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담장 아래

마음속에 작은 꽃이 피어나던 날

by 희온

담장 아래


하얀 담장 아래
해마다 장미가 핀다.


손톱만 한 꽃송이들이
제 몫의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피어난다.


나는 걷다 멈춰
그 담장 앞에 선다.


눈이 먼저 기뻐하고
마음이 뒤따라 웃는다.


작은 장미 한 송이로
마음에 햇살이 번질 때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담장 너머 누군가에게
문득 고마워진다.


당신의 장미가
얼마나 많은 걸음을 멈추게 했는지,
얼마나 많은 이의 하루에
작은 꽃을 피워주었는지—


말해주고 싶어진다.



5ED4D5D8-302D-4EE0-9CDF-89C66C3C50BA.jpeg 담장 밑에 핀 장미는 주인에게보다 행인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게 틀림없다:)





- 시를 위한 짧은 글


누군가의 손길로 피어난 장미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우리는 가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위로받기도 하고 고마워하기도 하니까요.


작은 꽃 하나에도 마음이 멈추는 날—
그 하루는 이미 꽃처럼 피어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