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무렇게나 집을 나선 어느 여름날이었지
일기예보에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둘 다 우산을 챙기지 않았었나봐
수업 끝나고 나왔을 때 눈 마주친 거 기억나
우산 없는데라 서로 말하고 흠칫 바라봤어
비는 내리고 우산은 없는데 웃음이 나오더라
너도 웃고 있었고 무슨 생각이었을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기 가서 사 올게요
산 지 얼마 안 된 옷이었는데 비 다 맞고는
헐레벌떡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왔어
왜 그냥 왔지라는 너의 얼굴
혹시 무슨 색 좋아하세요 다시 웃는 너
빨간색이요 다시 뛰어가는 나
결국 들고 온 건 비닐로 된 투명우산
너는 또다시 웃고서 같이 쓴 우산에 맺힌 빗소리
비가 그쳐도 쓰고 있던 투명우산 위 무지개
언젠가 잃어버린 투명우산
왜 하필이면 그날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웃으며 투명우산을 챙겨든 걸까
다른 우산은 몇 번이고 깜빡 놓고 내려도
너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는데
일기예보는 틀렸는데 하늘은 참 파랗던데
네가 흘리는 비를 맞고만 있었지
다 울고 난 너를 달래고 들어갔는데
결국 일기예보가 맞더라
수업 끝나고 나왔을 때 눈도 안 마주치고
빨간 우산을 꺼내는 네 옆에 슬그머니 다가갔어
같이 쓴 우산에는 빗소리만 맺히고
비가 그치자 접어버린 빨간 우산 위 무지개는 없었어
아무렇게나 집을 나선 어느 여름날이었어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 했는데
우산을 챙기지 않았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