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연들은 무엇이 되어가는가

키워드로 보는 세상 - 영화 바벨

by Heestory
#답답함은 어디서 오는가

소통의 부재

경청의 차단

이해의 단절

상태의 다름


사람도 말도 많고 시끄러운 와중에 해결되는 건 없다..

견디기 어려운 상황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정신을 잡고 있지 않으면 그 많은 말들이 더 많은 말과 생각들을 낳으니 더 이상 소통의 수단이 아니게 된다.

말할 수 없음에 소통이 더디고 전달도 어렵다..


소리를 들을 수도 낼 수도 없는 상황.

이 당연함이 사라지면 숨 쉬듯 당연하던 만큼 상상조차 못 한 답답함이 밀려오겠지.

그 상태가 원래의 상태라면 답답하다는 생각을 할까, 다르다는 생각을 할까.


무엇이 정상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 소통, 이해, 다름, 정보, 인과, 세상..

이기적인 것이 정상인가.

정상은 정말 정상인가.



#소통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가능한가?

열길 사람 속은 열이듯

타인의 입장을 상상해 볼 뿐, 그 생각을 알기란 불가능이다.

축하는 마음껏 전할 수 있어도 애도는 선뜻 전할 수 없음도 비슷한 듯하다.

사람은 말을 하지만, 말로 다 통하지 않다.

다른 말을 한다면 다른 종이나 다름없고,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이해는 같지 않다.

무의식 중에 나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되면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내가 말하는 의도까지 알아들었으리라 짐작하게 되지만

늘 기대일 뿐이다.


소통에 필요한 것은 말뿐이 아니라는 것.

바벨의 모든 상황들처럼 곳곳이 아수라장인 세상에서

인류의 상당 부분이 소통으로 인류가 처한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나가길 바라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누가 잘하고 잘못했다 할 수도 없고,

누구도 책임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이렇게 인생이 산으로 가나 싶지만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총을 왜..



#뭐가 맞을까

다른 일들은 이미 엎어져 수습을 위한 선택을 해야만 했으니,

가장 힘들어 보인건 보모의 결정이었다.

남의 아이들을 친할머니의 사랑으로 키워놓은 듯한 아멜리아.

갑작스러운 고용주의 사고로 맡은 아이들과 친아들 사이 갈등이 생겼으니,

남의 자식 돌보느라 친아들 결혼식을 놓칠 것인가

남의 자식 놔두고 친아들의 결혼식을 챙길 것인가.

결국 두 가지 마음의 짐 모두를 선택한 아멜리아는

본인의 희생(?)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돈을 더 줄 테니 자기 자식을 챙겨달라.. 말은 할 수 있겠으나

자기 가족의 무탈을 위해 애써주는 사람에게

돈에 진짜 가족의 한 번뿐인 행복한 순간을 버리라는 말인 건 알고..?

만약 아멜리아가 남의 자식들을 위해

본인 인생의 걸작일 수도 있는 친아들의 결혼식을 놓치는 결정을 했다면,

다시 얻을 수도 없는 행복을 그 부부가 얼마의 가치로 보상했을지도 궁금하다.

어떤 것이 마땅한 결정일까.



#왜 아닌 어떻게

오래전에 했던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꼬리에 꼬리를 타고 어디부터 잘못되었나 따져보게 되었는데

결국 결론은

그러게.. 엄마가 날 안 내놨으면 좋았겠네였다. (그 엄마의 엄마 또한..)

엄마를 원망한 결론이란 게 아니라, 결국 따지고 드는 곳에는 답 없음을 알았다는 것.

아마도 그 후로 언제부터인가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곳에서부터 ‘왜’보다 ‘어떻게’를 찾으려 한다.

평소 ‘왜?’라는 질문을 싸가지고 다니는 내 성격상 매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특히나 더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를 따지는 사이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점점 더 발효되어 가더라..

어떻게는 운이 도우면 최선일 수도,

최선이 없는 와중의 최선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선택한 그것이 최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러게 총을 왜 샀냐고.. 애들한테 총 쥐어줄 때부터 알아봤어..!!

라는 생각은 결국 그래도 똘똘한 아들 하나라도 살아서 다행이네.


아니 거길 왜 가 서 저 난리를 겪나고..

하다가 그래도 결국 엄마도 살고 애들도 살았으니 다행이네.


저 애는 왜 하는 선택마다.. 저 애를 어쩌면 좋은가..

하다가 그래도 아빠가 품어주니 다행이네..


죽은 아들과, 추방된 보모와, 못볼꼴(?) 본 형사는..

그 또한 일어날 들이 일어난 것이니 그들이 어떻게를 찾았겠지 하며 답답하고도 씁쓸하지만..



#연

인연도 우연도

그곳으로 사냥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 총을 그 집에 팔지 않았더라면,

그곳으로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모든 연이 이어지는 때가 있다.

모든 연은 또 새로운 순간들로 가지를 쳐 나간다.

어떤 연이 이어지는가, 어떤 운이 함께 하는가에 따라

한 인간의 한 순간이 수많은 인간의 인생 전체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모든 것이 나 하기 달려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곳곳의 함정들을 없앨 수는 없지만,

분명 연도 운도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