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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nect Oct 03. 2021

나의 스물아홉 모퉁이 이야기 - 히넥트의 시작 (상)

인생은 우연 그리고 조급함의 콜라보가 아니던가요

히넥트의 시작이 어디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즐겁고 재밌게 일하던 사내 카페를 그만둔 순간일까, 아니면 프랑스 워홀을 결심하며 구직 활동을 해보지만 잘 되지 않던 때일까, 그도 아니면 원래 하려고 했던 개포동의 공간을 할 수 없게 된 순간일까.


사실 히넥트를 하기 전 나는 사내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위해, 그것들을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카페에서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많이 어렸다) 즐겁게 다니던 사내 카페를 일하는 내내 내게 무례하게 굴던 친구와의 결정적인 사건으로 돌연 그만두게 되었고 나는 순식간에 백수가 되었다.


29살 1월의 끝, 예상치 못하게 백수가 된 나는 급하게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 마음 한 켠에는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나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워홀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선 알아보다가 내년이 프랑스 워홀을 갈 수 있는 마지막 나이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워홀에 필요한 비용과 델프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학원비 등을 벌 생각이었다. 힘든 생활일 거라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 편으론 설레기도 해서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하면서 그렇게 1년을 잘 버텨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이 전혀 구해지지 않았다. 내가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조건에 맞는 공고를 찾고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사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면접 프리패스 상이라(실제로 면접을 보면 90% 이상의 합격률을 보인다) 면접 연락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서류통과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혹시 설마 나이 때문인가 생각하던 순간 집에서 5분 거리의 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스스로 면접 프리패스상이라 자신하던 나는 자신 있게 면접을 봤고 깔끔하게 떨어졌다. 평소와 다름없이 면접을 봤다. 심지어 집에서 5분 거리였고 대화를 나눌 때 크게 걸리는 것이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만약 함께 일하게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최대의 기한이 지났고 나는 막막한 백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는 대뜸 내게 카페를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엄마 친구분의 건물 1층에 여동생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를 권리금 없이 인수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편하고 맛있고 비교적 깔끔(?)하다는 느낌에 카페에서 일했지만 내 공간을 차리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가 기대하거나 꿈꾸던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카페는 절대 안 할 거라고 말해왔었다. 그런 내가 마음이 많이 조급했던 걸까. 나는 길게 생각하지도 않은 채 내게 갑작스레 찾아온 인생의 우연을 조급한 마음으로 붙잡았다. 엄마에게 바로 카페를 해보겠노라고 이야기했고 엄마는 그럼 집에 가서 얘기하자는 말을 남기곤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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