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읽는 이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하기, 단기-속성-꼼수 편.
지난 글을 통해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개념을 장착했다면, 오늘은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지극히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1) 직접 VC에게 물어보고, 그들의 강의나 그들이 쓴 글들을 짜깁기, 2) 잘된 사업계획서 몇 편을 샘플로 벤치마킹 3) 유튜브 키노트 튜토리얼을 보며 학습, 4) 공유주방이라는 우리 회사 사업에 적용시켜 가며 실제 투자유치까지 써먹은 내용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계획이 있어야 그나마 덜 흔들린다. 아니 흔들려도 중간중간 방향을 잡아가며 커나갈 수 있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Brand Purpose - Problem - Competition - Our Solution - Product - Use Case - Businenss Model - Market Size - Financials & Plan - Team
풀어서 얘기하자면,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 시장에 이런 문제가 있더라고요 - 몇 가지 회사가 있기는 한데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 그래서 그들이 못하는 것을 저희가 해보려 합니다 - 자, 우리 서비스입니다. 좋죠? -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는데 고객들은 이런 식으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것입니다 - 자판을 굴려보니 이렇게 돈을 벌 수 있겠더라고요 -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고, 단계적으로 이렇게 시장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 계획은 이렇게 세워 났으니 이제 하기만 하면 됩니다 - 팀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으니 믿어보시죠!
순서는 상관없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해도 되고, 필요에 따라 양을 늘리거나 줄여도 된다. 그것은 각자 사정에 맞춰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던 '논리적 흐름'이다.
첫 번째, Brand Purpose. 사업계획서의 맨 앞장, 제공하는 서비스를 설명하는 단 한마디. 이게 제일 어렵다. 브랜드, 회사, 아이템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적을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로고 + 한 문장의 조합으로 끝내야 한다.
로고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문장은 헷갈리지 않을 만큼 명확해야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개념/단어를 사용해야 하며, 관심을 불어 일으킬 만한 신선함을 갖춰야 한다.
이 한 문장이 '흐릿하거나, 어렵거나, 진부하면' 사람들은 그래서 뭐하는 회사냐고 또 물어볼 것이다. 아니, 다시 물어보면 다행이다. 아마 대부분 관심 자체를 꺼버릴 것이다.
두 번째, Problem. 어떠한 문제가 있기에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서술해야 하는 부분이다. 반드시 여기서 설득을 해야 한다. 심정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인 수치로.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이 단계는 내가 발견한 문제를 나로부터 시작해서 고객이 될 수 있는 대중으로까지 확장시키며, 읽는 이에게 '아 이게 문제는 문제지' 하며 공감을 얻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Competition. 앞서 생각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시도들은 없었는지, 그리고 그 다른 시도들은 어떠한 점에서 그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고 있지 못한 지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이다. 알겠지만, 당신의 서비스가 최초일 수만은 없다. 그리고 사실 최초라고 좋지도 않다. 너무 빨리 시작하면 받아들여지기도 힘들다. 여하튼 경쟁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 서비스는 어떠한 차별점을 갖고 준비해야 했는지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네 번째, Our Solution. (Problem과 Competition에서 언급한) 문제 인식, 고객의 니즈, 경쟁사 분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본인의 해결방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못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명확히 제시한다.
중요한 부분은 Problem - Competition - Our Solution 이 부분이 논리적 구조적으로 대응하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리멤버를 예로 들자면, 명함 정리라는 직장인의 골칫거리를 문제로 환기시킨 후, 인식률이 떨어지는 기계/실시간 업데이트 불가/핸드폰 주소록 연동의 불편함 등 타사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주고, 비서의 수기입력/명함정보 업데이트/주소록 저장 지원이라는 리멤버 만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겠다. 3가지 문제를 짚었으면, 이에 대응하는 3가지 해결책을 말해줘야 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Product. 이전의 과정에서 읽는 이를 잘 설득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에게 보일 최종적인 서비스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F&B는 음식점업과 식품제조업으로 나뉘는데, 음식점이라면 메뉴, 메뉴판, 매장 인테리어, 오퍼레이션 방식, 비주얼 이미지 등이 될 것이고, 식품이라면 최종 결과물인 상품 라인업, 패키지 디자인, 슬로건 등이 될 것이다. 제품의 맛이 어떻고, 성분이 어떻다 하는 것들은 보고서 쓰듯이 하나하나 쓸 필요가 없다. 읽지도 않고 오히려 흥미를 잃고 스토리텔링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기억에 남는 이미지와 문구를 보여주면 족하고, 세부적인 내용들은 참조로 잘 정리를 해 놓으면 된다. (다 자랑하고 싶은 그 마음 안다!)
