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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온지 Oct 12. 2020

미야자키, 언어를 넘어 마음으로 지역 일으키기

TISP 2019 후기 ③ 미야자키 워크샵 멘토




TISP 2주차, 미야자키에서의 프로그램은 도쿄에서와는 매우 달랐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는 워크샵에 참가해 배우고 경험하는 참가자의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워크샵의 진행자이자 멘토로서 지역 고등학생들의 이노베이션을 도왔다.


공항 및 비행기 안에서!


미야자키 현 내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 세 곳에서 선발된 약 서른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대여섯 명으로 구성된 총 다섯 개의 고등학생 팀으로 나뉘었고, 그중 내가 맡은 팀은 Team 2였다. 나보다 열 살 많은 (!!) 이탈리아 친구가 멘토 파트너로, i.school 소속의 동경대학교 국제관계학 대학원생이 멘토이자 통역가로 팀에 함께 했다.


도쿄에서는 워크샵 및 진행 방식을 익히는 입장이었기에 체계적으로 짜인 구성을 따라야 했지만, 미야자키에서는 큰 틀에서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팀마다 비교적 자율적으로 워크샵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미야자키에서는 워크샵 대상이 고등학생인 만큼 APIS Note와 같이 노트북을 요구하는 온라인 툴 대신 화이트보드와 포스트잇 노트를 활용하였다. 발표 또한 파워포인트 대신 직접 포스터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앞서 도쿄 프로그램에서는 프로그램 및 워크샵 구성에 대해 알차게 소개했다면, 이 글에서는 이노베이션이 처음인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했던 방식, 경험과 느낀 점 중심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About Miyazaki


프로그램 시작 전에 미야자키 지역으로 배정되었다는 안내 이메일을 받고 난 뒤, 주위 일본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뜬금없이 웬 미야자키냐고 의아해했었다. 그 정도로 미야자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도 아닐뿐더러, 도쿄와 같은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지역이었다.


규수 남동부 쪽에 위치해 있고 (지도 확인), 따뜻한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들어 설레는 마음이 컸었는데, 도착해 보니 정말 사실이었다. 바쁜 프로그램 일정 탓에 지역 관광은 거의 하지 못했지만, 첫날 마주했던 미야자키의 아름다운 풍경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비록 얼마 후에 태풍이 몰아닥치기는 했다만...ㅎㅎ)


도착하자마자 마주했던 미야자키의 풍경




Fieldwork


도쿄에서는 짧은 회사 소개를 듣고 팀마다 회사를 먼저 고른 뒤 팀마다 맡은 기업에 현장 탐방을 다녀왔다면, 미야자키에서는 이틀에 걸쳐 다섯 개 회사에 모두 함께 다녀온 뒤 팀마다 맡게 될 회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튿날에 태풍이 겹쳐 안전의 이유로 결국 다섯 곳 중 세 곳밖에 다녀오지 못했다. ㅠㅠ


현장 탐방에서 나의 역할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끌어주는 것이었다. 우리 팀이 방문한 회사는 관광 상품 쇼핑몰인 Aoshima-ya (青島屋), 리조트 테마파크인 Kodomo-no-Kuni (こどものくに), 그리고 소주 회사 Kirishima Shuzo(霧島酒造) 세 곳이었다. 세 곳 모두 위치한 곳이나 분야, 고객층이 다 다른 만큼 회사마다 특징이나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다양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Aoshima-ya, Kodomo-no-Kuni, Kirishima Shuzo


현장 탐방 동안 각 회사 발표자들은 사업에서 개선되길 기대하는 부분을 내비쳤고, 그렇다 보니 아이들은 회사의 강점 대신 부족한 점에 대해 고민하는 듯했다. 본래 워크샵의 방향은 미래상과 회사의 강점을 연결해야 하는 것이기에 단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해 생각해보라고 아이들에게 강조했다.


이틀간의 기업 현장 탐방이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팀마다 맡게 될 회사를 정했다.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한 회사들인 Aoshima-ya나 Kodomo-no-Kuni가 참가자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는데, 수 차례의 팀 대항 가위바위보 끝에 결국 우리 팀이 리조트 테마파크인 Kodomo-no-Kuni를 맡게 되었다.




