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브랜딩 4

직장생활 : 다중인격

by HeeJin Han

‘브랜딩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하나 답변이 나올까? 사람마다 기업마다 집중하는 것과 시기 그리고 단계마다 브랜딩의 중요 포인트는 변화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누구도 그 중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것, 바로 일관성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컨셉의 명확성은 브랜드의 시작이다. 그 시작이 끝까지 유지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 소리하고 저기서 저 소리 한다면, 브랜딩이 실패할 확률이 거의 100퍼센트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사람일수록 일관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라고 다른 소리 하고 싶어서 하겠는가?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수없이 많다. 이것이 브랜딩이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일관성은 커리어의 일관성 즉, 한 회사를 오래 다녔는가 아닌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격의 일관성이다.


필자가 잡지사 기자로 있었을 때, 후배 한 명의 별명이 ‘다중이’였다. 다중인격이라는 말을 애칭으로 다중이라고 불렀다. 함께 일하기 참 좋은 후배였고, 독할 만큼 자신의 완벽성에 최선을 다했던 후배다. 그래서 지금은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를 다니며 CEO에게 그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그의 별명이 왜 ‘다중이’인가?’ 본인 입으로 자기는 회사에서, 가정에서, 친구 앞에서, 애인 앞에서의 모습이 다르다고 했다. 순간 ‘빵’ 웃음이 터졌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에 보면 유명인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때로는 추문에 시달리는 것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전문용어로 ‘해리성 장애(Dissociative Disorder)’이라고 칭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하지만, 어릴 때의 충격, 개인적 취약함, 환경적 요소 등으로 다양하게 경로를 통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과연 다중인격이 아닌가 싶을 만큼의 인격장애 유형의 사람들을 만난다.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생에 단 한 번도 안 만날 거란 보장은 없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안 만나고보다 내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되지 않는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를 위해서라도 다중인격을 형성해서는 안된다.


함께 일을 할 때, 혼자 일할 때, 내가 갑일 때, 을일 때, 리더일 때, 말단 직원일 때 모두 동일한 모습이어야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라. 과연 저게 얼마나 가능한 일일지. 지금이야 ‘할 수 있어’라고 하겠지만, 그 입장에 서 보면 알게 된다. 동일한 모습이 얼마나 쉽지 않은 지,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간사한 존재인가를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나마 깨달으면 다행이다. 내가 나를 알고 있다는 건데, 깨닫지 못하는 그 때가 가장 위험하다. 나는 다 잘하고 있다고, 언제나 같은 모습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 그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상대방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지조차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에서 이런 일이있었다. 평소에 잘 웃고, 윗사람에게 잘 하던 사람이 한순간 불같이 화를 내고 회사 물건을 던지면서 스스로의 화를 참지 못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람이라고 그 순간 그러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통제가 되지 않았고 그 통제되지 않음이 선을 넘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깊이 반성 했지만, 이미 사건은 되돌리 수 없었다. 인사위원회를 거쳐 사직을 해야 하는 단계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은 극단적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좀더 흔한 경우를 이야기하면 이러하다. 함께 일하다 보면 한번쯤 부딪히는 단계에 온다. 다른 사람이 모여 일하니 이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매우 민감한 상황 예를 들어 부서의 이익 혹은 본인이 심각하게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계속 감정적으로 쌓아왔다면 어느 엉뚱한 지점에서 폭발한다. 한마디로 언성이 높아지거나, 선을 넘지 말아야 말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다중인격을 발현하지 않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 왜냐하면 많이 참았기 때문이다. 정상인이라면 매순간 본인의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다. 10번이고 참다가 어느 순간 나타난다. 어쩌면 그게 진짜 내 모습이다. 그 누구도 최악의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 최악의 상황이 내가 어떤 모습의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 나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내가 견딜 수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시점은 좋은 기회이자 위기다. 나의 커리어 브랜딩의 일관성이 무너지느냐 혹은 빛을 발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슬픈 말이지만, 정말 억울한 말이지만 99% 잘 하다가 1%가 부족할 때, 그것이 내 평판이 되는 게 현실이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를 말이다. 내가 노력하며 쌓아왔던 그 성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온전히 1%를 보고 있다니 필자도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이다. 그 1%가 회사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좋을 때, 나쁜 사람은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어떻게 좋은 일만 생기겠는가? 힘들 때, 어려울 때 그 상황을 견디고 함께 격려하며 일을 추진하고 묵묵히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을. 그 때가 회사에서 그 사람을 뽑은 진짜 이유다.


커리어 브랜딩이 단순히 좋은 회사를 이직하는 것만 보아서는 안된다. 전인격적으로 나의 모든 것이 브랜딩이 될 때, 커리어는 올곧은 길로 갈 수 있다. 좋은 직장만 선택하며 옮긴 사람이야 많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해 보면 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커리어 브랜딩이라는 것이 남들이 부러워할 직장, 훌륭한 학벌 만으로는 절대로 증명되고 쌓아갈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기업이 브랜딩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커리어 브랜딩이다. 그 안에는 나 자신을 극복하고 단련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때문이다.


성경 욥기 23장 10절에 보면 다음 같은 구절이 있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가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다. 병이 들었고, 가족을 잃었고, 재산을 잃었다. 그가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는 하나님의 주권 하에 그런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이 비난을 했지만 묵묵히 그 상황을 견뎠고, 하나님을 신뢰했다.


욥과 같은 상황이 누군가에게 벌어진다면, 만약 회사에서 나는 어떤 잘못도 없는데, 모든 치욕과 누명을 쓰고 쫓겨난다고 할지라도 그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라. 절대로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내가 중심을 잃지 않고 그 어느 누구의 탓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꿋꿋이 일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완성된 브랜딩을 하고 있다.


자신의 커리어 브랜딩의 목표가 바로 그 지점이기를 기대한다. 설령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그곳에 시선을 두지 않으면 언제 나도 모르는 사이 다중인격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온다. 그만큼 직장생활은 커리어 브랜딩을 이루기에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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