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잘하면 된다구요? NO! 당신은 신입사원입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패션 관련 회사이다 보니 대체로 남녀 모두 어느 정도 차려입고 다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에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라 하더라도 깔끔한 재킷에 슬랙스를 매칭시켜 로퍼를 신고 세련되게 본인을 꾸미고 다닐 줄 아시는 분들이 많다. 아니면 성수동 느낌으로 와이드 한 팬츠와 셔츠를 매칭시켜 감성 있게 입고 다니시는 분들도 많다. 그렇다 보니, 본인 팀에 신입이 들어오면 신입이 어떻게 입고 다니는 지도 은연중 다 본다.(물론 나는 그때 몰랐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옷차림 하나도 다 보는구나 하는 걸 알았다.)
모든 신입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남자들의 경우 패션에 관해서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아예 신경을 안 쓰는 사람과 신경을 매우 쓰는 사람. 중간은 잘 없다. 나도 예전엔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에 가까웠다.("그냥 적당히 입고 다니면서 일만 잘하면 되지, 뭐 옷까지 그렇게 신경 써야 해? 일하기도 바빠 죽겠구먼" 하고 생각했음.)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내 사수분께서 내게 오셔서 얘기했다.
셔츠 같은 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깔끔하게 다려 입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람들이 그런 거 하나로도 희소한씨를 판단할 수 있어.
그때는 솔직히 말해서 별 걸 다 참견한다고 생각했다. "일만 잘하면 되지 무슨... 유난이네."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께 들었던 말 중에 '겉모습으로 사람 판단하면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그 말씀도 맞다. 실제로 인상이 험하거나 차림새가 단정하지 못해서 처음 봤을 때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도 나중에 같이 대화를 해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해본 입장에서는 아래의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하지만 99%의 사람은 너를 겉모습으로 판단할 것이다.
만약에, 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을 나갔다고 생각하자. 처음에 상대방의 학력, 회사, 연봉, 키 등 조건을 먼저 파악한 후 괜찮겠다 생각해서 한번 만나보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물론 사진을 통해 외모도 확인했으니 ok 했겠지?..) 스펙으로만 따졌을 때 소위 결혼 정보회사에서 말하는 6 각형 남자/여자였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머리는 아침에 제대로 말리지 못한 건지 정돈되어 있지 않고, 옷도 소개팅이라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힘든 수준으로 입고 나왔다. 그럼 아무리 상대방 스펙이 좋은 걸 알고 있다고 해도 첫인상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부정적인 첫인상은 설령 나중에 대화를 했을 때 상대방과 너무 잘 통한다고 느껴지더라도 첫인상을 지우기란 쉽지 않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첫 출근 하는 것은 마치 소개팅에 나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팀(소개팅 주선자)이 "얘 진짜 괜찮은데 한번 만나봐! 내가 주변에서 고르고 골라서 엄선한 애야!"라고 부서에 소개를 하면 부서원(소개팅 상대방)들은 기대를 하며 "어떤 사람이 올까?" 하면서 기다리는 거다. 이때,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은 당연히 깔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거다. 여기서도 포인트는 '깔끔하게 차려입고'다. 왜냐면 인사를 공손하게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요새 신입들의 문화는 또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집단에 처음 들어가게 된 사람이 기존 구성원에게 인사를 공손하게 하는 건 기본적인 애티튜드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예절이다.)
깔끔하게 차려입는다는 게 집단에 따라 입는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정돈된 헤어스타일에 구두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슬랙스/셔츠 조합 정도인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좀 더 본인이 옷에 관심이 많다면 추구미를 듬뿍 담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직 내 선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이다.) 그리고 구두도 너무 지저분하지 않고 잘 닦인 상태를 유지하고, 슬랙스/셔츠도 구김이 가급적 없는 정돈된 상태가 좋다. 그럼 왜 이렇게 옷에 신경을 써야 할까?
본인이 처음 누군가를 봤을 때 깔끔하게 잘 차려입은 사람을 봤던 경험을 생각해 봐라.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람이나, 슈트를 잘 차려입은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도 된다. 그런 사람을 실제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던가? 군인이라고 했을 때 사관학교에서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만 봐도 나라를 잘 지켜줄 것 같지 않은가? 투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포마드 머리에 잘 다려진 슈트를 입고 본인에게 경제 상황을 얘기해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나? 처음엔 '뭐지?' 싶다가도 옷차림을 보고 전문가 느낌을 받으며 한번 들어보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나의 전문성을 보다 강화해 주는 수단으로써 옷이 작용할 수 있다.
위의 1번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파일럿들은 대부분 제복에 깔끔하게 빗질한 머리로 승객들에게 인사한다. 보기만 해도 이 비행을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가 들지 않나? 위에 예시로 들었던 군인과 금융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단정한 옷차림은 나의 전문성을 강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신뢰도 또한 함께 상승시켜 주는 무기이다.
실제로 깔끔하게 보이는 것은 생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아침마다 머리를 신경 쓰고, 셔츠를 다려 입고, 주말마다 옷을 드라이 맡기고, 냄새가 나지 않게 페브리즈를 뿌려주고, 구두를 닦아주고 등) 하지만, 이러한 관리들이 처음에 할 때는 귀찮지만,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관리'라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옷을 관리하고 주변에 깔끔인 인상을 줌으로써 좋은 평판을 듣게 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헬스/독서 등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다른 자기 관리들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신입사원은 당장에 회사에 들어가서 성과로 증명할 게 없다. "나는 달라! 처음 들어가도 잘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나? 그럼 당신은 정말 인재 중에 인재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경우는 정말 손에 꼽을 것이다. 회사마다 내부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과 체계화된 시스템이 다 다를 것이고 처음 들어가면 반년~1년 정도는 시스템에 나를 적응시키면서 일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명 사고도 많이 치고, 꾸지람도 많이 들을 것이다. 그럼 성과도 내지 못하고 일도 잘 모르고 사고만 치는 당신이 팀 내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게 바로 복장이다. 당신의 미숙함과 실수를 깔끔하게 잘 차려입는 것으로 커버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기본 태도가 갖춰져 있네”
"회사와 상황을 존중하는 사람이네"
어차피 회사에서 처음 들어온 당신에 대한 기대는 바닥이다. 하지만, 복장을 잘 차려입는 것으로 최소한 내가 이 회사 정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는 것만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신입사원에게 깔끔한 옷차림은 ‘스펙 없는 스펙’이다. 돈 안 들이고, 말 한마디 안 해도 자동으로 호감도 + 신뢰도 + 기대치를 올려주는 가성비 최고의 자기 브랜딩인 것이다.
신입일수록,
옷은 패션이 아니라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