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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미스타 Aug 03. 2024

2월 27일


격리병동에 입원해 있는 엄마의 혈중 산소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갑자기 어떻게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연락이 왔다. 


사실 얼마전부터 어렴풋이, 아니, 사실은 진지하게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만약에, 진짜 만약에, 엄마가 정말 힘든 상황이 되면 억지로 연명하는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엄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말을 꺼내고 우리도 동의는 하고 있었지만 나는 사실상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힘든 몇 차례의 큰 수술과 몇 년간의 항암, 방사선 치료를 거듭하며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에도 다시 힘차게 살아 돌아온 사람이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 손으로 직접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는 것을, 나는 병원 장례식장 사무실에서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 중에 뒤늦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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