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깨달은 수학 공부법

개념, 정의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에 대하여

by 부키


[삼형제 영과고 입성기]라는 제목의 컬럼을 쓰고자 기획 했을 때 가장 먼저 막내 아들에게 물어 봤어요. “너희들 공부했던 것, 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 등등을 엄마가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로 써도 될까?” 많은 분들이 저희집 삼형제의 영,과고 진학에 대해 궁금해 하십니다. 이 후 대학에 진학한 것보다 어쩌면 더 알고 싶어 하세요. 우리나라 8개 영재학교의 정원이 800여명 되고 전국 과학고 정원을 합해도 서울대 1년 정원 보다 적으니까요. 물론 이공계열로 따지면 그보다는 많을까요? 흔히, 설.카.포 라고 이야기 하는 3대 이공계 대학을 염두에 두면 보다 희소한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라는 식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시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제로 진행 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컬럼의 제목을 ‘삼형제 영과고 입성기’라고 정했지만 이는 단순하게 ‘수학공부, 과학공부 어떻게 준비했어요’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교육시키는 이야기, 그 안에서 엄마도 공부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이야기 등 쓸 것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그동안 모아온 저의 기록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습니다. 잘 쌓아놓고 싶은 희망이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우선 막내에게 물었습니다. 아직 재학생이기 때문이에요.


“크게 상관 없을 것 같은데요. 아마 형들은 더 상관 없을걸? 관심도 없을걸?”


맞아요. 관심도 없을 거에요. 이미 대학에 진학하여 ‘스스로 대견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잘 했음’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옛날 이야기가 아닐거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랑 같이 수학 공부 했잖아? 정확하게 말하면 엄마가 가르쳐 준 것은 없지만, 어쨌든 어릴 때는 엄마가 알려 준대로 했잖아? 그렇게 한 것이 어떤 것 같아?” 라고요.


아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맞아요. 엄마가 수학을 가르쳐 주진 않았지.”

“근데,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는 알려 줬지.”


내심 뿌듯한 대답이었습니다. 나름 수학공부를 많이 오래도록 한 수학자로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강조해왔습니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면서 얻어진 실전 노하우도 적지 않았고요. 중요하다 생각 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지요.


“그래? 그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는 데?” 정말 궁금했어요.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을지 구체적으로 물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개념과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론을 엄밀하게 증명 해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너무 많은 문제를 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은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라며 덧붙여 주었어요.



▶그렇다면 ‘개념과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론을 엄밀하게 증명해 봐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대부분 많이 들어 보신 말이라 생각합니다. 수학에서 개념과 정의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과 증명을 해봐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흔히, 개념서, 개념정리노트 등 여러 유형의 참고도서가 나와 있기도 하지요.


제가 생각하는 개념, 정의에 대한 이해는 그야말로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는 정의를 말할 줄 할고 적용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 1학기 정수와 유리수 단원에 ‘절댓값’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많은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개념입니다. 학생들의 기준에서는요. 하지만, 유독 ‘절댓값 문제’라고 불리는 유형들에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이는 ‘절댓값’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절댓값이 뭐지?”라는 단순한 질문에 정의에 충실해서 대답하는 것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합니다. “원점에서 그 수까지의 거리를 절댓값이라고 해요.” 교과서에 나와 있는 정의에요. 거리라는 개념은 방향을 배제합니다. 거리를 재기 위한 시작점과 양을 정해주는 값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숫자에서 부호 뗀 것이요.”


절댓값은 음수를 배우고 난 후, 배우게 되는 데요. 따라서 아이들이 의 개념을 양수는 그냥 쓰면 되고 음수는 부호를 떼어내면 된다고 쉽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라는 부호에 초점을 맞추어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와 같이 문자로 표현되어 추상화가 되면 부호의 부재 속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절댓값 속에 있는 식이 다항식이 되면 그러한 혼란은 더 하지요. 부호가 없음에도 음의 값으로 정의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절댓값’이라는 정의를 서술된 문장에서 개념을 파악하지 않고 성급하게 문제에서 익히기 때문입니다. 처음 나오는 예시에서는 매우 쉽게 접근 할 수 있거든요. 숫자를 예로 들기 때문에 그야말로 부호가 없으면 그냥 쓰고, 부호가 있으면 없애면 되는 식의 풀이법을 머릿속에 넣게 되는 오류가 생깁니다. 절댓값의 개념을 거리로 이해하면 나중에 수직선에서 평면, 공간으로 확장되어도 혼동 되지 않습니다.


중고등과정에서 증명을 엄밀하게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암기를 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중학과정에서 증명은 상당히 어려워 합니다. 예전에는 중학교 2-2과정의 도형 단원들이 이러한 엄밀한 증명을 배우기 위한 단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수학을 배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이론을 전개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하지만, 그대로 가르치기에 학생들은 많이 어려워 합니다. 오히려 수학을 과도하게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 시킬 법합니다. 오죽하면 ‘공부에 왕도가 없다’라는 명언이 나오게 되었을까요. 따라서 최선은 아이가 잘 이해해서 나의 언어로 설명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식으로 전개하여 서술 할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우선 강조 할 것은 나의 논리로 모순 없이 설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왜?’ 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답을 역시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수학 공부법이라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공부하면 너무 많은 문제풀이의 연습이 필요 없게 됩니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수학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공부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그 길을 찾지 못하고 힘들어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의 페이스와 엄마의 페이스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얘기한 공부법은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며 쌓아가는 시간을요. 어쩌면 가장 빠른 공부법임에도 처음에는 가장 느린 공부법이기도 합니다. 느린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는 엄마의 불안이 있으면 아이는 해매일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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