Ideation: Initiation


Team 2의 여섯 명의 고등학생 참가자들과 세 명의 멘토들


고등학생 참가자 중에는 이노베이션이 처음이거나 익숙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들의 영어 구사 능력마저 한정적인 탓에 소통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멘토로서 이들에게 피드백도 어느 선에 맞춰 어느 정도까지 줄 수 있을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다.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아이디에이션 첫날부터 이러한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장 탐방 이후 비교적 여유롭게 회사의 강점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며 포스트잇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누구도 나서서 먼저 얘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멘토 파트너들과 급히 모여 상의했다. 영어가 서툰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의 방향을 재차 설명해주어 목적의식을 심어 주기로 했고, 또 아직은 서로 어색한 팀원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팀 이름도 정하기로 하였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 설명과 팀명 정하기 활동


다음 날 아침, 워크샵 시작에 앞서 화이트보드에 프로그램 진행 방식을 간결하고 쉽게 설명해주었다. 프로그램 초반에 이미 총괄 진행자가 참가자들에게 전반적인 진행 방식을 설명해주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했었다. 약 20분간 프로그램 진행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주며 왜 우리가 현장 탐방에 다녀왔는지, 왜 강점에 집중하라고 했는지 차근차근 훑어주니 아이들은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던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펜을 집어 들기 시작하게 된 시점이었다.


이후에는 아이들과 팀 이름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식적인 팀명은 Team 2였지만, 팀워크를 위해서는 소속감과 애정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이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포스트잇에 끄적이며 각자 팀 이름 아이디어를 생각해본 뒤 한 명 한 명 이를 이유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더듬거리는 영어로 열심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피력했고, 대화 및 투표를 통해 이를 두 개의 아이디어로 추려냈다. 이후에는 이 둘을 합칠 방법이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았다.


그렇게 결정된 팀 이름은 Nico Nine이었다. 숫자 ‘2’를 뜻하는 ‘に (ni)’와 ‘싱글벙글’을 의미하는 ‘ニコニコ (niconico)’, 그리고 팀원 여섯 명과 멘토 세 명, 총 ‘아홉’ 명을 뜻하는 ‘nine’을 합친 것이었다. 모두가 새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서로를 깎아내거나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닌 공유와 화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가르쳐준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니 멘토로서 매우 흐뭇했다.
 



Ideation: Development


프로그램 진행 설명과 팀명 결정이 끝나니 확실히 아이들은 어느 정도 여유를 찾게 된 듯했으나, 아이디어를 새로 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했다. 이에 멘토 파트너가 즉석에서 제안한 짧은 연습 활동을 진행해 아이디에이션 직전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주기로 하였다.


동그라미 연상 그림 브레인스토밍 활동


제한 시간 40초 동안 동그라미 하면 연상되는 것들을 가능한 한 많이 그리는 워밍업 활동이었다. 모두가 볼 수 있게끔 타이머를 맞춰 둔 뒤, 빠르게 많은 그림을 그려내게 했다. 타이머가 울린 뒤에는 각자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나누게 했다. 3개에서 11개까지, 많은 아이디어가 오가는 자리였다.


이에 탄력을 받아 같은 방식으로, 대신 이번에는 숫자 ‘2’를 의미하는 ‘ni’로 시작하는 단어를 브레인스토밍해 보기로 하였다. 영어든 일본어든, 단어든 숙어든 무엇이든 좋았다. 제한 시간은 약 2분. 이번에도 아이들은 5개에서 12개의 단어를 생각해냈다.


매일 아침 워크샵 직전에 이 브레인스토밍 활동을 진행하니 아이들도 포스트잇에 생각을 끄적이는 것을 편하게 느끼게 되었고, 얼마 후에는 이를 즐기는 듯했다. 그만큼 생각을 유연하게 해주는 효과적인 방법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자주 응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보드에 적은 아이디에이션 워크샵 진행 순서


이어 본격적으로 아이디에이션 워크샵에 돌입하면서는 이전에 버클리 디자인 수업에서 익힌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활용하였다. 앞서 도쿄에서의 워크샵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조금 더 시끄럽고 왁자지껄하게 진행하고 싶어 아예 아래와 같이 아이디에이션 진행 순서를 정했다.


브레인스토밍 (3분)
팀원들과 아이디어 나누기
브레인스토밍 2차 (1.5분)
비슷한 아이디어들끼리 그룹 짓기


핵심은 아이들에게 일러준 시간보다 짧은 시간을 주고 옆에서 재촉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3분이라고 얘기해줬지만 사실은 2분 30초, 또 1.5분이라지만 실제로는 1분간 타이머를 맞추었다. “Ready, Go!”와 동시에 아이들이 바삐 손을 움직이는 동안, 적당히 시간을 분배해 “2 minutes left!” “1 minute left!” “Go! Go! Go!” 등을 옆에서 외치며 이들을 재촉하였다. 긴박한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게 하기 위함이었다. 타이머에 설정해 둔 시간이 다 지나면 활동을 칼 같이 끊기 보다는 아이들 상황에 따라 적절히 시간을 조율해가며 융통성 있게 진행하였다.


