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천사, 해에게서 소년에게
어제는 비가 그치고 해가 나는 오후였어요. 맑게 개인 하늘의 구름이 절로 미소 짓게 하는 그런 오후였습니다. 늦은 오후에 남편과 함께 운전을 할 일이 있었어요. 가는 길은 남편이 운전하고, 내려 준 뒤 제가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엄청, 여러 번 다닌 길이라 전혀 낯설지도 주의할 것도 없는 그런 길을요.
"여기서 나가야지!"
자동차 전용도로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3차로에서 차를 주행시키고 있어요. 도로바닥에 초록색, 분홍색으로 표시하여 길을 유도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못 보고 가더라고요.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서 겨우 빠져나왔어요.
한강다리를 건너는 데, "여기가 아니지! 하나 더 가야지요!"
엉뚱한 곳에서 나가려 하더라고요. 남쪽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북쪽 방향으로 나가려 하는 것을 겨우 제자리로 만들었어요. "오늘 이상하네~ 정신 차리셔!" 비가 오고 갑자기 날이 개어 눈이 부셔서 그랬을까요? 파랗게 펼쳐진 하늘이 집중을 방해했을까요?
"여기는 직진 금지예요! 옆의 차선으로 가야지! 처음 오는 길도 아닌데..." 의아할 수밖에 없었어요. '착각했다' 이야기하지만, 고작 15분 남짓 오는 길을 이렇게 여러 번 착각할 수 있나? 아니, 그래도 되나? 하는 의문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짝 걱정이 되면서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밖에요.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많은 일이 나의 의지로 이루어지진 않아요. 운전도 어떤 경우에는 습관이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운전 습관이 있지요. 금방 4차로에서 빠져야 하는데, 굳이 1차로에서 주행해야 하는 우리 남편, 하지만, 저는 아주 일찌감치 차선을 확보하는 편이거든요. 조금 밀리더라도 미리 차선 변경해서 편하게 운전하자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면 어떤 습관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갑자기 튀어나오는 오작동입니다. 머리를 비운다는 것은 다른 것을 채움이 아니라, 지금 있는 것에 더 잘 집중하기 위함 아닐까 생각했어요. "머리가 너무 복잡하니 안 하던 실수를 하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내리는 남편에게 살짝 언질은 했지만 잘 알아들을 상황이면 착각하지 않았겠지요. 습관의 영역인 운전에서도요. 습관을 잘 운용하여 생활의 실수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것이 나이 들며 하는 경험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봐요.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할 때 저는 라디오를 잘 들어요. 집에 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는데, 익숙한 목소리의 DJ가 방송에 나옵니다. 응? 윤디? 언제부터 윤도현이 다시 라디오를 했지? 반가운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이 나왔어요. '어디에서 들은 거지? 세련된 느낌이 팝인가?' 하는 순간, 성시경의 '미소천사'임을 알았습니다. '앗, 미소천사잖아~ ' 최근 TV 프로에서 봤던 그 가수의 모습이 겹치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다 생각했어요.
이어서 나오는 곡은 넥스트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마왕 신해철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했습니다. 저는 '대학가요제' 시절을 기억해요. 무한궤도의 신해철이 저의 가장 선명한 기억입니다. 그날의 '그대에게'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해에게서 소년에게'도 1997년 11월에 발표된 곡입니다. '그대에게'만큼은 아니어도 연식이 오래되었어요. '미소천사'는 2001년 4월 발표되었네요. 두 곡 모두 20년은 훌쩍 넘은 곡들입니다.
물론, 아직도 비틀스, 퀸의 노래를 듣습니다. 요즘 세대의 감성과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음악과 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많은 주체들이 아주 젊은이들은 아니라는 것이에요. 4050 세대들이 인구 구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그들이 즐기고 누렸던 정서와 문화가 지금도 유효함을 많이 느낍니다. '임영웅' 같은 트롯 가수가 최고의 찬사를 받는 이유와 같을 거예요. 문화라는 것이 무조건 시간이 흐름과 함께 변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책 한번 써봅시다>에서 장강명 작가는 50대 이후의 작가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럴만하지요. 숫자로도 많고요. 여러 여건이 그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판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힘을 갖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고요. 낭만, 여유 등의 단어들과 어울렸던 세대이기도 합니다. 치열했던 80년대를 보내왔지만 이는 대의명분을 위함이라 더욱 낭만을 따질 수 있거든요. 결핍과 불평등이 나의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공유하는 세대였기에 '연대감'을 알게 된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 시대의 노래가 아직도 유효하게 꽤 많이 라디오에서 나오고 있어요.
그 세대의 일원인 저 역시 그렇게 살아보려 이곳에 있으니까요.
여전히 유효한 노래가 있습니다.
정리하고 버려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모두가 유효하길 바라면 안 될 거예요.
비우지 않고 채우기만 하는 것은 오작동을 일으킬게 분명해요.
지금은 비우고 버리고 끊어내는 때라고 합니다.
동의해요.
이제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