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브랜딩 2

직장생활 : 내가 대표니? 네가 대표지!

by HeeJin Han


신입사원 3개월 째. 왠지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젠 일이 먼지 알 것 같다. 의욕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때는 알지 못했던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물론 연차마다 생기는 딜레마는 다르다. 그런데 결국 귀결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바로 이것.


“내가 대표니? 네가 대표지!”


무슨 말일까?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업무에 관심이 생긴다. 그나마 3개월이면, ‘내가 잘 모르나?’하며 다시 업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3년이 지나면, 슬슬 지겹기도 하고 너무 익숙해져서 내가 제일 잘할 것 같은 자신감 충만의 상태가 찾아온다. 그러면 내 위에 사람 없고 내 아래 사람 없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도 그렇지 않은가! 3년 차가 되었을 때, 운전을 가장 조심하라고 한다. 그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3년차 누구나 슬럼프 혹은 지루함에 따른 변화의 욕구가 찾아온다. 새로운 즐거움이라는 미명 하에 열정을 밑거름 삼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일을 회사가 인정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생각처럼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대기업일수록 더하다. 가끔은 여기가 대기업이 맞나 싶을 만큼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일의 프로세스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면서 3년을 지냈는데, 이젠 참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자신의 결정'을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매우 좋은 자세다. 다만 그 설득에는 비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내 의견이 채택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수많은 의사결정 구조를 거치면서 정말 내가 의도 했던 기획은 산으로 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하다 보면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시기가 온다. 급기야 이직을 결심한다. ‘이런 곳에서 일 못 하겠다!’하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구직 사이트를 기웃거린다. 그런데 이직해보라. 비슷하다. 가끔은 이직했더니 속된 말로 ‘똥 밟았네’라고 말하는 후배도 봤다. 물론 연봉은 올랐고 정시 퇴근이라는 꿈의 라이프를 즐기고 있지만, 내 의견을 관철시켜서 설득한 후, 멋진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야심에 찬 꿈은 입사 후 3개월만에 내려놓았다.


매우 드물게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으로 자신의 밥줄을 내놓을 각오로 ‘이 프로젝트를 내 의견대로 성사시켜보겠다’고 해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기억할지 모르겠지만, TTL광고가 그랬다. 필자가 기자였을 당시, TTL 광고가 만들어진 히스토리를 들었다. 광고대행사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한 클라이언트는 그 의견에 동의했고, 대표까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패하면 책임지고 퇴사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한 다음에 TTL의 첫 광고, 광고계를 뒤 흔든 결과로 이어졌다. 그만큼 설득은 자신이 목숨(?)을 걸어야 성공의 가능성이 열린다.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직장인이 자신의 자리를 내놓고 상사를 설득할 만큼의 열정을 가졌는가? 많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고, 그래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설득은 어려운 길이다.


그러다 보니 설득하다가 포기를 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지 머. ‘내가 대표니? 네가 대표지!’라는 생각은 내가 결정권자니? 네가 결정권자지라는 말이다. 나에게 결정권은 없다. 제안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의 몫은 늘 상사다. 결국엔 대표가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내 일을 내가 의사결정 하고 싶은 함정에 빠진다. 회사에서는 그것이 오류가 된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내가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는 것과 내 일이라는 것은 다르다. 회사 일은 회사 일이다. 내가 결정할 수 없고, 상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수많은 반복의 과정을 통해서 탄생하는 합작품이다. 그래서 절대로 나의 의사결정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다만 설득을 지혜롭게 해야 한다. 자료 조사, 공부, 논리력과 창의력을 겸비해서 내 주장을 설득시키는 과정을 경험하면 그것은 나의 지식이자 경험이 된다. 설령 내 제안이 채택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괜찮다. 그 과정 속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입사원일수록 질문을 할 수록 좋다. 그러면 상대방의 의도를 좀더 빨리 알 수 있다. 그러면 그에 맞는 설득과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력이 쌓이면 질문은 줄어든다.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1~2년차에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내 생각대로 하다 가는 야근은 늘 내 몫이다. 물어보면 쉽게 갈 일을 돌아 돌아간다. 물론 그런 경험을 해도 된다. 모든 경험이 버릴 것이 없다지만, 이왕이면 지혜롭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저녁 시간은 나의 발전이나 관계 형성을 위해 남겨 놓아도 좋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한다면 해야 하지만 말이다.


잊지 말자. 나는 최고결정권을 가진 대표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결정하고 싶으면, 나가서 창업하며 된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누구 밑에서 일하기가 어렵다. 회사에서는 회사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돌아간다. 회사에서 나의 룰을 세우겠다고 고집하기 않기를, 그래서 어려운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한다. ‘회사 생활이 재미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다.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설득을 하지 말라는 것도, 기계처럼 일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기 주도성을 갖고 일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환영 받을 태도다. 다만 선을 넘지 말라는 의미다. 선을 넘지 않되, 상사를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해보라. 분명히 도움이 된다. 상사마다 유형이 다르고, 포인트가 다르다. 나의 의견을 채택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그게 언제인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시도해봐라.


설득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설득이 없는 곳이 없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설득은 시작된다. 점심메뉴를 원하는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도 설득은 필요하다. 회사는 설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귀를 닫는 상사를 만나면 어떠한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 동안 나는 성장해 있다. 그 사람이 아니라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 그러면 된 거다. 그 실력은 내가 대표가 되었을 때 펼치면 된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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