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 공유되나요?

도라미는 차무희에게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지만, 여러분은 다 공유해야 해요

by 희소한

** 직장 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들을 글로 풀어내며, 첫 사회생활을 하는 신입사원들이 이 글을 읽고 각자의 조직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적는 글입니다. **



'이 사랑 통역되나요?' 드라마를 본 사람들도 있을 거고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고윤정이 연기하는 '차무희'라는 캐릭터는 이중인격을 가진 인물로서 부담스러운 상황이 오면 '도라미'라는 극 중 제2의 인격이 튀어나와 자기 멋대로 행동을 한다. 이때, 차무희는 도라미가 한 말과 행동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도라미도 딱히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을 차무희에게 공유해주지 않는다. 도라미 입장에서는 자기 몸의 주인을 지키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했지 않을까? (스포일러는 아니니 드라마를 보실 예정인 분이시라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도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건 사고에 직면하게 된다. 그때 내가 상사를 너무 염려한 나머지 이 사건은 굳이 공유할 필요 없을 것 같고, 내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상사에게 해당 사건을 공유를 하지 않고 처리해 버리게 되면 상사는 아마 여러분에게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희소한씨 제정신이세요? 이 사태 본인이 다 책임질 거예요?


위의 표현은 순화해서 얘기한 거지 욕이 난무할 수 있다. 당신 입장에서는 신입으로서 상사를 배려하는 마음에 여러 과업에 시달리는 상사의 짐을 덜어주고자 얘기를 안 할 수 있지만, 그건 기특한 행동이 아니라, 은혜를 원수로 갚는 꼴이 될 수 있다.


로그인이 사소한 문제니?


신입시절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운영 중인 app 정기배포를 하던 날이었는데, 정기배포 이후 일시적으로 로그인 장애가 생겼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원래 로그인 버튼이 활성화되어 로그인이 가능해야 했는데, 로그인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고객상담실에서는 우선 고객 컴플레인에 대해 간편 로그인 기능을 통해 로그인하시면 된다고 고객 대응 중이었고, 개발팀에서는 즉시 수정 배포를 진행 중이라고 얘기했다.


당시 사무실에는 팀장님과 파트장님을 포함한 고연차 직원들이 아무도 없었고, 나 혼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중에 해당 사건을 접했다. 개발팀을 통해서 현재 오류에 대해 수정배포 중이므로 곧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전달받았고, 나는 사건이 곧 해결되겠구나 생각하면서 내 업무를 보기에 바빴다


현재 곧 팀장님과 파트장님께서 자리에 오셨고, 나는 로그인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별도 보고를 드리지 않았다. 갑자기 고객 상담실 직원이 연락 왔고, 왜 로그인이 안되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로그인 사태 관련해서 개발팀에서 수정 배포 중이므로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대화는 종료되었다. 대화를 듣고 있던 파트장님께서 지금 로그인 문제 있는 거냐고 여쭤보셨고, 나는 로그인 문제가 발생했지만 일단 비정기 배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바로 파트장님께서 노발대발하시면서 "제정신이냐고, 그럼 말을 해야 할 거 아니냐고!"라고 하시면서 거의 쌍욕에 가까운 꾸짖음을 들었다.


내 딴에는 빠르게 수습되고 있으므로 곧 해결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상사 입장에서는 업무의 심각성도 모르고 공유도 할 줄 모르는 한심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왜 업무 공유가 중요한 걸까!?


위의 일화에서 내가 했던 실수는 초기에 문제를 인지하자마자 바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로그인 장애는 굉장히 큰 이슈인데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실수가 맞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도 기본적으로 윗사람에게 즉시 보고를 하는 것이 우선이 되었어야 했다. 왜 그럴까?


1. 피해규모를 초기에 줄일 수 있음

초기에 발생한 문제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위의 로그인 장애만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순서를 통해 최악의 경우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버 장애 → 트래픽 폭증 → 고객 불만 → CS 폭증 → 브랜드 신뢰도 하락

하지만, 이를 초기에 알리면 상사 입장에서는 한두 번 겪은 상황이 아닐 것이므로 적절한 인력 투입, 일정 조정과 같은 대처를 바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신입 사원의 입장에서 이를 혼자 끙끙대다 터뜨리면, 이미 손 쓸 수 없는 단계인 경우로 치닫게 될 수 있다.


2.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

보통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는 개인 문제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다른 팀과 엮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팀 대 팀으로서 풀어야 할 문제인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런 경우 보통 각 팀 간 팀장 혹은 파트장끼리 상의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게 된다.

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특정 인력 및 리소스가 반드시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 어떤 인력과 리소스가 투입되어야 하는지 신입사원은 감도 못 잡는다. 그러니 빨리 상급자에게 공유하여 상급자가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3. 개인 커리어 관점에서도 기회를 받을 가능성 높다.

아이러니할 수 있겠지만, 문제를 빨리 공유하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회사는 "실수 없는 사람" 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대응하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상급자 입장에서 해당 실무자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하게 된다.

"문제인지 빠르고, 공유도 빠른 사람"

"이슈 발생 시 혼자 끌지 않고 팀 단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

"리스크 관리 감각 좋음"

위의 관점에서 좋은 인식이 쌓이면 상급자 입장에선 같이 일을 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되고, 이후 중요한 업무 배정, 진급, 신뢰 같은 부분들에서 다른 동기 혹은 직원들과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럼 어떻게 알려야 할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냥 무작정 상급자에게 달려가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아주 욕먹기 좋다.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래의 내용들은 확인해서 보고를 하자.


1) 현재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2) 문제의 영향 범위 ( 고객 / 매출 / 일정 / 시스템 등 )

3) 내가 파악한 원인과 그래서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지


앞서 예시 사례로 들었던 로그인 이슈가 재발생 했다고 하자. 위의 순서에 따라 생각을 해보면

1) 현재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가?

: 고객들이 아이디/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을 하려고 할 때 로그인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


2) 문제의 영향 범위

: 고객들이 겪는 불편함은 로그인이 되지 않음으로써 포인트를 적립하지 못하고, 앱쿠폰 다운/사용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3) 내가 파악한 원인과 그래서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은지?

: 우선 해당 로그인 이슈는 정기배포 후 발생한 사이드 이펙트로 보인다. 발생한 지는 약 30분 정도 되었다.

: 몇 명의 고객이 로그인 시도를 했는지 5분 단위로 체크 요청한 상황이며 곧 개발팀을 통해 받을 수치를 받을 예정이다.

: 우선 간편 로그인 기능이 있으므로, 현재 로그인이 되지 않는 고객들은 간편 로그인 기능을 통해 로그인을 하시라고 임시방편으로 안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소한 위처럼 지금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이고, 그래서 어디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원인은 무엇인데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지까지 상급자에게 보고를 할 수 있다면 상급자 입장에선 "얘는 일을 나한테 던지는 게 아니라, 해결방법을 갖고 와서 나한테 알려주는구나. 리스크 관리가 되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문제는 늦게 알릴수록 ‘사고’가 되고,
빨리 알릴수록 ‘관리 가능한 이슈’가 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