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세상 - 보이지 않는 여자들, 히든 피겨스, 델마와 루이스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여자이기 때문에..?
책 서론에 들어가며 생각지 못한 관점에 재미있었다.
역시나 관심 두지 않았던 이야기들.
나는 이 중에 대부분의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
선반이 너무 높다는 생각도, 핸드폰이 ‘너무’ 크다는 것도
벽돌이 한 손에 안 잡힌다는 것도 불만사항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여자가 그걸 잡아보고 한 손에 안 잡힌다고 불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돌아보니 나는 저 위의 물건을 좀 꺼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고(여중, 여고),
아이폰 프로 맥스를 써왔고, 농구공도 한 손으로 잡아서 던질 수 있었고...
그래서 읽다 읽다 뭘 이렇게 까지 다 찾아냈을까 싶어
지칠 정도의 예시들에 살짝 짜증이 나려던 즈음.
아마도 작가와 같은 관점에서 세상에 여성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덕분에
변화되고 개선된 사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분명 그것들을 누리고 있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보편과 평범을 누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은 의문 하나.
“여자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아마 그런 생각이 들었어도 나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 같아 씁쓸하다..
#주인공 이 남자였어도?
주인공이 남자면 과연 이런 수치스럽기까지 한 비극이 되었을까.
실화든 아니든 상관없다. 충분히 더한일도 일어나는 세상인 것을, 못할 것도 못할 짓도 없는 것이 인간임은 이미 알아버렸다.
물론 히든 피겨스는 여자, 남자라기보다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분리였지만
델마와 루이스도 그을린 사랑도.. 여자주인공의 입장에서 그려진 사건들이지만 보면서
가슴이 철렁하거나 혈압이 오르던 그 지점 들에
저 인간만 아니었어도..! 싶었던 ‘저 인간’들이 모두 남성으로 묘사되어있었다.
남자가 가해자라기보다는 여자가 피해자다.
그들 중 히든피겨스의 주인공들은 정말 멋지게 본인들의 자리를 쟁취했지만
세 친구가 남자였다면 과연 영화가 되었을까..?
#평등
평등을 꿈꾸고 희망하는 인간들은 왜 힘이 없나.
평등이란 개념이 사실상 존재 가능할까?
분명 존재하는데 존재감 없는 버려지고 소외된 관심밖의 인간들의 삶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제가 젠더평등이고,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지만
생각할수록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평등이라는 것이 필요한 인간들은 보이지 않고,
세상에 드러난 인간들은 평등 따위에 관심이 없다.
#일하는 남자의 도구
‘1960년대 미국’을 검색해봤다.
히든 피겨스의 배경도 1960년대 무렵.
천재적인 인간 그러나 여자이고 흑인인 주인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여서
그 당시 미국이 어땠는지 궁금했다.
내가 태이 나기 전 이미 여전히 존재하는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건물들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검색되는 사진들의 원작자도 의도하진 않았을 듯한데, 길거리나 일하는 모습에는 여성들이 거의 없었다.
집에 숨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가족이 함께 걸어가는 듯한 모습에 여성이 있고, 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에는 여자가 이었다.
1967년 코즈모폴리턴에 실렸다는 ‘The Computer Girls’
여자들에게 프로그래머가 되라고 독려하는 기사에서의 프로그래머는 사실
일하는 남자의 도구로서의 프로그래머였을을까?
#제외
여성 정치인, 여성 간부가 나타나기 전까지 일반 ‘직원’ 신분의 여성들은 피해를 입어왔다.
알리려 했는지 알릴 생각조차 못했는지 실제 그들의 마음을 알 길 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인류의 역사가 길지 않음을 느꼈다.
너무 빠른 발전의 속도에 본의 아니게 제외시키고, 제외되어버린 인간들이 많다.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은 인간의 수명, 무분별하게 파괴된 지구의 환경,
제외되고 버려진 부류의 인간까지.
인류는 왜 이렇게까지 급할까.
인류의 뒤를 쫓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사건이 아닌 배경에 답이 있다
키워드로 보는 세상 시리즈로 이제까지 책이나 다큐보다는 영화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나에겐 오락거리가 아니어서
그나마 데이트용으로 보던 영화도 상업영화 특유의 뻔함에 질려 보지 않은 지 오래다.
가끔 보게 되는 영화들을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전개에 초점을 뒀었다.
사건 진행에 따라 기승전결 그렇게 끝나면 여운이 없는..
생각을 하며 볼 가치가 있는 영화들을 보니 느껴지는 것은
사건 보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
몇 편 안 되는 영화들이 마치 역사공부를 도와주듯 머릿속에 남아있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에도 수많은 사건들 뒤로 역사적 배경이 깔려있다는 것을,
이제 제대로 영화 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듯하다.
#끈질긴 인간
앞서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너무 많은 비슷한 사건과 데이터를 읽다 보니 약간 짜증이 났었다.
뭐가 이렇게 많은가 하고.. 게다가 같은 동족(여성)의 공백으로 인해
이미 화가 많이 나 있는 듯 한 작가의 관점에서 오히려 편향된 데이터를 수집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다.
크게 관심을 끄는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심드렁히 책장을 넘기다 눈에 계속 밟히는 단어가 있다.
'여성 사망률'
여전히 모든 데이트를 믿을 수는 없으니 사실인가 싶었지만 가능해 보였다.
이 모든 불충분, 불편, 이상함 들이 부상을 넘어 사망률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어쩌지 못하고 적응해보려는 여성이라는 사이즈를 가진 존재들,
‘보편’에 미치지 못하는 신체구조와 능력치로 인해
부상을 넘어 사망률에 까지 영향을 받는다니..
인간수명연장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끈질긴 인간들 덕에
어느 순간 기하급적 수명연장을 이루었듯 여성(배제된 인간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 중인
끈질긴 사람들의 헌신에 폭발적으로 공백이 매워질 어느 순간이 오기를.
#선택
그냥 그런 줄 알고 적당히 불편하게 살기로 할지,
선택권이 없음에 불복하고 진정한 쟁취를 위해 매우 불편하게 살지.
그래서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사건을 보면 판단을 하게 되고, 배경을 보면 질문을 하게 되는 듯합니다.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된 이상 전에 가지지 않았던 질문들이 떠오를 테고,
그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