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fovator May 13. 2019

그들은 왜 '미움받을 용기'를 구매했는가?

미움받을 용기_기시미 이치로

안녕하세요? Infovator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BGC 평가에서 3.55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바로 51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었던 밀리언셀러.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입니다.



   

한줄평
때로는 이성적 설득보다는 감정적 이해와 공감의 힘이 훨씬 더 강력하다.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을 읽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책.


소감

-. 본 책의 전체적인 메시지나 결론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에서 설득력이 낮은 책

 -. 현대 심리학이 뇌신경과학, 인지과학 등의 과학 분야와 함께 엄청나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증이 아닌 단순 사유와 사상적, 철학적 논증에만 의존하는 한계점이 있다. (실제로 심리학계에서 아들러와 동시대 인물인 프로이트나 융의 정신분석학 쪽은 거의 사장되었다고 한다. 인지/행동 심리학이 초기 심리학 거장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꿰찬 이유는 그들이 실증적이고 증명 가능한 연구가 아니라 많은 오류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 심지어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일부 왜곡하고 있다는 평도 있다.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별할 만큼의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단, 학문적 고증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 사람들의 평)

-. 그래서 아들러의 사상적 철학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기시미 이치로의 사상적 철학에 대한 책이라는 설명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 설령 아들러의 이론을 철저히 고증해서 책을 서술했다고 한들, 과연 100년 전의 비주류 이론을 21세기의 현실에 적용 가능할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150만 부가 팔리고, 2015년 매달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던 책

-. 어쩌면 책의 내용 자체보다는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현시대 사람들의 마음, 내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유용한 책

-. "왜 사람들은 '미움받을 용기'에 열광했을까?"

-. 이론적, 이성적 설득이 아닌 감정적 공감이 더 힘이 있는 시대임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회과학 서적이라기보다는 공감을 자극하는 에세이에 가깝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 이 책을 통해 심리학 관련 많은 정보들, 이론적 지식을 얻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비추천!

-. 마케팅,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직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분적으로 추천! (단,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통해 이 책을 읽는 현시대 사람들의 마음과 사회의 트렌드를 읽는다는 전제 하에...)


서평


  결론부터 말하겠다. 마케터, 기획자라면 이 책을 읽어라. 아니 이 책을 통해 이 책을 산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라. 하지만 심리학 이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양질의 지식을 습득하길 기대한다면 과감히 이 책을 덮어라.


  이 책이 출간된 2014년 말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15년은 '미움받을 용기'가 출판시장을 집어삼킨 해였다. 한국에서만 150만 부가 판매된 밀리언 셀러다. 어느 서점에 가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전세라도 낸 듯했다. 그때는 묘한 반항심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독서모임의 한 친구가 이 책을 선정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사회과학으로서의 심리학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철학이나 사상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것도 어렵다. 에세이에 가깝다. 책의 서술방식은 플라톤의 국가나 소크라테스의 변명처럼 고대 그리스 철학책들의 '문답 형식'이다. 청년과 철학자가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녹여냈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으로는 읽기가 편하다. 단점 역시 읽기가 편하다는 점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이기 때문에 무거운 주제에 비해 내가 생각할 공간은 비좁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책을 덮고 가만히 혼자 생각을 해보거나, 같은 책을 읽은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을 추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알프레드 아들러가 아닐까 싶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초기 발전 단계에 활동했던 심리학자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요약부에서 살펴보겠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아들러의 사상은 원인이 아닌 목적에 주목할 것,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여 어떻게든 행동할 것, 타인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동체에 공헌할 것, 현재의 삶에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의 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현대인들의 심리를 카운슬링해주는 책이다. 이 책이 밀리언셀러로 등재되기 전까지 그의 이론과 방법론은 주목받지 못하던 비주류였다. 프로이트가 너무도 강력한 주목을 받아서일까? 그의 이름은 한 번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채 조용히 깊은 구석자리에 웅크려있었다. 이러한 아들러의 이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람이 기시미 이치로이다.

