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다이어트
“엄마 너무 심심해 뭐하지?”
우리 아이들이 겨울방학이 되고부터
하루에 10번 이상은 하는 말이다.
우리 집에는 5년 전부터 텔레비전이 없다.
그 대신 각자의 태블릿을 가지고 원하는 미디어를 시청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미디어 시청에 많은 관심과
신경을 써왔고 줄여도 보고 없애기도 해봤다.
하지만 미디어가 주는 편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시청 시간이 점점 길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미디어에 익숙해지는 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짐을 느낀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참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더 조절하는 능력이 퇴행한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면
난 마음속으로
‘아, 미디어 다이어트를 할 때가 되었구나’
마치 살이 많이 쪄서 건강이 걱정될 때
사람들이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하듯
아이들의 태블릿 보는 시간을 확 줄인다.
이번 방학이 아이들의 미디어 다이어트를 할 때라는 것을
느끼고 지금은 평일에는 하루에 한 시간,
주말에는 오전 한 시간, 오후 한 시간으로 제한했다.
미디어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면
아이들도 나도
딱 3일 정도 힘들다.
아이들은 심심함과 싸우고
난 아이들의 심심함으로 오는 징징거림과 싸운다.
그럴 때면 항상 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라온아, 리안아
엄마가 라온이, 리안이 내팽개치고
그냥 너네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봐 해버리면
누가 제일 편하고 좋을까?”
“음, 엄마겠지. 우리가 안 괴롭히니까.”
“근데 왜 엄마가 엄마 힘들면서까지
이렇게 태블릿 보는 시간을 제한할까?”
“우리 건강해지라고?”
“그것도 이유의 일부분이긴 하지.
너무 장시간 태블릿을 보면
눈도 나빠지고 자세도 좋지 않으니까.
하지만 제일 첫 번째 이유는
심심한 걸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경험시켜 주고 싶어서야.”
난 미디어가 마냥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티비나 태블릿, 유튜브, 게임
그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이로운 점도 준다.
단지 그것이 중심이 되어버리는 습관이 무섭다.
특히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일 경우
더욱 더 세심한 관찰과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세계는 무한하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온라인의 세상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 세계에 어린이들은
더욱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직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온라인 세계의 제한이 없다면
실제 세상의 경험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심심함을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심한 생각과 마음이 드는 순간
자연스럽게 곧장
스마트폰이나 게임, 유튜브로 갈 것이다.
다 큰 어른들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우스갯소리로
폰과 분리불안증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아이들은 오죽할까?
적응 기간이 조금씩 지나고
현재 우리 아이들은
지금의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때부터는 나의 레이더가
아이들의 흥미에
최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 아이들의 최애 영화인 소닉을 보고
소닉 책을 구해서 시리즈로 구입해 주고
도서관에 가서 좋아할 만한 책을 수십 권 빌려오고
같이 문구점을 방문해서
만들기 재료나 실험할 수 있는
도구들을 사준다.
아무것도 없이
마냥 심심함을 견뎌라고 하는 것은
어른들도 힘들기에
최대한 아이들의 관심 분야를 넓혀 주고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준다.
나의 이 교육관을 잘 받아들여 주고
노력해 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매번 감사함을 느낀다.
아직 방학이 끝나려면
한 달 정도 남았지만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의 새로운 관심 분야를
알아갈 수 있어서 기쁘고
힘들 때면
이런 어린이의 모습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더욱 더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오늘도 나는
미디어 다이어트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