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숲마실 Apr 11. 2019

스웨덴 직장문화 : 육아 휴직

인턴의 눈으로 보는 스웨덴 직장 2

나의 인턴 생활은 전에 끝났다 (3월 14일). 실제 인턴 기간은 약 3개월밖에 안되지만 (8월 20일 - 9월 14일, 1월 14일 - 3월 14일) 내가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도 같이 일하고 (약 1개월) 중간중간 연락을 하고 지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나는 회사, 특히 우리 팀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알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아무래도 일하는 동료들의 복직 및 휴직이었다. 


내가 속했던 팀은 (부서는 따로 있다), 나를 포함하면 멤버가 6-7명 정도인 팀이었는데 (우리 팀을 포함, 다른 팀을 모두 총괄하는 소부서가 있는데 소부서장님은 따로 포함), 내가 처음에 일을 시작했던 8월 중순과 지금 팀 구성이 많이 다르다. 그 이유는 바로 많은 사람들의 휴직! 특히 육아 휴직 때문이다. 



스웨덴의 육아 휴직에 대해 살펴보자

스웨덴어로 육아 휴직은 Föräldraledighet (Noun, 형용사는 föräldraledig)이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부모 휴가이다. 사실 이 단어보단 보통 Mammaledighet, pappaledighet이라고 하는, 즉 엄마 휴가 그리고 아빠 휴가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인다. 스웨덴의 경우 총 1년 반 (480일)의 육아 휴직 기간이 주어지고, 엄마, 아빠가 각각 240일을 쓸 수 있다고 나온다 (https://www.babyhjalp.se/ledighet/). 육아 휴직 기간은 엄마 아빠가 서로 조정할 수 있지만 (사정에 따라 한쪽이 더 많이 쓴다는 뜻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엄마 아빠 모두 최소 60일 이상은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 산모의 경우 출산 예정일 60일 전부터 휴가를 쓸 수 있는데 (https://www.unionen.se/nu/pappaledig?gclid=CjwKCAjwvbLkBRBbEiwAChbcke2PRhZb98MgdaYUpCbMFpW0HxaYb5C3vPAAmQTLbkhGH570Z7MnIhoCW4oQAvD_BwE), 유급 휴가라고 해도 보통 월급의 100 %가 주어지는 게 아니라서 쓰는 사람도 있고 안 쓰는 사람도 있다. 작년 12월에 다른 팀에서 우리 팀으로 합류한 회사 동료는 3월 말 - 4월 초가 출산 예정일인데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해서 내가 인턴을 그만둘 때까지도 계속 일을 하셨다 (엄청 건강하신 것 같은 게, 아직도 트레이닝을 한다고 한다). 난 육아 휴직 제도를 알고 나서 처음에 아빠가 60일 이상 쓰는 게 사실일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정말 그렇다. 내가 인턴십을 시작했던 8월에 아예 없었던 남성 동료 (동료 J)가 있는데, 그분이 바로 출산 휴가를 쓰신 분이다. 내가 9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인턴을 쉬었기 때문에 언제 복귀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만두기 전에 아가와 함께 회사를 찾아와서 자기 일을 대신하고 있는 동료와 피카 (FIKA, 커피 및 디저트를 같이 먹는 스웨덴식 문화)를 하면서 업무에 관한 팁을 주고 간 것은 확실히 기억난다.


육아 휴직을 하면 얼마를 받는지는 사람마다 조건의 차이가 있지만 확실한 건 육아휴직을 쓰고 처음 6개월은 월급의 90퍼센트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다음부턴 그 사람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하겠다.



육아 휴직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동료들 이야기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아예 회사 일을 하지 않고 100% 육아 휴직을 쓰는 경우이고 이제부터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우리 팀 남성 동료들 (어쩌다 보니 모두 남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우선 최근 육아 휴직을 썼던 동료 J! 동료 J는 내가 인턴십을 다시 시작한 달인 2019년 1월에 만날 수 있었는데, 이 동료는 원래 근무시간의 80%만 일하고 있다. 참고로 스웨덴에선 보통 근무 형태를 설명할 때 %로 설명을 많이 하는데, 100%는 풀타임 근무, 즉 40시간이고 (보통 8-9시부터 시작해 16-18시에 끝난다), 80%면 32시간이다. J는 월화수목만 나오고 금요일은 아예 쉬고 있으며, 월화수목도 아이의 영향인지 항상 엄청 일찍 일을 시작하고 엄청 일찍 집에 간다. 


사실 근무 시간만 제대로 채우면 이것도 상관이 없는 게, 보통 스웨덴 직장은 9시부터 15시까지는 웬만하면 무조건 사무실에 있어야 하고 나머지 시간은 본인 스케줄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제도를 참으로 좋아해서 7시 45분까지 사무실에 가기 위해 엄청 노력했는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빨리 집에 가니까 후후후) 일찍 갈 때마다 항상 J가 먼저 일을 하고 있어서 많이 놀랐다. 물론 웁살라에 사는 나보다 스톡홀름에 사는 J가 빨리 출근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직장이 스톡홀름에 있었다. 우리 집에서 직장은 왕복 140킬로) 대부분 8시 반에서 9시에 출근을 하므로 나보다 출근을 빨리하는 동료들을 보면 신기했다. 여하튼! J는 빨리 온만큼 퇴근시간이 빠른데, 보통 3시에서 3시 반에 퇴근을 한다. 


