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어느새 2019년의 끝자락에 서있다. 연말 약속과 오가는 인사들이 정신이 혼미해져 간다. 생각을 가다듬고, 흔들리지 않기 위해 올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써본다.
어느 날, 다이어리를 쓰다가 인생 그래프를 그려본 적이 있다. 떨어지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면서 좌절하고 다시 용기 내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나로 인해 시작되고 나로 인해 회복 가능한 것들이었다. 나름의 성취감을 느끼며, 힘들수록 더 힘이 났다.
2018년 11월, 엄마의 죽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힘들어져만 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내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한 부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대로 그렇게 거기에 있으려 했다. 밝은 곳으로 나오고 싶은 의지로, 인생을 멋있게 살아내고 싶은 의지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매일이 괴로웠다. 겨우 웃는 얼굴을 띄며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퇴근길 눈물을 흘리며 퉁퉁부은 눈을 아빠에게 들킬까 마음을 졸였다. 다 적은 다이어리를 뒤적뒤적하다 빨리 잠에 들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반갑지 않은 아침을 맞이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둠 속에 머물러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랬다.
엄마 친구분이 찾아왔다. 커피숍에 앉아 지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러곤, "내가 너희 엄마면, 이렇게 우는 거 말고, 인생을 멋지게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을 거야." 말씀하셨다. 내가 엄마로 인해 무너지면 우리 착한 엄마는 더 마음이 아프겠다.
먼저 좋은 생각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생각, 요가와 명상을 하며 머리를 비워내기 시작했다. 캘리그래피 원데이 수업을 듣고는 매일 밤 인스타에서 좋은 글귀를 찾아 적었다. 그렇게 적고 또 적다 보니 글귀들이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나 보다. 그리고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걸까? 수많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던 한 단어가 떠올랐다. '세계여행' 정말로? 아니겠지.
그 단어가 떠오른 이후로 조금씩 설렘의 감정과 활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시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 안의 두 자아가 매일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 중요한 건 나야. 더 늦기 전에,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 보자.
그렇게 하나씩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준비와 함께 긴 여정에 중심을 잡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렇게 파도치는 마음으로는 해낼 수가 없다.
그 어느 해보다도 내면의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조금은 멀리서 천천히 바라보며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란 사람에 대해서, 내 감정에 대해서, 내 행동에 대해서... 내가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 대화 속에서, 상대방에 비친 내 모습에서 점점 더 나는 나와 더 가까워져 갔다. 익숙한 감정들, 새로운 감정들, 하나씩 모두 진짜 내 거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