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동네에서만 평생을 살다가 새로운 동네 김포로 이사 왔다.
나는 작은 여행을 좋아한다.
서울 한 동네에서만 평생을 살다가 새로운 동네 김포에 이사오니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돌아다니다 보면
탐험하기 좋은 곳들을 종종 발견한다. 이번에 발견한 곳은 차로 출근하면서 도로 건너에 논밭들 사이에 있는 꽤 넓은 갈대밭이었다. 눈으로 흘깃흘깃 보면서 '저곳은 걸어서 어떻게 갈 수 있지?' 작은 호기심이 생겼다.
어느 주말에 일찍 일어나버려서 고양이들 밥도 챙겨주고 집도 정리하고 나서도 시간이 오전 10시밖에 안되었다. 이 오전에 무엇을 하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갈대밭이 생각났다. 나는 얼른 옷을 대충 여며 입고 작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마치 어렸을 때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동네 친구들과 '여긴 뭐지?' 하며 별거 아닌 곳에 우르르 달려갔던 것처럼 이번에는 혼자 그렇게 짧은 여행을 나섰다.
아파트 정문 앞에 널브러진 전기 자전거를
타고 찬 바람을 가르며 갈대밭을 향해 달려갔다.
며칠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길을 대충 파악을 한대로 일단 가보기 시작했다. 쭉쭉 자전거를 타고 가다 어느 지점에서 길이 막혔다.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그 주변을 뱅뱅 돌다가 사람들이 지나다녀 풀들이 주저앉은 작은 길목을 발견했다.
자전거를 탄 채로 울퉁불퉁한 길을 쿵쾅쿵쾅 거리면서 내려갔다. 그렇게 갈대밭에 더 가까워지고 나니
자전거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길이라 걷기 시작했다.
갈대밭에 가까운 그곳은 드넓은 들판들이 가득하고 작은 공장들과 시골집 들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어느 들판에는 철새들이 점령하여 쉬고 있는 걸
발견하고 절로 미소가 나왔다. 난 아직도 수십 마리의 철새들이 들판에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새롭고 설렌다.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 이 동네만의 매력이었다.
철새들을 뒤로하고 갈대밭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때쯤 다른 난관이 생겼다. 그곳에 가려면 중간에 어느 허름한 집 마당을 거쳐 지나가야 했다. 마당에는 나이가 지긋하고 왜소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불을 때고 있었고 그 옆에는 흰둥이가 지키고 있었다.
사람을 한번 거치고 들어가기에는 낯가림이 있는 나나라서 좀 꺼려졌다. 다른 길이 없나 찾아보았지만 결국 할아버지와 흰둥이가 있는 곳을 지나가야지 갈대밭을 갈 수 있었다.
할 수 없지 하고 조심스레 할아버지 쪽으로 다가갔다. 왠지 허락을 맡고 지나가야 할 것 같아 할아버지께 물어봤다.
"할아버지 이쪽 길로 지나가도 돼요?"
"뭐라고?"
"아 저쪽 갈대밭이 보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이쪽으로 밖에 길이 없는 것 같아서요,
이 길로 지나가도 될까요?"
할아버지는 불을 장작을 넣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감사인사를 남기고 그 길을 지나갔다. 그 길의 풍경은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있는 나무들과 흙길, 겨울바람에 시들어버린 풀들이 나를 반겼다.
황량한 쓸쓸한 겨울의 정취였다.
지나가는 내내 이름 모를 새들이 나무들 사이를 계속 바삐 날아다니며 연신 짹짹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운전하면서만 봤던 갈대밭을 마주 하게 되었다. 갈대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갈대는 내 키를 족히 넘었고, 거대하고 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멍하니 갈대밭을 바라보았다. 갈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짙은 갈색 잎을 가진 갈대는 흰색의 나풀나풀 갈대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맑은 하늘에 바람 한점 없어 흔들리지 않는 갈대들, 내 머리 위 하늘 쪽에서는 새들이 연신 바삐 움직이며 짹짹거리고 사람은 오지 나뿐이었다. 평일에 서울에서 사람들과 과 복닥복닥 거리며 치열한 삶을 살다가 이곳에 오니 삶이 다시 평화로워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갈대밭을 바라보다 다시 집을 향해 길을 나섰다. 가다 보니 길 쪽에 초록 그물망으로 대충 휘어감은 마구간이 이었는데 거기에 당나귀가 나와 나를 반겨줬다. 정말 생뚱맞아서 와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당나귀는 내가 반가운지 연신 내가 가는 방향으로 마구간에서 따라왔다. 나를 따라오는 게 맞나? 궁금해져 마구간 근처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보니 당나귀는 나를 따라 같이 왔다 갔다 했다.
"안녕!" 반갑게 손으로 인사를 하고 서로 몸짓발짓으로 대화를 하다 "나는 이만 가볼게 " 하고 길을 다시 갈어가니 당나귀는 아쉬운지 "푸헤에엉엉" 소리를 지르며 가는 나를 붙잡았다. 그래서 난 다시 돌아가 잠시 더 같이 놀다 ”이제 정말 갈게" 하고 다시 길을 나서니 그제야 당나귀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면서 보내주었다.
그렇게 갈대를 보고, 하늘의 새들을 보고 , 당나귀랑 인사를 하고 한참 정취를 즐기다 나는 다시 할아버지가 지키고 있는 그 마당에 다시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내심 내가 이곳을 찾아와 즐기다 간 게 좋으신 모양이었다. 화투장을 혼자서 치시면서 "왜 벌써와? 더 보다가 가지 그래" 웃으시면서 말하셨다.
"너무 예뻤어요 나중에 또 보고 싶을 때 보러 올게요!" 옆에 흰둥이는 자기를 만져달라며 연신 앞발을 흔들거리면서 나를 보챘다. 흰둥이게도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는 다시 집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다.
5분에서 1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오니 다시 아파트 단지와 카페들이 있는 도심지로 나왔다.
자전거를 카페 앞에 두고 2000원짜리 아이스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집에 들어갔다.
다음에 또 흥미로운 곳을 우연찮게 발견하길 기대하며 그렇게 나의 작은 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