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꿈은 뭐였어?

엄마의 꿈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

by 희온

고요한 밤,

아이의 작은 숨소리만이 내려앉은 침대 맡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엄마 꿈은 뭐였어?”


요즘 들어 아이가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한창 사춘기가 시작될 때라,

세상이 궁금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하는 질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빛바랜 앨범 속 사진처럼 아득해진 어린 시절의 꿈,

미처 이루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가 멋쩍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러게, 내 꿈은 정말 뭐였지?”

라는 되물음이 낯설게 파고들어

스스로를 당황시켰기 때문일까요.

아이의 질문에 순간 멈칫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고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당혹감을 감추고 초등학교 시절 꿈 이야기를 했어요.


선생님께 제출하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했던

‘무난한’ 꿈 이야기였죠.


그런데 참 신기했어요.

아이와의 서툰 대화가 이어질수록,

제 안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아주 조금씩

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잊고 있던 무언가가 다시 숨 쉬기 시작하는 느낌이었죠.


며칠 전 그날 밤도 그랬습니다.

스탠드 불빛 아래,

잠결에 든 아이가 똑같은 질문을 속삭였습니다.


“엄마 꿈은 뭐였어?”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묻어두었던 마음의 조각을 비로소 마주할 용기가 생겼거든요.


“엄마는 아직도 꿈꾸고 있는데?”


제 대답에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습니다.


그 맑은 눈을 보며,

저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제 자신에게조차

솔직하게 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그리고 그 글을 엄마만의 그림과 글씨로 표현하고 싶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제 안에서 무언가 단단한 것이 부서져 내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스스로를 얼마나 많이 속여왔을까요.


‘작가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야’,

‘나는 그저 혼자 글 쓰는 삶을 살면 만족해’

라는 말들로 꿈의 크기를 억지로 줄이며 애써 외면해 왔습니다.


이루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과 체념이

용기보다 늘 한 발 앞서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에게

“엄마는 아직도 꿈꾸고 있어”라고 말한 그 밤,

놀라운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IMG_3710.jpeg 아이의 그림에 제가 글씨를 써보았어요:)


꿈을 이루고 못 이루고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것.


여전히 내 안에 꿈이 살아 숨 쉬고 있으며,

그 꿈을 향해 아주 느리지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제 삶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문득 아이의 백일잔칫날,

제가 직접 쓴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꿈꾸는 삶을 살기를.”


그것은 아이를 향한 소망이었지만,

어쩌면 제 자신을 향한 간절한 다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월의 더께에 잊고 살았던 그 다짐을,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로 제게 다시 돌려준 것입니다.


저는 그런 세상을 그려봅니다.


아이들에게 “네 꿈은 뭐니?”라고 묻는 대신,

우리 어른들이 꿈을 가지고

“내 꿈은 바로 이거야”라고

현재진행형으로 말할 수 있는 세상.


과거에 머무른 꿈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진행형의 꿈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 말입니다.


꿈은 꼭 완성되어야만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꿈을 꾸는 과정,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반짝입니다.


아이들은 그 반짝이는 뒷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빛을 찾아 나설 테고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오늘도 저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이 모든 순간이 제 꿈을 향한 진심 어린 발걸음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다시 묻는다면,

저는 언제라도 웃으며 대답할 겁니다.


“응, 엄마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어.”


IMG_3711.jpeg 우리 꿈꾸는 삶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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