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대화

by heelight

사람들로 붐비는 빵집이었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사방에서 말소리가 겹쳤다.

누군가의 웃음소리,

쟁반 위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

여기저기 섞인 웅성거림.

어느 순간부터는 대화를 듣는 게 아니라,

그저 소음의 파도 속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시선이 우연히 한 중년 남자의 손에 머물렀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손.

공기를 가르는 짧고 분명한 동작들이,

서로를 또렷이 찾아가고 있었다.


아, 수어구나.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데,

정작 가장 또렷한 대화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들은 허공에서 흩어졌지만,

마음을 실은 대화는 그 손끝에서 더 선명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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