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것에 대한 기쁨의 날들

가을 소풍, 광릉 수목원과 산림박물관

by 김희진

김희진


봉선사, 정약용 생가와 묘소까지 빽빽한 일정.

8시 30분 약속 장소에 모이기 위해

저마다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도

우리는 한아름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나타났다.

버스 안은 금세 꽃밭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피어나고

까르르 터지는 웃음은

열여덟 소녀들의 것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잠시

엄마였고 아줌마였던 자리에서 돌아서

가장 예쁜 여고 1학년이 되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이광수의 기념비 앞.

스무 살 무렵

무정에 빠져

아궁이 불도 잊고 책장을 넘기던

젊은 날의 내가 떠올랐다.

우리는 봉선사로 올랐다.

푸른 하늘 아래 법당과 단청이 빛났다.

날아오를 듯한 추녀를 올려다보며

“와—” 하고 먼저 감탄하고

또 금세 웃음이 번졌다.

자경문 한 구절을 마음에 담았다.

“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이고

백년 동안 탐한 물건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

11시 35분,

광릉수목원 숲길로 향했다.

30년 전 임업시험장이던 이곳을

‘그림 같은 마을’이라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산림박물관을 둘러보며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했던 들풀의 이름을 다시 배웠다.

개미취를 엉뚱하게 알고 있었음을 깨닫고

속으로 웃으며 사과했다.

하늘 아래 가장 넓은 식탁에서

우리는 마음껏 먹고 웃었다.

숲 향기 속에서

가을은 더욱 깊어갔다.

다산문화관에서 만난

정약용 선생의 숨결.

유배지에서 써 내려간

흠흠신서의 한 구절이 오래 남는다.

묘소에 참배하며

오늘의 웃음과 배움을 가슴에 담았다.

우리는 오늘, 다시 열여덟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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