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 저와 연애하십니까?
직장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공간, 즉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 일까’를 매우 정확히 알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호흡을 가다듬고 일을 해야 하는 시간도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것이 직장인의 실상이다.
특히나 갑과 을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상사도 내 갑이다. 그런 갑을 관계에서도 물론 어려움이 있으나, 클라이언트와 대행사라는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간적인 감정과 유대관계를 맺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일과 계약으로 점철된 관계에서 갑과 을의 관계는 매우 분명해 진다.
문제는 이 관계의 서열이 우리나라는 특히 심하다. 오죽하면 클라이언트를 주님이라고 하는지 그 인식이 부끄럽다. 주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시간 내에 해줘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물론 을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요즘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계약금이 클수록 클라이언트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세상의 논리지만 슬픈 현실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계약금이 적다는 이유로 일을 대강하는 대행사도 있다. 이 금액으로 해주는데 웬 말이 많냐는 식으로 나오는 무개념도 있다. 단기적인 눈으로 일을 바라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대행사 탓이겠지만, 우선 갑을 관계에서의 갑의 횡포는 대행사 직원이라면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만큼 다양하다.
필자도 디지털 통합 마케팅 대행사에서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경험했다. 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을 맞추느라 밖에서 밤을 새보기도 했고, 수많은 제안을 묵살당하고 대표의 결정이라는 이유로 원하는 방향에 맞춰야 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야 ‘그들도 사정이 있을 거다’하고 생각하며 넘길 수 있지만,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갑이라는 이유로 ‘버럭증’을 선보이는 분들이 있다. 내가 갑인데 너희들이 어쩔 거냐는 심정인 것 같다. 생각하면 정말 유치한 모습이지만 당해보면 이만큼 황당한 것도 없다. 그들이 언제 나를 봤다고 다짜고짜 버럭 화를 내는 건지 지극히 황당스럽다.
직장은 전문가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감정을 앞세워서 본질을 흐리면서 화부터 내는 갑이 존재한다. 그나마 일의 퀄리티를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어떤 방향을 원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부족하니 이런 방향으로 해달라하고 요청하는 클리어언트는 정말 감사하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겠어요? 잘 생각해보세요. …………(정적)………… 정말 모르겠어요? 휴~”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말의 전부다. 심지어 덧붙이는 말이 이렇다.
“프로가 모여서 일하는데, 실망이네요. 잘 생각해 보시고 연락하세요”
그리고 전화를 끊는다. 누가 프로인지를 모르겠다. 회사는 연애를 하는 곳이 아니다.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풀어서 ‘내가 너보다 위에 있으니 잘해라’하고 겁주는 곳은 더욱 아니다. 투정을 부리는 곳은 더더욱 아니다. 갑은 갑의 역할을 하고 을은 을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곳이다. 그래야 일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관계도 좋아진다. 그게 파트너십이다. 누가 누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온 마음과 일의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 온다.
위와 동일한 회사에서 다른 사람이 담당자가 되었다. 같은 회사지만 담당자가 바뀌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그분이 일하는 방식도 쉽지 않았다. 꼼꼼했고, 데드라인은 칼 같이 지켰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명확했다. 일하기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감정적이지 않았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했고 못한 것은 이유를 말했다. 수정의 방향도 명확히 일러주었다. 시작이 쉬운 클라이언트는 아니었지만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광고 수상작까지 결과가 모두 만족스러웠다.
서로의 일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것을 넘으면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클라이언트의 해외 출장에서도 나는 기꺼이 클라이언트와 함께 편한 마음으로 동행할 수 있었다. 그 누가 클라이언트와 함께 가는 출장이 편하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나면 함께 주변도 둘러보고 저녁도 먹으면서 그간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분이 “우리 회사 직원 10명보다 희진 선임이 낫네”하며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친분을 쌓을 수 있어서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
세상에서 영원한 없다. 지금 갑과 을의 위치에 있지만, 나중에 어떻게 어느 위치에 갈지 누구도 모른다.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는 날이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그 위치가 바뀌어서 과거의 사건을 후회해 봐도 소용없다. 늦기 전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애는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와하고 직장에서 혹은 파트너 관계에서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주의해야 한다. 내가 감정폭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번 돌아보아야 한다. 그가 나중에 당신 위에 있을 날, 그래서 그 때 ‘왜 내가 그랬을까’하며 통회하면 무엇 하겠는가? 있을 때 잘하고, 내 감정은 다스리면서 살아야 한다. 알지 못할 그 날의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지금도 ‘버럭!’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커리어 브랜딩은 감정까지도 살피는 것임을 기억하기를 바랄 뿐이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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