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 나 이대 나온 여자니?
야근을 앞두고 김밥 한줄과 라볶이를 싹싹 비운 친구가 말했다.
“희진, 누가 유학 간다고 하거든, 나는 말릴 거다. 그 돈 차곡차곡 모아 시집가라고 할 거야.”
그녀는 이대 출신에 남들이부러워하는 NYU를 졸업한 인재다.
“왜~! 그래도 유학 가서 캠퍼스의 낭만을 누려 봤잖아. 남들은 못 가서 난리다.”
그녀가 내게 이런 말을 한데는 이유가 있다. 연구원과 공사를 다니며 그녀만의 커리어를 쌓았고, 앞으로 그녀는 분명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만큼의 커리어를 쌓았다. 그녀가 말하고 싶던 것은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나 그렇지 않는 사람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차이가 없다는 데, 순간 푸념을 한것이다.
그 친구가 NYU를 들어가기 위해 그 당시 얼마나 기도를 했던가? 자신이 목회사역을 하러 뉴욕에 온 건 아닌지를 의심할 만큼 매일 교회로 향하며 주님께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했던 그 간절함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언젠가 자신의 학벌이 쓰여지는 날이 오지 않겠냐며 해피엔딩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커리어를 쌓다 보면 1년만에 대학원으로 향하는 사람, 석박사로 공부만 하는 사람, 일하다가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석사를 하는 사람 등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길 중 어느 길이 옳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한 방향을 알고 가야 한다. 무작정 대학원을 가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라고 많은 책에서 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학벌이 내 실력을 증명해 준다고 평생 나의 길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학벌은 세상에 나와서 과거의 성실성을 증명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때부터 시작이다. 물론 후광효과는 있다. 서울대생이 실수 하면 똑똑한 사람이 왜 그랬을까?라며 넘기는 경우도 있다. 지방대생이 실수하면 ‘그럼 그렇지’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그건 내 실력 탓이 아니다. 과거를 현재까지 이어서 바라보는 그 사람의 그릇이다. 이것에 좌지우지 되어 학벌을 쌓겠다고 수억 원의 돈을 들여 유학을 갈 필요는 없다. 목적이 있으면 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발 그런 시간낭비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도 30대 초반까지도 유학의 꿈이 있었다. 유학은 못 가더라도 어학연수는 가야겠다는 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행을 선택했다. 그 당시 목적은 학벌이 아니라 언어였다. 평생 내가 영어에 발목이 잡혀서 살고 싶지 않아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남들이 어학연수 가면 놀다 온다고, 5%만 성공하고 돌아온다는 조언이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에서 최선을 다해 영어를 공부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도 배우고 이때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공부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갔다. 그리고 뉴욕에 가서 내가 반드시 영어 공포증을 없애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있었지만 다행이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5개월만에 영어가 급성장을 했다. 그때 필자의 토익 점수는 500점이었다. 대학을 어떻게 들어갔는지 의심이 들만큼의 영어 수준이었다. 영어 때문에 대학의 등급이 훅 떨어졌으니 말 다했다. 수업에 들어 가면 선생님은 말하지만 나는 들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랬으니 말을 했을 리도 없다. 그런 내가 5개월 만에 GMAT 코스의 예일대 출신의 선생님이 ‘나는 네가 여기서 10년 살았는 줄 알았다’라고 했으니 기적이라도 해도 무방하다.
내가 원하는 영어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뛰어 나서 아니라,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목표는 나를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무조건 유학을 가면, 나중에 ‘내가 그 때 거기서 왜 수억 원을 들여서 유학을 했을까’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목표가 명확하면 수억 원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후회는 없다. 그리고 반드시 그 경험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커리어에 학벌 이야기를 한 것은 3~5년차에 가면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혹은 인맥을 넓히기 위해 가기도 한다. 대학원을 가는 것, 박사를 밟는 것 찬성한다. 그 전에 내가 왜 가는지, 가서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고 나올 지를 명확히 하기 바란다. 그렇게 해도 가끔은 그 돈이 아까울 때도 있다.
2017 디자인 3.0 포럼을 구글캠퍼스에서 진행했었다. 카이스트 출신의 교수들과 국내외 현장에서 내놓으라는 디자인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마지막 Q&A 시간에 카이스트 출신의 학부생부터 박사까지 그들의 고민도 어느 직장인 혹은 학부생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여전히 내 스스로가 현장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질문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학교여도 고민은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내가 어느 학교출신인지를 고민하기 보다 ‘내가 세상에 나가서 어떤 사람으로 포지셔닝할까’를 고민하라. 글로벌 회사의 CEO중에 유명 대학을 중퇴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위가 목적이었다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할 리 없다. 분명 그 학교에서 증명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이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단,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 굳이 남들보다 일부러 공부를 못할 필요는 없다. 학생의 신분에서는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게 학생이 해야 할 도리다. 명문대학교가 목표라면 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하지만 설령 최선을 다한 후에 명문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는 실력을 평생 증명해 주는 곳이 아니라, 출발선이 남들보다 조금 앞서 있다는 편의를 제공해주고, 좋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곳이다. 그 다음부터는누구도 알 수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가 내 삶과 커리어의 마지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만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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