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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미스타 Nov 11. 2024

엄마의 인공위성

수포


예전에는 아무리 열받고 우울한 일이 있어도 입맛이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주변 누가 일 하느라 귀찮아서 밥 한 끼만 굶었다고 해도 바로 '밥을 먹어야 힘이 나지~ 밥 먹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내가, 최근에는 입맛이 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혼자일수록 더 제대로 차려서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아도 전부 종이를 씹는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하는 것들이 다 회색으로 보였다. 


''내일 볼 수 있어?''

''나 또 수포가 올라와서...''

''아무리 입맛 없어도 밥은 먹어라. 면역력 더 떨어진다.''

''나는 이유도 모르고 매일같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원인도 없다고 하고 다시 아프면 또 오래. 아파서 병원에 가면 또 소염진통제 며칠분 처방해 주는 게 끝이야.''


매일 매시 매분 매초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집에 왔다갔다 하면서도 달리는 신천대로 어디쯤 부딪혀야 나 혼자만 죽을 수 있는지 계속 생각했다. 하지만 걱정하는 친구에게 전화통을 붙들고 나 지금 죽고 싶다고 할 수는 없어서 겨우 몇 마디 꿍얼거리다 전화를 끊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하게 살고 있는 걸까. 이게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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