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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Dec 21. 2020

[넷플릭스] 겨우, 서른

언제쯤 우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넷플릭스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된 요즘

믿고 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겨우, 서른'이라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다.

서른이 된 세 여자의 인생 이야기를 총 43화에 걸쳐서 들려주는 중국 드라마이다.


'겨우.. 서른? 저렇게 보니 굉장히 어린 나이인 것처럼 느껴지네'

재생 버튼을 누를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가볍게 볼 생각으로 시작했다.


짧은 첫 연애에서 결혼까지 갔지만 취향이나 성격이 완전히 다른 남편과 함께 사는 중 샤오친

어렸을 때부터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완벽한 삶을 살아온 구자

그리고 나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6년 차 명품 매장 판매원 만니


중 샤오친과 구자는 이전에도 모든 것을 나눈 절친한 사이였고

만니는 그 둘과 중간에 인연이 되어 그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들이 된다.


첫 번째 이야기, 만니의 8년 차 상하이 생활


8년 전 지방에서 올라와 6년째 '미실'이라는 명품 매장에서 옷과 구두, 가방을 판매하는 만니

열심히 번 돈 중 2천 위안은 부모님 용돈으로, 남은 돈은 월세와 생활비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매달 부모님께 드리는 2천 위안을 드리지만 그 돈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10만 위안으로 돌려주시는 부모님이 만니는 아프고 부담스럽다.


만니가 고향에서 상하이로 올라올 때 부모님은 굉장한 반대를 하셨다.

늙어가는 자신들의 곁에서 듬직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바라셨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님에게 만니는 서른 살까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되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약속을 했다.

22살의 만니는 어떤 30살의 만니를 기대한 것일까.


30살의 만니는 22살이 기대했던 만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물과 화장실을 참아가며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로 인해 응급실까지 실려간다.

매일매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자신을 질투하는 동료에게 몸과 마음까지 다치게 된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당하게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일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아직은 모든 것이 아픈 서른 살이다.




 맨날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하시는 엄마, 계속 오르는 월세,
다 떨어져 가는 화장품을 보면 그냥 빨리 출근을 하고 싶다.



고가의 명품을 고민 없이 턱턱 사가는 재벌들을 상대하며 만니는 상대적인 외로움을 겪기도 하고

가끔 자신을 하대하는 그들에게 마지막까지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잊으려 더 큰 목소리로, 더 환한 미소로 감사 인사를 한다.

매장 안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만니의 라커에는 수십 개의 빨간 립스틱이 놓여있다.


끝없이 올라가는 월세, 그래도 놓고 싶지 않은 나의 커리어

미실의 점장까지 올라가고 싶은 만니의 꿈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상하이에 있던 몇 년 동안 자신과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는 없고 오늘과 내일, 그저 버틸 뿐이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는 온갖 듣기 좋은 말은 남들에게 다 해주고
온갖 모진 말과 무뚝뚝한 표현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한다는 거다."



부모님은 곁에서 만니를 챙겨줄 사람도 없는 상하이에서 그만 내려오길 원하신다.

자신들이 알아본 좋은 선자리를 보고 결혼을 해서 걱정 없이 살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만니는 자신의 커리어가 결혼보다 더 중요하고 만약 결혼을 한다면 모든 것이 완벽한

멋진 남자를 찾고 있다. 부모님의 진심 어린 조언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만니를 보며 나도 모르게 '고생하지 말고 그만 내려가.. 고향으로 가서 일하면 되잖아'라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왜 높은 월세를 내며 힘들어하고 얻지 않아도 되는 병들을 얻어가며 저런 고생을 하는 것일까.

근데 잠깐.. 이거 많이 들어본 말인데.


20살 이후 10년 동안 서울살이를 하며 작은 책상과 행거를 놓으면 몸이 딱 들어맞는 곳에서 4년을 살았다.

첫 직장에서는 뿌옇게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며 퇴근을 하였고 내일을 생각하면 눈물만 나오는 1년을 지냈다.

본가가 서울과 가깝고도 먼 애매한 거리에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몸을 편히 쉴 수 있는 서울을 고집했다.

과연 잘한 선택이었을까. 음.. 지금 생각하면 억울할 것 같으니 그만하기로 하자.


어쨌든 나도 이전보다는 훨씬 나은 6년 차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모이지 않는 월급에 한숨만 밀려온다.

8개월 후 옮겨야 하는 서울 전셋집도 벌써부터 매일매일이 걱정이다.

나는 왜 만니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그리고 왜 당신도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걸까.

적어도 만니는 점장이 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 있다는 것이 부러울 뿐이다.


오늘의 이 서글픈 고민은 나의 작은 원룸에서 뻗어나가 당신의 집까지 닿게 될 것 같다.

그래도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더 낫기를 바라며,

나의 친구 만니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조금 더 들여다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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