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단박에 간 건 '기분에 휩쓸려 나의 태도가 별로인 걸' 하고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기분이 항상 좋으면 별 문제가 없다. 내 태도도 항상 좋을 테니까. 문제는 기분이 안 좋을 때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기분이 안 좋은 데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게 사실 나에게는 아직 쉽지 않다. 아무렇지 않은 척은 사실 어렵고, 적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기분을 표출해서 내 눈치를 보게 만드는 애송이 같은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뻔한 이야기 아닐까 싶어 몇 번을 망설이면서도 결국에 구입을 한 건, 뻔한 이야기더라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지도 상당히 궁금했던 거다. 적어도 이 사람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고찰을 했다는 뜻 아닌가. 그러다 보니, 이 책의 저자는 중국 최초 심리 상담 플랫폼인 레몬 심리라는 것과 중국어로 쓰여 있는 원제의 해석은 '기분이 널 상하기 않게 하라' 정도란다. 저자도 아리송하고 제목도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적당히 의역한 건데, 다행히 책의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내가 원하던 것이 있는데 그것을 못 이뤘을 때. 둘째, 기분 안 좋은 사람한테 휘둘려서 부정적인 에너지에 전염되었을 때. 그러나 대개의 이유는 우리가 바로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것조차 이 세상에 나 혼자 산다면 발생하지 않을 바람일 거다. 우리의 기분은 항상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이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라도 아이에게만큼은 항상 다정하고 상냥하고 이해심 많고 인내심 많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나 가끔은 감정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때에는 아이의 말도 잘 못 들어주고 호응해 주기도 힘들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좋은 태도는 체력이 결정한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아마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백 번 공감할 거다. 아이를 키울 때, 아이에게 좋은 태도를 유지해야 할 때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체력 조절을 잘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분이 나빠지는 주요한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남들을 자신의 통제력 안에서 조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누군가를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보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를 내는 건 사실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심지어 우리 다섯 살 난 41개월짜리 아이도 자신의 의사가 확실해서 엄마의 의사대로 행동하지 않으려 하는데, 다 큰 어른을 통제력 아래에 두려고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분이 나빠지는 많은 경우는 '에너지 뱀파이어', 즉 부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다. 이런 경우는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부정적인 사람들은 남 공격도 쉽게 하는데 거기에 하나하나 호응했다가는 내 에너지가 남아나질 않는다. 이상적인 건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도 갖지 않는 것이겠지만, 어디 산속에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에너지 뱀파이어를 만날 확률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레몬 심리(플랫폼이라고 하지만 저자의 태도가 일관적인 걸 보면 하나의 인격체 같기도 하다)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용서하면서, 과거의 자기 잘못에 얽매여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행동도 편협한 결과를 초래한다. 친한 친구를 쉽게 용서하듯, 과거의 내 잘못도 용서해야 더 단단하고 건강한 마음을 지닌 자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래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고 항상 자신이 원하는 태도로 살아가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