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 접시] - 이다감
작년 생일에 선물로 받아 약 1년을 묵혀둔 책을 꺼내 들었다.
새해 첫 책은 이왕이면 누군가 내게 따뜻한 마음으로 선물한 책으로 읽고 싶었다.
새해 첫 책은
이다감 작가의 [뷔페 접시]
따뜻한 글과 그림을 따라가면 어느새 해 질 녘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책은 화자 찾기부터 시작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앞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우리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당연히 사람이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뷔페 접시'였다.
책 제목에서 정답이 나왔는데도 어떤 사람일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편협한 시각은 이렇게나 상상력을 가로막는다.
접시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 사물에 나를 투영하거나 사물이 자아가 있어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상상한 적이 있을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궁금할지도 몰라요.
'왜 접시가 주인공인 거지? 그라고 부르는 것조차 어색한걸?'
하지만 그도 우리처럼 이미 특별해요.
세상에 하나뿐이니까요.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이에요.
뷔페에서 일하는, 우리의 접시.
달콤한 아이스크림, 크림소스를 입은 따뜻한 뇨끼, 구운 닭고기... 접시는 자기 몸에 음식이 담기면 다양한 기분을 느끼며 세상 깊이 빠져들게 된다.
(우리는 모르겠지만) 접시들은 손님이 접시에 음식을 담는 순간부터 섬세하게 일한다. 가령 음식을 흘리지 않도록 테이블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든지, 식사하는 동안에 소매나 팔뚝에 소스가 묻지 않도록 조심한다든지.
사람들은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들을 맛볼 때 솔직해진다. 그리고 그 점이 접시가 사람에게서 느끼는 가장 멋있는 부분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빛, 그리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닮았을 것이라는 표현이 아름다웠다. 솔직한 사람들은 아름답다.
뷔페에서 베테랑 접시로서 안 깨지고 잘 버티고 있는 우리의 접시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바깥세상이 궁금해졌다. 접시에게는 액자처럼 벽에 걸려있는 무엇과 다름이 없는 저 '문' 넘어 어떤 세상이 있을지 접시는 알지 못한다.
이야기의 2막은 뷔페 접시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여정을 그렸다.
'밖으로 나가려면 깨져야만 해. 그래야 비로소 나는 음식이 아닌 다른 걸 담을 수 있을 거야.' 접시는 속으로 이 말을 되뇌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쓰레기장으로 간 접시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와! 난 이제 쓰레기야! 쓰레기는 밖으로 나갈 수 있거든, 엄청 좋아! 아하하!"
쓰레기라는 말이 이렇게 희망차고 긍정적으로 들린 적이 있었나. 이후 접시는 쓰레기장에서 골동품 상점으로 이주하는(?) 행운을 얻게 됐고, 그 안에서도 귀엽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윙키드에 이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몹시도 두려워하는 하슬라에게 가게 된 접시. 이 둘의 여행에 끝이 없길, 계속 이 둘의 우정이 이어지길 바라고 또 바랐다.
동물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사물 '접시'가 바라보는 세상. 접시가 세상에 다가갈수록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스스로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접시의 용기가 내게도 있는지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따뜻한 글과 그림 속에 담긴 접시의 특별한 여정은 꽤 오래 잔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