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는 주로 저의 개인 이야기나 소회를 밝히는 글을 써왔는데요,
'내가 잘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것도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애초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이런 내용을 담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흠흠)
원래는 MBTI나 버크만진단 등 개인과 조직의 심리 성격 유형을 다룬 이야기들을 먼저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며칠 전 장기(?)로 진행된 시설 회계 컨설팅을 마무리 지으면서 상경하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던 중 굉장히 즉흥적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블로그를 열어서 이와 똑같은 주제로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오늘 첫 번째 포스트를 올려두고 나니 또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니... 이 좋은 주제를 블로그 한 군데서만 쓰고 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나에게는 브런치라는 굉장히 좋은 공간이 있지 않은가!!
네.
그래서 블로그에 업로드하고 있는 글을 브런치에도 함께 올려야겠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 저는
이렇게 또 굉장히 즉흥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브런치 안에서 저는 저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쓰고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15년 동안 열심히 일해오며 나름의 전문성을 길러온 사람입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라는 몹시 이상적인 이유로 사회복지판에 들어왔지만
제게 처음 배당된 주요 업무는 재무·회계와 행정을 다루는 일.
그 이후부터 재무·회계 업무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저를 계속 따라다녔어요.
(사실... 저는 숫자와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이랍니다. 이건 나중에 버크만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확실히 보여드릴게요.)
그렇게 15년 동안 켜켜이 쌓인 숫자와의 악연(?)은 저를 "전문가"로 만들어줬고, 그 덕에 지금은 후배 사회복지사님들을 대상으로 재무·회계 업무에 관한 강의와 재무·회계 업무 컨설팅을 다닐 수 있게 되었죠.
저는 소규모 인원이 근무하는 곳에서 사회복지 일을 시작하였어요.
작은 시설에서 근무해 보신 사회복지사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현장이 얼마나 멀티플레이를 요구하는지.
사업만 구상하기에도 정신없는 와중에 입사 이전에는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각종 숫자들을 정해진 형식에 맞춰 정리를 해야 하는 일이라니.
그런데 어디 물어볼 곳은 없습니다. 그냥 제가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해요.
어쩔 수 없이 전임자가 해 둔 자료들을 바탕으로 꾸역꾸역 일을 하긴 했지만
대체 이게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하려니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요.
(TMI 1. 그녀는 "왜"를 해소하고 "근거"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음)
그래서 강의를 들으러 정말 많이 다녔었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 제 지식만 믿기에는 이 놈의 숫자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거든요.
간혹 시설장님께서 교육 가는 것을 마뜩잖아하시는 것 같으면 "교육 다녀와서 두 배로 일하겠다"며 호언장담을 내뱉기도 했었고, 기어이 못 가게 하시는 분위기를 감지할 때면 연차를 쓰고 개인 돈을 써서라도 하여간 어떻게든 갔었어요.
(TMI 2. 그녀가 실제로 장기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는 줄줄이 야근으로 업무 공백을 완벽히 채웠었음)
그렇게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모아 온 지식들을 바탕으로 업무에 필요한 자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이 업무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제 나름의 방식도 찾을 수 있었답니다.
쓰다 보니 제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아무도 관심 없으실 저의 업무 경력 이야기의 핵심은
입니다.
지금이 10월이니 한창 내년도 예산 작업에 착수하고 계실 것이고, 또 상당수 시설은 금년도 마지막 추경예산 작업까지 병행하고 계실 텐데 이 업무가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을 경우 이 과정들이 몹시 괴롭거든요.
누가 대신 좀 해줬으면 싶고.. 내가 이거 안 했으면 좋겠고 막...
이번에 컨설팅 나가서도 예산 작성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뤄드리긴 했었어요.
집합 교육 형태의 강의와는 달리 컨설팅은 시설에 직접 나가는 것이니 아무래도 강의보다는 관계자분들과의 스킨십이 높아서 좀 더 맞춤형으로 알려드리기 좋거든요.
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 알려드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저는 강의를 나가든 컨설팅을 나가든 확고한 저의 제1목표는 "최대한 쉽게,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알려드리는 것"이에요.
그나마 컨설팅에서는 저 목표를 이루는 것이 비교적 가능한 편인데 강의에서는 아무래도 제 생각처럼 강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초심자였을 때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의 니즈는
1. 관-항-목에 대해서 현실감 있는 예시들과 함께 어떤 때에 어떤 걸 쓰면 되는지를 알려주면 좋겠다
2. 지출 증빙 서류는 어떤 게 있으며, 어떤 케이스에 어떤 서류들을 첨부하면 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3. 예산이나 결산 어떻게 작성하면 되는 건지 매뉴얼처럼 알려주면 좋겠다
등 현업으로 돌아갔을 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굉장히 구체적인 내용들을 요구하시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복지 재무·회계 강의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강의를 해봐도...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해요.)
컨설팅을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었어요.
"강의"에서는 실무를 직접 알려드리는 것에 한계가 있고,
"컨설팅"은 실제 받을 수 있는 시설의 수에 한계가 있고,
내가 직접 커리큘럼을 짜서 강의를 개설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비용의 문제가 있고...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강의를 듣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공간을 활용하여 제가 현장에서 일을 하며 깨우쳐왔던 각종 업무 지식들을 초심자 분들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재무·회계 업무에 관해서 1도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이곳에 앞으로 올라올 글들은 "재무·회계 업무에 관해서 1도 모르시는 분들"을 기준으로 삼고 올릴 예정이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재무·회계 규칙 강의를 나갈 때 강의를 구성하는 순서대로 글을 올리고 싶긴 한데
(TMI 3. 그녀는 순서에 대한 집착이 좀.. 아니 많이 있음)
지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예산에 관한 내용부터 얼른 올리는 것이 현장에 계신 분들께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간 나는 대로 바쁘게 내용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름대로 거창하게 "프로젝트"라고까지 타이틀을 달면서 예고까지 하긴 했는데
과연 제가 얼마나 끈질기게 글을 잘 쓸 지도 스스로에게 의문이고,
또 제 글들을 과연 몇 분이나 봐주실 지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치만 뭐...
...
......
..........
일단 말을 뱉었으니 모든 건 이미 시작되었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