 단체는 적어도 10년간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물론 이를 이용해서 회사가 직원을 사용해서는 안 되지만, 연봉이라는 관점에서 회사는 직원에게 10년간은 적어도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엔 더 많은 것을 회사에 돌려주는 직원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은 연봉으로 과연 시작해도 될까?를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연봉이 평생 1800만원이면 어쩌나!’하는 염려는 먼저 접어 두어도 괜찮다. 선배들이 ‘첫 스타트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헤드헌터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너무 높은 연봉은 이직하기가 여간 어렵다. 한번 올라간 연봉은 내려오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운신의 폭이 좁고 커리어를 생각하기 보다 연봉에 집착하기 쉽다. 사람의 당연한 심리다. 그래서 낮은 연봉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의 커리어를 잘 쌓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후 훗날 연봉이 자연스럽게 오른다. 스스로가 단단해지면 그 단단함을 다른 사람도 알아 봐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직 시 그 회사의 연봉 테이블에 맞춰서 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 평생 나만의 커리어 브랜딩을 하려면 내가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그 길이 내 길과 맞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같은 말을 계속하는 것 같지만 그게 사실이다. 돈에 묶이면 그 다음에는 답이 없다. 물론 돈도 많이 주고 커리어도 쌓을 수 있는 곳을 갈 수 있는데 굳이 낮은 연봉을 택하라는 말이 아니다. 연봉과 나의 커리어 가운데 신입사원이 선택할 곳은 커리어에 맞는 직장인 것이다.


평생 직장은 이제 없다.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봉이 연명인가요?’라는 것에 몰입하여 소탐대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을 찾으라는 말은 바로 연봉에 몰입하지 말라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몇 년간 언론사 준비를 하고 들어간 KBS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나온 선배들이 꽤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남들이 좋아 보이는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하는 그곳이 거창한 보장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과감히 선택한 것에는 평생 일을 하되 즐겁고 신나게 하고 싶었기 때문도 있었다. 물론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처자식 때문에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건 연봉이 아닌 나만의 연혁을 쓰기 위한 용기 때문이었다. 나만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남들이 흉내 낼 수도 없다. 나만의 커리어 무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연봉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0년이 지나도 연봉이 그대로라면 그때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나의 선택인지, 업계의 현실인지, 넥스트의 계획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고, 진지하게 내가 어느 길로 갈 것인가를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평생 이 연봉으로 살 거라는 생각보다 오늘이 내일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 커리어에 플러스가 된다.


12살부터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아이가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음악을 택했다. 음악을 한다고 바로 돈이 벌리지 않기 때문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지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어차피 나중에 잘 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었다. 작곡도 하면서 가수를 하는 그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는 도끼다. 정말 놀라울 만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된 것이 축복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있었다. 돈을 먼저 보고 나의 재능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당장의 컨테이너 생활에 굴하지 않고 조금 큰 그림을 그리면서 그의 길을 걸었기에 지금의 도끼가 될 수 있었다.


100평이 넘는 아파트에 고가의 수입 자동차를 몇 대나 보유하고 있는 그의 부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물론 수만명의 음악 재능인 가운데 그 정도의 부를 축척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히긴 하지만 그가 만약 눈앞의 돈을 생각했다면, 지금의 도끼는 없었다.


나의 재능을 먼저 발견하는것, 그래서 돈은 뒤에 따라오는 것이 될 때 평생의 직업이 된다. 그래야 나만의 커리어 역사를 쓸 수 있다. 남들이 인정할 만한 이야기를 말이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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