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의 곁

by heelight

분홍색 등대 난간에 손을 얹고 서 있다.
밀짚모자챙 아래로 바다가 끝없이 밀려온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다가왔다
프레임 속 웃음만 남기고 다시 돌아간다.
나는 늘 이 자리, 굳건한 청동의 시간이다.


바람이 먼저 와 어깨를 스친다.
휘, 하고 공기를 가르면
뒤이어 파도가 방파제를 때린다.
둔— 묵직한 부딪힘 뒤로
하얀 거품이 사각사각 젖은 소리를 내며 흩어진다.



고개를 들면
갈매기 한 마리가 수평선을 가로지른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하얀 날개.


나는 제자리에 멈춘 채
그 투명한 궤적을 따라 눈을 보낸다.


발밑엔 테트라포드,
앞에는 넓은 바다.


사람은 스쳐 가고
바람은 다시 돌아온다.


떠나지 않아도
이 바람의 길 위에 서 있다.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수평선의 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