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봉투를 접으며 떠오른 단어

by heelight

새 돈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설 아침, 아이들을 위해 봉투를 펼쳐 조심히 지폐를 넣는다. 구겨지지 않게 모서리를 가지런히 맞춘다. 종이 한 장이 손끝에서 반듯해지는 동안, 마음도 따라 정돈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문득 엄마의 손이 떠올랐다. 결혼 초에도, 아이들이 하나둘 태어났을 때도, 어김없이 건네주시던 그 봉투. 봉투 안에는 늘 새 돈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았다. ‘원래 그런 것’처럼. 감사함은 익숙함 속에 눌려 천천히 옅어졌다.


올해는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멀리 있으니 이해해 주시겠지.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아이들 몫을 봉투에 고이 넣는 이 짧은 순간에 지난 설날들이 한꺼번에 겹쳐졌다. 아… 엄마는 매번 이런 마음으로 봉투를 준비해 오셨구나. 혹시 모자라진 않을지 살피고, 미리 은행에 들러 새 돈을 챙겨두고, 그걸 또 한 번 반듯하게 접어 넣었겠지.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 말없이 건네던 사랑.


설날의 봉투는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접어 올린 누군가의 순애보였음을— 이제 알 것 같다.


#엄마 #설날 #가족 #세뱃돈 #기록




설날 아침, 새 돈을 봉투에 넣다가 문득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건네진 봉투 속엔, 돈보다 먼저 접힌 마음이 있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