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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세 Nov 21. 2020

자아는 허구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사전적 의미로써 자아는 '사고, 감정, 의지 등의 여러 작용의 주관자로서 이 여러 작용에 수반하고, 또한 이를 통일하는 주체'라고 정의된다. 여기서 '주체'라는 단어에 주목해보자. 주체는 주인을 의미한다. 주인은 특정 행위나 생각, 감정들을 cotrol 할 수 있는 개체이다. 여기서 control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공학이나 과학에서 control은 정해진 algorythm에 따라 input을 transform 하는 경우 이를 control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정해진 algorythm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을 주체 또는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결국 주체라는 단어에는 '자유'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주체란 자유롭게 행동하는 객체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유라는 개념은 허구이다.

자유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건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지경이다. 개인에게 자유의지가 언제 생겨났을지 생각해보자. 우리의 몸은 100%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자유는 그 정의상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독립적인 것이다. 즉 부모로부터 자유의지를 물려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는 언제 생겼을까? 수정되는 순간? 엄마의 자궁 속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 변성기가 될 때쯤? (이경우 환경오염이 심해지거나 호르몬을 투여함으로써 자유의지를 빨리 갖게 될 것이다) 아니면 성년이 되는 날?(성년의 기준은 국가마다 모두 다르므로 이경우 국적에 따라 자유의지를 갖는 시점이 달라질 것이다)

당연히 위의 어떤 경우도 전혀 그럴듯하지 않다.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몸과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100% 외부 또는 타인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어쩌면 자유의지가 허구라는 생각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삶이 별로 달라질 건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려 하고, 이로 인해 인간에게 종교는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종교는 그것이 진실이어서 유용한 게 아니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힘을 주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자아에 대한 믿음 역시 허구이지만, 그렇다고 그 믿음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렇다. 나는 내 자아가 허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난 종교로써 그것을 믿는다. 아니 어쩌면 내게 자유의지가 있기를, 내 자아가 진실이기를 기대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인간은 이렇게 살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는것.

이게 가장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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