 

  하지만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러한 기시미 이치로에게 고마워할까? 그것은 다른 문제다. 어쩌면 아들러는 황당해할지도 모르겠다. 학계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책은 아들러의 사상을 곡해한 부분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더 말하지 않겠다.) 설령 왜곡된 정보가 크리티컬 한 부분이 아니거나 그 정도가 낮다고 할지라도, 이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이라기보다는 기시미 이치로의 심리학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들러 심리학의 이론적 정합성, 사실적 고증과 왜곡 여부를 떠나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바로 이 책이 사람들을 움직였다는 것.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책은 밀리언 셀러가 되었는가? 무엇이 기꺼이 우리의 지갑을 열게 했는가? 그것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지갑을 말이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대변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책 자체의 내용보다 '대체 무엇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는가'에 대한 단서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보다는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사람은 이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너선 화이트는 이성은 기수이고 감정은 코끼리라고 비유했다. 기수가 간혹 코끼리를 다스릴 수도 있지만, 코끼리가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기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론적, 과학적 증명보다는 감성적 설득과 공감이 더욱 강력할 때도 있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는 너무도 허술한 이 책이 잘 팔린 이유다.


  힐링, 위로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믿기지 않는다면 서점에 가서 책의 제목들을 훑어보시라. 이 책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기꺼이 연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면,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책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나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마케터, 기획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학습이나 정보취득을 원한다면 비추천이다.


요약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은 목적론에 기반한다. 현재의 심리상태와 행동 패턴은 과거의 특정 사건에 기인한다는 프로이트 이론과는 다소 대립적이다. 아들러는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스스로 정해놓은 목적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행동하여 변화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아들러는 삶에 대한 세계관과 이로부터 비롯된 행동의 경향을 '생활양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생활양식'은 외부 환경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용기의 문제라는 뜻이다.


  아들러의 사상 중 중요한 것은 '우월성 추구', '열등감'과 '우월 콤플렉스', '열등 콤플렉스'를 구분하는 것이다. 아들러는 인간은 태초에 불완전하게 태어나며 삶을 살아가는 동안 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보편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우월성 추구'라고 명명한다. 또한, 열등감이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만들어낸 주관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 개념들은 가치판단의 영역에 놓여있지 않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단, 이러한 성향들이 일종의 도착증세로 심화될 경우 이는 콤플렉스가 된다. 예를 들어 비교의 대상, 극복의 목적지를 타인에 두게 되면 수직적인 비교를 하게 되며, 이는 '우월 콤플렉스'로 변질된다. 그리고 열등감을 현재 상태에 대한 원인으로 변명하게 되면 이는 '열등 콤플렉스'로 변질된다. 이러한 도착증세는 개인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지 못한다. 결국, 건강한 열등감과 타인이 아닌 자신을 경쟁상대로 두는 수평적 경쟁이 필요하다. 우월성을 추구하는 것은 원초적 욕구이며 열등감은 건강한 자극제이다.

  아들러는 '인생의 과제'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로부터 발생한다고 본다. 이는 곧 모든 행복 또한 인간관계로 부터 발생한다는 것과 일치한다. 결국 일과의 관계 측면, 교우와의 관계 측면, 사랑의 관계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과제와 나의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 타인의 과제와 나의 과제를 분간하지 못하고 침해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어떠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과제를 분리해야 한다. 나의 과제는 나의 영역에, 타인의 과제는 타인의 영역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미움받을 용기'인 것도 이에 뿌리를 둔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이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에 대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행동에 대한 판단은 나의 과제이고, 이에 대한 평가는 타인의 과제이다. 타인의 과제에 휩쓸리다 보면 타인을 위한 삶을 살게 되고 이는 자유로운 삶이 아니다. 자유롭지 못한 삶은 행복할 수 없다. 미움을 받는 것은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자유 행사에 대한 비용인 것이다. 그러므로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되, 상대의 영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인간관계와 행복을 위한 핵심이다.

  결국 아들러의 사상의 최종 지향점은 '공동체 감각'이다. '공동체 감각'이란 타인을 무한 신뢰하며, 집단으로부터의 소속감을 느끼는 감각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이 필요하다. '자기 수용'이라 함은 현재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때까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인지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메타인지를 의미한다. '타자 신뢰'란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의미한다. 타인과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면서 무한 신뢰할 때에만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러한 관계가 하나라도 있으면 우리의 삶은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타자 공헌'은 타인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내가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실제로 그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고마움을 느끼는가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의 과제이다. 그저 내가 그 행위를 통해 주관적 가치를 느끼면 그게 다이다. 타인에게 공헌하고 있다는 주관적 느낌이 있어야만 나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고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아들러는 행복에 대해서 공헌감, 자유,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행동하는 것. 타인에 공헌하는 삶을 살되 타인으로부터 미움받을 용기 역시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이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혁신의 7가지 패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