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마실 Apr 24. 2019

스웨덴어도 r, l은 어렵다

스웨덴어 발음 3차 적응기

인턴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주로 한일은 직업 지원 (스웨덴어, 영어로 된 직업 모두 지원을 하고 있다), 구글 애널리틱스나 파이톤, 인디자인 같은 스킬, 그리고 언어 익히기이다. 직업 지원은 생각하기, 고치기의 반복이고 스킬은 영어나 한국어로 된 강의라 멍 때리며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어는 적은 양을 보는 것 같은데도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고, 또 가장 힘들다.



Kan du svenska? (Can you (speak) Swedish?)

스웨덴으로 유학을 결심, 또 스웨덴에서의 취업을 희망하고 난 후 '스웨덴에 왔으니 당연히 스웨덴어쯤은 해야 하지 않겠어?'라는 이민자라면 가져야 할 당연한 생각과 '스웨덴어는 그래도 불어보다 쉽잖아'라는 가벼운 마음 가짐으로 스웨덴어를 배워나간지 이제 거진 2년이 다돼간다 (스웨덴어는 2017년 6월에 본격적으로 시작). 중간에 아예 놔버린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내 목표를 위해 (스웨덴어로 일하기) 꾸역꾸역 해 나아가고 있다. 3개월 간의 인턴십도 스웨덴어로 한 만큼 이제 스웨덴어로 진행되는 회의는 문제없이 알아들을 수 있고 쓰고 말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문제없이 할 수 있다'는 '완벽한 수준'은 정말 다르다.


내 주변 스웨덴 사람들은 외국인의 스웨덴어 실력을 매우 후하게 평가했다. 스웨덴에 온 첫 1년 동안 살았던 학생 기숙사 친구들은 내가 마구잡이로 뱉은 스웨덴어에 모두 '와우', '잘한다 (Så duktig)'라는 찬사를 보내줬다. 스웨덴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난 후 1년 후 실수를 하거나 스웨덴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표현을 할 지라도 할 말은 할 정도가 됐을 무렵, 주변 스웨덴 친구들 및 동료는 베리굿, 진짜 잘한다 (Jättebra! Så duktig)를 외쳐주었다. 이런 일은 나만 겪는 게 아니었다. 최근에 스웨덴으로 온 친구 역시 (시트콤에 나올 법한 친구들을 하메로 뒀다) 자신의 스웨덴어에 다들 엄지 척! 을 해준다고 말해줬다.


하여튼 이런 스웨덴 사람들의 엄지 척! 은 나의 어깨가 성층권을 뚫고 나갈 정도로 우쭐하게 해 줬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ToI-YtTiHM

홍진영 님의 엄지 척! (Thumb up) / 뮤비에 나오는 분들이 엄지 척할 때마다 칭찬해준 동료들 얼굴이 자꾸 대입된다



음, 그렇지. 우쭐하게 해 줬었지. 이젠 소용없는 말이다. 동료분들과 친구들의 칭찬은 고맙지만, 지금 칭찬을 생각하면 그냥 유입된 지 얼마 안 된 이민자 (*스웨덴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 내 인종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진 배경 때문에 날 이민자로 보는 것이다)의 노력을 기특하게 보고, 격려를 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비영어권 국가 중 국민들이 세계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국가 1위를 할 정도로 국민들의 영어 유창성이 높다 (EPI Index, 2018). 좋은 점은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세무서, 이민청, 은행 등 처음 외국에서 생활을 시작할 때 가야 하는 중요한 기관들을 가더라도 영어로 일처리가 가능하고 친구를 사귀더라도 모두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심지어 운전면허증도 영어로 시험을 볼 수 있고, 시민권을 딸 때도 스웨덴어 실력이 필요가 없다 (한국, 미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는 시민권을 딸 때 해당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에 대한 특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요구한다). 이처럼 영어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라 많은 이민자들은 스웨덴어를 배울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해서 스웨덴에서는 영주권, 시민권자들이 스웨덴어를 못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일 것이다. 스웨덴어를 배우려고 아등바등하는 이민자들을 엄마, 아빠 미소를 지으며 좋게 봐주는 것은...



Förstår du min svenska? (Can you understand my Swedish?)