여섯 번째, Use Case. 일종의 페르소나를 그려본다. 내가 봤을 때 F&B 쪽에서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식생활이라는 것이 시간적으로 봤을 때 하루만 해도 아침/점심/저녁 세 번, 공간적으로 봤을 때 회사에서/카페에서/집에서/식당에서/이마트에서/편의점에서 아주 수시로 이뤄진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보편적이고, 반복적인, 굉장히 많이 이뤄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알다시피 셀 수 없이 많은 공급자가 있다) 소비자에게 특별한 서비스로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 그저 수많은 음식점 중의 하나, 매장에 깔려있는 상품 중의 하나 그러니까 다양한 옵션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어떤 상황에서, 왜 이 제품을 구매하는지 명확하게 가정을 세우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이 부분은 서비스 방식이나 브랜드 마케팅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일곱 번째, Business Model. F&B 비즈니스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음식)의 매출이다. 그러나 B2C, B2B나 OEM, ODM 등 판매채널이나 생산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물론 부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수도 있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 형태에 맞춰 적합한 과금 형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 판매 모델, 서비스 요금 모델, 정기결제 모델, 종량과금 모델, 정액과금 모델, 광고모델, 거래수수료 모델, 보조금 모델 등 다양한 형태의 과금 모델을 선택 혹은 혼합하여 ‘소비자에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가격정책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 과금 모델은 앞서 말한 Use Case와도 관계가 깊다.
여덟 번째, Market Size. 말하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누군가는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1) 목표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가정과 2) 단계별 확대 전략이다. 1)의 경우 사례조사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고 여러 가정들을 나열해 놓고 읽는 사람이 납득할 만한 수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의외로 이것이 바로 창작의 영역이다. 내 제품을 사 먹을 주 고객의 직업, 나이, 평균 수입, 외식 소비형태, 타사의 생산 및 매출 규모, 음식점이라면 상권이나 상권에 위치한 매장 규모까지, 앞서 얘기했던 Use Case의 상황 등 최대한 많은 가정을 나열하고 수식을 만들어 낸다. 2)의 경우 흔히 사용하는 SOM-SAM-TAM으로 설명을 들어보자면, 한국 사탕 시장규모, 지구 사탕 시장규모, 우주 사탕 시장규모로 할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현재 - 5년 후 - 10년 후와 같이 단계적으로 생산 가능한 사탕의 수, 타겟 고객의 수, 그들의 구매 빈도, 평균단가, 판매 채널 수 등을 고려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 읽는 사람이 시장이 크네! 이게 아니라 오~ 그럴듯한데 숫자도 꽤 나오네? 가 돼야 한다.
아홉 번째, Financial & Plan. 앞의 Marketsize와 연동이 되는 부분이다. 내가 지금 준비된 자본과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보여준다. 이미 계획은 잡혀 있고, 자본이 들어왔을 때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 위주로 기입을 한다. SEED단계에서는 시리즈 단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많이 요구하지 않지만, 그래도 5개년 정도의 손익계산서는 만들어 보는 게 좋다. 이 부분은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관련 양식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스킬보다 중요한 것은 주요 변곡점마다 진행할 사업계획들을 가정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6개월 안에 매장을 하나 낼 것이고, 1년 안에 전국에 4개, 3년 이내에 인도네시아 진출을 해야 하니까 인력은 이렇게 필요할 것이고, 비용은 이렇게 되고, 공장도 만들어야 되고 등등.. 어렵지만 이러한 그림을 반드시 그려야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하다 보면 이 사업을 숫자로서 해야 할지 말야아할지 판단하기도 한다. 어? 이거 안 되겠는데?
마지막 열 번째, Team. 지난 글에서 말했지만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서 투자자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Team일 수도 있다. 이 아이템을 진행하는데 최적의 인물이 본인임을 보여줘야 하며, '이 팀은 다른 아이템으로 피봇 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베스트다. 사실 이 부분은 사진과 약력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IR 과정에서, 피칭 과정에서, 질의응답 과정에서, 아주 자연스레 알게 되는 부분이다. 소견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타인 평가가 많이 쌓이면 대체로 맞는 것 같다. 겸허히 받아들이자. 아무리 내가 사실은 이런 사람이야 라고 자기 PR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왜냐면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자사는 많고 VC는 더 많다. fit이 맞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