정신없는 브레인스토밍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끼리 편안한 마음으로 각자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했는지 한 명씩 짧게 설명하도록 했다. 이후 위와 같은 방식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한 번 더 진행했는데, 대신 이번에는 조금 더 짧게 진행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설명해주고 또 다른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며 기존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다듬거나 새로 떠오른 것들을 적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후 팀원들과 다시 한번 공유한 뒤, 중복되는 생각들은 하나로 모으고 비슷한 맥락의 아이디어끼리 모아 정리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브레인스토밍 이후 비슷한 아이디어들끼리 묶는 중인 모습


미래 니즈나 회사 강점 아이디에이션 워크샵에는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할 때, 즉 새 제품 및 서비스 아이디어 아이디에이션 단계에서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때에는 오히려 이전에 i.school 소속 친구가 일러주었던 ‘천천히 깊게’ 고뇌하는 방식이 더 어울렸다. 그 친구와 다시 얘기를 나눠보니, 대부분의 고등학생 참가자들은 이노베이션이 거의 처음이라 빠르게 생각하고 적어내는 것이 익숙지 않고, 또 영어도 서툴러 생각을 짧게나마 표현하는 것조차 오래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고 한 가지 방식만을 마냥 신봉한 것만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고, 디자인 씽킹 방식을 고르는 것마저 사용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Ideation: Turn


자율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아이디에이션에 감을 잡은 이후부터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초반에는 다른 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능하면 영어로써 멘토들과 소통하게 했고, 언어 사용이 막힐 때마다 i.school 소속 멘토가 일일이 통역해주어야 했다. 그 탓에 워크샵 진행은 갈수록 더뎌졌고, 부득이하게 서로 답답한 부분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멘토들이 내린 처방은 ‘너희끼리 알아서 해!’였다. 애초에 프로그램의 목적이 영어 학습도 아니니 그래서는 안 될 이유도 없었다. 간섭하지 않을 테니 편한 언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자마자 주춤거리던 아이들 입에서 봇물 터지듯 말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생각이 없어서 입을 닫고 있던 것이 아니라 소통 언어의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동안,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던 나와 다른 멘토 파트너는 이들을 지켜보기만 했고, 가끔 이들 사이에서 의견이 막힐 때마다 i.school 소속의 일본인 멘토 파트너가 직접 조언을 주거나 나와 다른 멘토에게 통역해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에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면,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실질적으로 이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몰라 효과적인 조언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켜보다 이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건지 궁금할 때면 i.school 소속 멘토에게 조심스레 물어봐야만 했고, 그때마다 워크샵 흐름이 끊기는 탓에 매번 물어보기도 번거로웠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율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였고, 도중에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시 자발적으로 이전 단계의 워크샵으로 돌아가 다시 고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i.school 스태프와 회사 직원을 인터뷰하는 아이들


새 아이디어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저 포스트잇 노트에만 머무르지 말고 다양한 방법들도 찾아보고 활용해보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프로그램 시작 전에 미리 받았던 책자에 나와 있는 회사 소개를 다시 읽어보고, 주위 사람들과 짧게나마 인터뷰도 해보고, 또 스스로를 회사의 고객이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에게 조언을 준 뒤에는 미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thumbs-up or thumbs-down’을 사용해 소통하였다. ‘thumbs-up’ 대신 알겠다는 뜻의 ‘分かります (wakarimasu)’, 혹은 ‘thumbs-down’ 대신 모르겠다는 뜻의 ‘わかりません (wakarimasen)’이라 외치며, 이해했다면 엄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고 못했다면 밑으로 내려 보이게 했다. 애매한 영어 표현 대신 친숙한 일본어 단어와 이분법적인 모션을 활용해 아이들이 쉽게 조언에 대한 이해도를 표출할 수 있게 했고, 혹여라도 이해하지 못한 친구가 있다면 여러 번 반복해 설명해주며 최대한 효율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매일 밤 보낸 격려 메시지 중 일부


하루 일정이 끝난 뒤에는 밤마다 아이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도쿄에서 교수님이 그러셨듯이 멘토로서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하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 덕에 매일 밤 아이들도 나도 모두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Prototyping & Skit


여러 번의 아이디에이션 끝에 아이들은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꽃과 나무를 심는 서비스 (to plant trees and flowers for special days)’를 구상해냈다. (재차 말하지만, 멘토로서 아이디어 구상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는 온전히 아이들이 생각해낸 것이었다!) 발표를 위해 아이들은 프로토타입 대신 짧은 스킷을 준비하였다. 그들이 제시한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역할극이었다.