처음 스웨덴어를 배울 때, 난 정말 기뻐했다. 스웨덴어는 영어랑 문법구조가 완전 똑같은 수준이고, 다른 언어랑 겹치는 것도 많았기 때문. 가끔 독일어나 네덜란드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초보반에 들어왔다가 한 달 만에 특반에 갈 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지만 (스웨덴어는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을 모국어로 가지는 사람에겐 매우 쉽다. 덴마크어, 아이슬란드어, 특히 노르웨이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그냥 사투리를 배우는 수준이다) 그래도 비교적 쉬운 문법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스웨덴어 문법이 쉬운 만큼 쓰고 읽는 것은 빨리 늘었다. 듣기야 스웨덴 발음, 단어만 알면 되니,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문제없는 수준이 되었다. 말하기의 경우, 나는 일단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말을 마구 하는 타입인데도 불구하고 (발음이 고역인 불어를 배울 때도 읽기 > 말하기 > 쓰기 > 듣기 순으로 잘했다) 스웨덴어 말하기는 특히 어렵다. 


스웨덴어 모음은 a, e, i, o, u, y, å, ä, ö이고 모두 영어랑 발음이 약간 식은 다르다. 그래서 처음에 모음 연습할 때 많이 당황하게 된다. 모음이 어려운 만큼 내가 다녔던 스웨덴어 초급 교실에선 모음 연습을 엄청 시켰다. 다른 어려운 자음 발음도 있지만 (Växjö - 도시 이름, sjuksköterska - 간호사, 뭐든지 ö발음과 합쳐지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이런 발음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빨리 익혔는데, 이런 나에게 지금까지 어려움을 주는 발음은 바로 r, l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6kLDD5B9pA

스웨덴어 r,1, ö, u, g 발음을 듣고 싶으시면 1분 18초부터 보세여...


처음 시작은 r이었다. 스웨덴어의 r은 그냥 평범한 r 발음 (영어완 다르지만 그래도 할 만하다)과 r발음 굴리기 (Rolling r, 흔히 알고 계시는 아르르르르르를르르)가 있다. 그냥 r은 거의 모든 동사의 끝을 장식한다 (Pratar, bor, köper, tar, etc.). 이런 단어들은 쉽다. 그리고 이상하게 해도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중간에 있는 r, 혹은 r이 두 번 들어가는 단어들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말을 천천히, 강하게 할 때 조금씩 r 발음을 굴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을 위해 발음을 천천히 또박또박 하시는 스웨덴어 선생님들에게서 r 롤링을 많이 들었다. 나 역시 처음 SFI (Swedish for Immigrants)에 갔을 때 선생님이 r 롤링을 강하게 하는 것을 들었다. 바로 아랍어 (arabiska) 발음이었는데, 친절한 선생님은 나에게 따라 하라며 A rrra bis ka라고 천천히 발음하셨고, 난 하나도 따라 하지 못하고 소리만 올려댔다. 발음을 못한 그 날부터 혼자 걸을 땐 무조건 아ㄹㄹㄹㄹ라비스카를 외쳤고 약 1주일 만에 롤링을 성공했다. 보통 롤링 r발음은 r이 단어 앞자리에 오는 것보단 단어 중간에 있는 것이 많고, 또 후자가 더 따라 하기 쉽다. r발음이 어려우신 분들,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l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영어의 l보다 가볍고, 뭔가 이응 (ㅇ) 발음과 구분하기 힘든 게 단점이지만, 그래도 문제가 된 적이 없던 자음이다. 문제는 r과 l이 섞일 때이다. 스웨덴어 발음 특성상 이 둘이 만나면 매우 힘든 발음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l과 r이 만나는 단어가 많다. l은 혀 끝이 치아 뒤 입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하게 발음하면서 ㄹ소리로 끝나면 안 되고, r은 롤링을 하듯 힘을 줘야 하니 l도 r처럼 나올 때가 많다. 내가 여태까지 가장 많이 반복했던 단어들도 다 r과 l이 들어간 단어들이다. 어제는 친구님의 지도로 한밤에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skrivregler (영어로 치면 writing regulations)를 반복했다. 


발음을 익히려면 많이 듣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특히 남자 친구 (웁살라에서 오래 살아 그런지 표준 발음에 가까운 스웨덴어 구사), 언어학 공부한 친구 (웁살라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친구, 웁살라 발음이 스웨덴어 표준 발음이라 익히면 편하다)를 붙잡고 많이 물어보는 편인데 걔네들이 좋은 의도라도 이름 모를 야릇한 미소를 지을 때면 부끄럽기도 하고 이것밖에 못하는 나 자신에게 가끔 화도 난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아쉬운 입장인 걸. 스웨덴어 오디오가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오늘도 스웨덴어 발음을 반복한다... 




***스웨덴어를 배우시는 분들 중 밑의 단어들을 완벽히 발음할 수 있는 분들은 r과 l발음을 마스터하신 겁니다.


1. Lördag

2. Tallrik

3. Rikhaltighet

4. Rimlig

7. Ramla

6. Kålrot

7. Skrivregler

8. Rally



배경 출처: https://bit.ly/2viHeKn

작가의 이전글 스웨덴 직장문화 : 육아 휴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