그다음은 동료 D! 이 분은 동료라기보다 나의 멘토이시고, 우리 팀에서 리더 포지션을 담당하신다. 이분은 두 명의 자녀가 있는데, 한 명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한 명은 Förskolan (보육원 + 유치원 느낌)을 다니고 있다. 이분은 리더인 만큼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이 일을 하시고 팀 회의에도 항상 참여를 하시는데 이분의 사정 때문에 지금 우리 팀의 모든 회의는 오후 3시 전에 한다. 이분은 모든 업무를 3시 45분까지 마치고 퇴근을 하시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 어린이집 개념인 Dagis는 보통 16시에 끝나는데, 그 때문에 15시 반부터 16시 사이의 도로 사정은 매우 혼잡하다. 이분도 역시 16시에 아이를 하원 시키기 위해 일주일에 4일은 3시 45분 전에 나가신다. 이 분은 사무실에 오래 앉아계시진 않지만 그 대신 집이나 다른 곳에서 일하신다 (17시나 18시, 혹은 오전 8시 전에도 메일을 보내주심). 



육아 휴직을 쓰면 그 사람이 하던 일은 누가 하나?

스웨덴은 육아 휴직을 쓰더라도 그 사람이 정직원 (Permanently hired)라면 그 사람의 자리를 무조건 지켜줘야 한다. 또한 이 사람들이 육아 휴직을 쓸 동안 이 사람들의 공백이 다른 동료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통 Vikarie를 고용한다. Vikarie는 대체 인력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육아 휴직이나 장기 휴직을 쓴 사람들의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용한다. 그래서 보통 일자리를 지원할 때 그 포지션이 Vikarie 이면 단기직이라는 뜻이다. 사실 Vikarie 가 단기직이라서 회사나 구직자 입장에서 안 좋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엔 회사 입장에선 Vikarie를 채용하고 나서 그 사람이 어떤지 지켜보고, 그 사람이 맘에 들고 상황이 맞으면 정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어서 좋고 (스웨덴에서 정직원에 되면 회사 입장에서 자르기가 매우 힘들다) 구직자 입장에선 Vikarie가 정직원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여서 좋다. 실제로 같은 프로그램을 공부했던 친구는 1년짜리 Vikarie 자리에 들어가서 나중에 결국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작년 8월 일을 했을 당시 우리 팀 내 Vikarie는 1명이었고 (육아 휴직을 낸 동료 J를 대신했다) 그분은 작년 말에 그만두고 (유급 휴가까지 제대로 다 쓰고 나갔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하고 계신다. 지금 우리 팀에는 다른 이유로 장기 휴직을 한 동료 세 명을 대신한 Vikarie 2명이 있고, 이제 곧 출산 휴가를 떠나는 동료를 대신해서 한 명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아이가 생기더라도 내가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스웨덴의 이러한 정책은 일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할 예정이거나 육아휴직 후 복귀해서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니 스웨덴이 괜히 스웨덴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출산 휴가를 내는 여성들에게 권고사직을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대부분 기사를 통해 본다). 무엇보다 출산 휴가에서 돌아오면 회사에서 대놓고 압박을 주며 퇴사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힘들다는 글들도 만만찮게 보인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744816&memberNo=37258633&vType=VERTICAL). 


스웨덴의 분위기는 정말 많이 다르다. 정직원이라면 당연히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권리가 주어지는 거고, 아무도 이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파트너와 사는 친구들이 정말 많은데 (가족계획 세우는 친구들도 있다), 아무도 임신 및 출산을 자신의 커리어랑 연관 짓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싶다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스웨덴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더라도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이다. 나라도 이런 나라라면 결혼 및 가족계획이랑 일을 연관 짓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스웨덴에 온 지 3년도 안됐고 스웨덴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은 나지만 (어려움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전보단 훨씬 낫다), 스웨덴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하자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웨덴의 이러한 정책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 주변 친인척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일을 포기하고 전업 주부가 되는 것을 많이 봤다 (공무원 제외). 그분들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만 돌아가는 구조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게 내 커리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외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민을 꿈꿨다. 지금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지만 (스웨덴은 한번 취업시장에 들어가면 안정되는 만큼 진입이 힘들다) 초기 이민자에게 어려움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 후에 직접 겪은 스웨덴 육아휴직 후기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날을 고대하면서 취준을 해야지! (ㅠㅠㅠ). 


*취업 준비 중이라 많이 바쁘지만 좀 더 자주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웨덴 관련 궁금한 주제가 있다면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Credit: Babybjörn carrier, photo by Melker Dahlstrand (Imagebank Sweden)


작가의 이전글 다시, 스웨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