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는 서른하나의 봄을 맞이했다.
작년 서른은 첫 삼십 대의 기로에서 적응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서른이 되는 순간 자신의 첫 노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비치는 낯선 이마주름, 그것은 중력처럼 거스를 수 없는 일이었다. J는 거울을 볼 때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보톡스를 맞아야 되나? 싶은 마음에 피부과도 찾아가 봤지만 보톡스 부작용이 걱정되어 포기했다.
살도 좀 찌고 이마주름까지 생겨버린 서른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J는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20대 내내 갈색으로 염색했던 머리도 톤다운을 시켜 원래의 모발색을 찾았고, 컬러렌즈도 투명렌즈로 바꿨다. 바리스타인 J는 이곳저곳 다니던 유목민이었지만 3년 전부터 잘 맞는 카페를 찾아 장기근무도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제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고 손님이 많을 때에도 힘들이지 않고 커피와 음료를 제조했다. 파트타임이었기에 월급은 적었으나 유동적인 시간확보로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던 차였다.
시간이 좀 흐르고 서른의 겨울이 다가왔다. 외모에 적응이 되면서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 첫 노화에 적응하기는 다소 찜찜한 감이 있었으나 적응하고 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20대에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에 힘을 쏟느라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어졌다. 그게 꼭 외모의 변화 때문만은 아닐지라도 J는 그것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서른 살의 노화에 적응을 마친 J는 삼십 대의 아름다움에 대해 추구하기 시작했다. 독립을 준비하며 주말마다 필요한 강의도 찾아 듣고 일도 열심히 했으며 통장엔 그동안 일해서 모아둔 목돈을 잘 쌓아두었다. 달달한 커피만 마시던 취향도 쌉싸름한 커피로 바꾸었고 매일 체중을 재며 몸무게 유지에 힘썼다.
이십 대의 젊음과 반짝임은 사그라들었지만 삼십 대 만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제는 3040의 시기라고 생각하며 "난 그래도 아직 젊어! 더 많이 도전하고 더 많이 배워야지"라고 생각했다. "결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어느 형태이던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른하나의 봄, 서른하나의 여자.
그녀는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며 여전히 펼쳐질 미래에 대하여 한 걸음씩 발전하는 시기를 보낼 것을 다짐했다.
곧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