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불안이 대치동을 먹여 살린다

중고 학모로서의 대치동 10년 생존기_1탄 (고등 엄마의 덕목)

by 부키

오늘은 선생님이 아닌 엄마로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저희 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대입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겨울 방학을 보내야 했지요. 학기 중에는 거의 학원 수업을 받지 않기에, 방학 동안 여러 수업을 듣게 되는데요. 엄마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수업을 넣어? 말어?’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음이 바뀐다고 이야기 하지요. 저 역시 그러하다 생각해요. 하지만, 그나마 큰 아이들의 경험과 나름의 소신, 가치관이 있기에 고민의 시간이 짧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엄마가 얼마나 불안해하는가’에요.


처음 고등학생이 되면 내 아이가 부족하다 생각되어 느끼는 불안과 주위 잘 하는 아이들과 비교에서 오는 불안이 더해져 불안의 크기가 계속 커집니다. 온갖 종류의 불안을 학원 설명회에서 듣고 오게 되지요. 첫 아이 때는 학원 설명회를 듣기 위해 휴가도 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꼭 들어야 하는 설명회를 취사선택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실체가 ‘엄마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임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갖은 설명회에서 얻어 오는 정보들에 엄마들은 많은 도움을 받는다 생각합니다. 최소한 옆집 엄마가 이야기 해주는 ‘카더라’는 아니라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알아버렸어요.


학원에서 나오는 정보라는 것이 결국 엄마들이 학원에 전해 준 ‘카더라’의 도움이 크다는 것을요. 내가 전해 준 이야기가 어느 날 다른 설명회에서 그대로 인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부모들이 ‘학원에서 엄마들을 불안하게 해서 수업을 듣게 하고자 한다는 것’을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학원의 마케팅에 의해 수업을 듣게 되는 이유는 엄마의 불안이 그만큼 크고, 소음과 정보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도 경험이 없었다면 쉽게 선택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수업을 선택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가 많이 컸고, 아이 스스로 불안의 본질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입학 할 때는 엄마와 아이 모두 불안합니다. 사실 엄마의 불안이 아이의 그것보다 더 깊을 수도 있어요. ‘안하면 불안하니까’라는 지점에서 아이와 엄마는 함께 동의할 수 있어요. 효용성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심적인 안정을 위하여 대부분의 수업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넣은 수업이 실제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한 두 학기가 지나면 깨닫게 됩니다. ’엄마, 내 공부가 더 중요하고, 그럴 시간이 필요해요.‘ 사실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그에 맞서 결정을 내리기에는 불안과 함께 나름의 소음 섞인 정보가 많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러한 정보들은 아이들에게는 차단되고, 엄마들에게는 여전히 유효하게 됩니다. 엄마의 제안이 잔소리가 되는 시점이 오지요.


“제가 수업시간에 다 해줬는데, 아이들이 공부를 안해요..”라고 학원 선생님이 말씀 하십니다. 맞아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합니다. “엄마, 학교 공부 할 시간도 없는데 언제 해요? 그리고, 내가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그건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 거지, 학원 수업과는 상관 없어요! 제발 꿈 깨시라고~” 물론, 이 말을 믿으면 안된다는 것을 엄마들은 잘 압니다. 그럼에도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다만, 결정적으로 꼭 해야 하는 수업은 하도록 해야지요. 불안을 넘어서 엄마의 의지와 소신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아이에게 불안으로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의 불안을 강화 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엄마도 자신의 불안을 메워서 깊이를 낮추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없앨 수는 없겠지요. 다만, 불안의 실체를 알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해요.


정보를 잘 정리하며 정제시키고, 되도록 감정을 배제하며 필요한 것들을 판단하는 것.

고등 엄마로서 가져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일 듯합니다.




여전히 너무 어렵군요.


저는 위의 두 아이들의 대학 입시에서는 원서를 한 두 장만 썼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용감함을 넘어 무모하기 까지 했다 생각합니다.


몇 년간을 고등 자녀의 학부모로 살아보니 보다 집중하고 힘을 써야 하는 것이 어디인 줄 알 것 같아요. 막내는 원서를 아주 많이 쓸 생각입니다. 아이가 싫다 해도 잘 설득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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