스킷을 준비하는 아이들


스킷을 구성할 때에는 아이들에게 ‘Do not tell, but show’를 강조했다. 아이디어에 대한 일방적인 설명은 발표 내용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니, 스킷을 통해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직접 표현하도록 했다. 또한 일상 속 한 장면을 연출한 스킷인 만큼 자신의 평소 모습을 떠올려보고 이를 적용해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자면, 기뻐해야 할 상황에서 “I am happy”라고 딱딱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 활짝 웃어 보이며 자리에서 방방 뛰라고 조언해주었다. 또, “Today is my baby’s birthday, so I want to plant a tree”와 같은 형식적인 독백 대신에 “I hope my baby to remember this day when she grows up”과 같이 더 자연스러운 구어체를 사용하도록 지도했다.




Final Presentation


마지막으로 발표를 준비하는 아이들


최종 발표 전날 밤까지도 아이들은 매우 열심이었다. 며칠 내내 준비하느라 피곤한 것도 잊은 채로 밤을 지새우려던 이들을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겨우 숙소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새벽 다섯 시 반에 기어이 다시 모여 스킷 대본을 정비하고 포스터를 완성했다. 아침에 겨우 눈떠 일어나 보니 발표 준비가 거의 다 끝난 상태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최종 발표 중인 아이들


발표는 성공적이었다! 우려했던 스킷도 실수 없이 시간 맞춰 잘 끝냈고, 청중으로부터 반응도 좋았다. 발표 후, 클라이언트는 ‘어린이의 나라’라는 뜻의 Kodomo-no-Kuni 회사명과도 어울리고 회사의 이념과도 잘 맞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며, 새 아이템으로 반영해보도록 하겠다고 아이들을 격려해주었다. 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긴장감에 굳어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그제야 활짝 펴졌다.


최종 발표 이후 ‘mama’라는 별명을 만들어 준 나의 흐뭇해하는 모습ㅋㅋ


아이들의 멘토로서 느꼈던 벅찬 감정은 몇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깨우쳐 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 감격스러웠다. 아이들에게 그저 내가 아는 것들을 전해주거나 조언해주기만 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간식도 사주고 쉬는 시간에는 한국어도 가르쳐주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엄마’라는 별명까지 생겨버렸다.


최종 발표 이후 환호하는 참가자들과 멘토들


하여간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니 너무 개운했다! 참가자 멘토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사진만 수십 장 찍었다. 지난 며칠간 고생했던 게 싹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떠듬떠듬 영어로 소감을 얘기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보고 있자니, 이들을 상대로 긍정적인 변화, 어쩌면 이노베이션을 이뤄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Afterwards...


프로그램이 끝난 뒤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아이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정말 많은 고등학생 참가자들과 멘토들이 눈물을 보였다.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펑펑 울며 나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는데,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이를 받자니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날 뻔했다. 이후에도 아이들은 그룹 메신저 방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다들 보고 싶을 거라고, 우리 팀이 최고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마 이번 프로그램 최고의 기억이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따라주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아직도 생각난다.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수고 많았어, Nico Nine!
Special thanks to Raul & Sota – my mentor partners!




Now: Back in Real Life


2주 간의 프로그램 수료!


도쿄에서나 미야자키에서나, 모두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경험이다. 첫 주 도쿄에서는 참가자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 방법에 대해 배웠다면, 이후 미야자키에서는 이전 파트에서의 나와 동일한 입장의 참가자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봄으로써 과정 내에서 부족한 점을 깨닫고 이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지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


도쿄와 미야자키에서의 경험 둘 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 관찰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부족한 점을 돌이켜보며 보완하고, 이를 통해 주체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 – 단순히 이 프로그램에서만 요구되거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수 있고 스스로를 돌이켜보며 더 효율적으로 나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TISP에 참가하면서 창의적인 이노베이션을 이루어내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노베이션을 직접 이루거나 돕고자 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TISP를 통해 경험하고 얻은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이러한 경험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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