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랜딩에 도전하다.
고 이어령 교수님의 책 '미지막 수업'에 나오는 문장이 있다.
"너 존재했어? 너로서 존재했어?"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 많지만, 그중 가장 많이 인용하고 기억하는 문장이다.
내 나이쯤 되면, 이제 노후에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들도 얼추 다 키웠고, 특별히 나를 필요로 하는 곳도 없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은퇴하게 되면 그 생각은 더 해진다.
2년 전 코로나를 핑계로 은퇴를 하였을 때는 '이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야지!'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밀린 드라마를 봐야겠다. 이런 게 사는 거지! 슬의생도 못 봤고, 응답하라 시리즈도 하나도 못 봤는데...!' 아들이 가입하고 엄마가 돈을 내던 넷플릭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못 본 것이 많네..' 그렇게 유유자적 소파와 한 몸이 되는 시간이 이어졌다.
'제대로 식물을 키워야겠어. 다육이도 예쁘지만, 고사리도 너무 예쁜데. 호야들도 엄청 종류가 많네!'
식물 관련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서 고가의 수입 식물을 들인다. 새로운 세상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동네 화원이나 시장에서 사 오는 화분이 대부분이었는데, 수입하는 식물은 눈에도 예쁘지반, 희귀성을 갖고 있어 나중에 식테크도 가능하다고 하니 잘해보자 다짐했다.
'취미 생활도 가져야겠어. 그림 배워야겠다!'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시간대의 문화센터 수업을 등록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보태니컬 아트, 평소 식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제격인 그림 그리기였다. 더군다나 연필과 색연필로 시작하니 부담도 적고 확장성도 좋아 보였다.
'애들 키우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야겠어!' 새로운 다짐이 생겨서 친구들에게 연락한다.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만나게 된 친구들은 여전하지만 새로웠다. "시간이 가도 그대로네! 요즘 어떻게 지내?" 몇 년 전만 해도 남편 승진, 아이들 진학 등으로 화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그런 것도 심드렁 해지는 때다. "남편 잘 나가는 게 내가 잘 나가는 거냐? 각자 잘 사는 거지.", "대학 좋은데 가면 뭐해... 할 일 없다고 저렇게 빈둥거리는데... 더 답답하다. 알아서 하겠지!"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친구들도 이젠 각자의 가족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나도 되는 시간들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 뭐 재미있냐?" 다시 묻고, 온갖 대답이 들려온다. "교회 성가대 시작했는데, 재미있다.", "중국어 공부하거든. 나중에 여행 가자.", "운동해봐! 골프가 재밌더라고!" 이제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한다. 이제야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그리고 구체적으로 시작되는 고민,
나중에 뭐하고 살지? 맨날 드라마 보고, 식물 키우고, 그림 그리고, 친구 만나고...
이 정도의 일들도 바쁘게 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정의해보았다.
나의 노후대비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노후 대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노후 대비 자금 확보 / 무료한 생활을 하지 않을 취미나 일거리를 의미한다.
지속적으로 수입이 발생할 시스템을 만든다. 액수가 크고 적음이 아닌, 지속성에 초점을 둔다.
아이들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경제적 의존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스스로의 삶을 이끌지 못하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짐을 하나 더 지우는 것이다.
"엄마 심심해, 엄마랑 놀아줘!" 이런 철없는 엄마는 안된다.
뭔가를 시작하고자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 오른 것이 공부하는 엄마였다. '내가 한 공부했었지!'라며 농담 반 진담 반 공부를 하겠노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공부와는 다른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것만 알겠다. 그리고 그 공부가 결국 나란 사람을 세상에 남기기 위한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나로서 세상에 존재하기'
요즘 MZ세대들에게 퍼스널 브랜딩이 유행이다. 마케터들이나 쓰는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개인화하여 사용한다. 코로나 이후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이동되면서, 새로운 도구들과 연결이 시작되었다. 온라인에서 공부하고 커뮤니티 활동도 한다. 나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나를 대신하여 활동하게 한다. 부캐를 만들어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할 수 있다. 나를 이끌고 사는 셀프 리더십이 필요한 세상이 왔다.
엄마도 그렇게 하면 안 되나?
결국, 나를 세상에 남기는 셀프 리더십, 100년에 걸쳐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 숙제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살아가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엄마가 되기는 싫다.
나를 브랜딩 한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신념과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갖고 나를 발행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나를 키우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내가 노후를 살아내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노후 대비 일 것이다. 그 첫 번째 도전이 브런치 작가 되기였다.
노후를 살아가기 위한 엄마의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
세상에 '나로서 존재하기' 위한 시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