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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흰둥 Jun 06. 2019

#05. 신나는 백화점 투어


첫 공주놀이를 마치고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돈 쓰는 재미를 또 봤다.

결혼 선배들이 해준 준비과정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바로 카드 걱정은 뒤로 하고 돈 펑펑 쓰기. 우린 “예물” 이란 명목 아래 결혼시장 자금 활성화에 적극 동참했다.

물론 신혼집 구하기와 같은 엄청난 고액은 아니지만 오로지 그와 나를 위한 고액 소비활동은 과도한 도파민을 분발시키기 충분했다.



우린 먼저 결혼반지 찾기 미션에 나섰다. 남들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반지보다는, 지하철 옆사람과도 커플이 될 수 있는 유명 브랜드 반지 투어를 했다. 디자인보다는 우리가 함께 보고 고르는 것에 더 의미를 둔 셈이다.

더욱 솔직하게 나는 이미 내 마음속에 저장해 둔 반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반지는 그의 손에도, 나의 손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고가의 반지가 이렇게 탈락된 건 비극일까 희극일까.


어쨌든 우린 다섯 군데를 더 돌아봤고 고심 끝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지극히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우리의 취향이 같음에 매우 감사했다.


이다음 진행됐던 시계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넓은 선택의 폭 중에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이 완벽 일치하며 한치의 오차도 없는 커플 템이 됐다.



우리는 가치관과 취향이 참 비슷하다. 그래서 연애 때 싸움 한번 없었고, 결혼 준비에 있어서도 큰 두려움이 없었다.

(이쯤에서 어쩌면 그가 나에게 맞춘 게 아닐까 라는 의심도 잠시 품어본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법. 우린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기 위해 사전에 각자 결심한 게 있다.


난 절제를,
그는 이해와 배려를.



싸움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여자는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틀에 갇혀 사치를 부리고, 남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입장에서 여자를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서른이 넘어가며 사라진 줄만 알았던 결혼 로망은 오히려 아는 게 더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서 더욱 복잡 미묘해졌다.


결혼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다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지나 보면 별 거 아니다. 한순간을 위한 과소비는 사치다. 결국 후회한다.


맞는 말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순간의 사치가 인생에 두 번 돌아올 수 없는 최고의 값어치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기혼자의 입장에서 팁 아닌 팁을 주자면, 남는 거에 투자하는 건 확실히 후회가 없다. 이를테면 결혼반지, 시계와 같은 예물이나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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