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 나는 나를 아는가?
세상에서 제일 모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나’일 것이다. 의외지만, 정말 잘 알아야 하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아닌 게 정말 신기할 정도다.
후배 한명이 연락이 왔다. 인턴 생활은 했지만, 진정한 직장인이 되어보지 못했다. 이제서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후배는 고민이다.
“그런데요 언니, 제가 잘하고 있는 걸까요? H사 면접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질문이 정말 자세하더라고요”
그녀는 지금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은 안하고 물었다.
“그래서 너는 너를 아니?”
그녀는 무슨 말인지 도대체 모르는 지 갸우뚱한다. 질문이 당황스러울 만도 하지만, 그녀의 질문은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신입사원들이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합격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다. 합격하는 직장이 없다 보니 그나마 감지덕지 하겠지만, 합격 후 대다수가 반드시 후회한다. 어디라도 합격한 후 직장을 다니다가 어느새 충성을 다해 일하겠다는 그 각오는 온데간데 없다. 그리고 다시 이직 준비를 시작한다. 100개 넘는 이력서를 쓰고나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3~4년 무직으로 있다 보면 아무데서 일해도 감지덕지 한 경우가 많지만, 3~4년 무직인 탓을 세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물론 지금의 시대는 아버지의 시대와는 정말 다르다. 몇 군데 이력서도 쓰지 않았는데 전부 와 달라고 애청하던 시절이 아니다. 그래서 ‘어디한 번 이 기업에서 일 해볼까?’하는 마인드로 일할 수 있는 포지션도 안된다. 그 뿐인가? 취직해도 쉽지 않다. 계약직, 무기직 취업을 하니 불안하고 정규직으로 한다고 평생직장이 보장된 것도 아니니 회사경영이 어려워지면 나가야 하는게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다. 그래서 3~4년 취직 못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상 탓만 한다고 바뀌는 게 없다. 내 현실은 똑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가 어떤 성향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후배에게 조언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그녀는 영어도 잘하고, 인턴 경력도 좋았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그런 대졸자들이 널려 있다. 정말 놀라운 시대다. 필자의 대학시절만 해도 인턴 경력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갑작스러운 IMF를 경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수시절을 견뎌야 했지만, 지금만큼 뛰어난 스펙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K대학 학생은 일명 세상이 말하는 ‘금수저’다. 아버지의 경력이 업계에서는 유명한 곳이었고, 어머니도 카페를 경영하신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살아서 영어는 기본이다. 심지어 영어를 왜 못하는지 몰라서 과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런 학생이 과외로 버는 돈은 왠만한 신입사원 정도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심지어 인턴도 자원봉사로 하는 게 대견하기도 했고 ‘정말 커서 무엇이 되려고 저러나?’싶을 만큼 기특했다. 정말 취업하기가 어렵겠다가 피부로 와 닿았다. 그런데 이 인턴이 매우 잘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회사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직업이 맞는지, 이 산업이 맞는지, 내가 알고 있는 게 정말 현실에서는 어떠한 지를 경험하기 위해 인턴을 하고 있다. 인턴생활은 바로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력서를 위한 수십 번의 회사경력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나를 알기 위해 꼭 인턴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취미활동을 하면서, 공모전을 도전하면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적성검사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면서 나를 객관화하면서 정확히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매번 질문해야 한다. 내가 이것이 정말 좋아서 하는지, 잘해서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진로를 선택할 때, 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10년 후에 내 길을 찾겠다며 이직을 하거나 대학원을 가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내 재능을 알아 봐주는 좋은 스승과 선후배를 만나는 것 또한 행운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열정을 느끼는지, 잘하는지, 재미있어 하는지를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다. 그래야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초창기에 취업을 미루는 것, 대학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간허비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모두 밑거름이 된다. 대신 ‘정말 내가 이것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를 반드시 찾기 바란다. 이런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내가 이거 아니면 안 된다’라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요. 이걸 해도 저걸 해도 중간 이상의 퍼포먼스는 낼 수 있어요. 등의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공사나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공사와 공무원은 철저히 시스템과 관료주의에 의해 움직인다. 나의 존재보다는 조직의 존재가 그 어디보다 크기 때문에 재능이 튀는 것보다 나를 낮추고 조직에 묻혀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그래야 일이 돌아간다.
그것이 아니라면, 나를 알아야 한다. 나를 알아도 힘든 세상이다. 나를 알아도 나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러니 나를 모르고는 제대로 길을 갈 수가 없다. 사람마다 달란트(재능)이 있다. 그 달란트는 나의 길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사업이 맞지 않은 사람이 사업을 하거나, 직장이 맞지 않는 사람이 직장을 다니거나, 프리랜서가 맞는 사람이 공무원을 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에게 마직막으로 해준 이야기가 있다.
‘취업이 늦으면 어때, 그렇다고 어떻게 되지 않아. 그 시간에는 나도 힘들더라. 정말 끝도 없는 사막을 걷는 것처럼 막막하더라. 1년 넘게 취업안하고 버텨 봤지. 내가 원하는 길을 가겠다고 말이지. 물론 1년 뒤에 징검다리 차원의 직장을 선택하기는 했어. 결국엔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을 10년이 지난 후에 했단다. 다만 나는 아무 곳에나 취직하지는 않았고,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과 관심있는 일을 하면서 마지막 목표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그러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조금 늦으면 어떠하고 돌아가면 어떠하니? 마지막에 웃으면 되는 거야”
누구든지 두렵다. 시간이 지체되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취업이 평생 안되면 어쩌나. 이렇게 살다가 인생이 끝나면 어쩌나. 정말 별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같은 생각을 한 필자도 이렇게 책을 쓰고 있다.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알기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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