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까지 다 얘기해야 하나?..
처음 회사를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면 함께 일을 하게 될 사수가 정해진다. 업무는 늘 사수와의 합이 중요하다. 합이라고 하는 게 딱 뭔가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무한도전의 유재석-박명수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각자의 역할분담이 뚜렷하게 되어있는 가운데 "아-어-이-다" 흐름으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업무를 진행하는데 걸림돌이 없는 상태이다. 사수 입장에서는 새로 들어온 신입이 생각 이상으로 빠릿빠릿하게 업무를 쳐내주면서 약간의 센스 있는 행동까지 해서 너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상태가 바로 이런 상태일 것이다. 물론 신입 사원으로서는 아직 업무 자체가 익숙지 않아 자잘한 실수는 있겠지만, 평소 행동으로 인해 그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는 상태이다.
업무를 하다 보면 사수에게 본인이 현재 진행 중인 업무와 관련한 업무 공유를 하게 된다. 업무 공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지나치게 얘기해도 모자람이 없다.( 여기서 업무 공유의 범위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의 진행상황부터 타 부서 방문, 메일 작성 등 자잘한 업무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 문제는 '내가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는 걸까?' 하는 것이다. 메일을 보낼 때 수신인부터, 메일에 쓰는 문구 하나까지 사수에게 다 물어봐야 하는 걸까? 처음엔 사수의 성향도 모르고, 조직 내 업무도 처음이니 도저히 감이 오질 않는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업무 공유를 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이런 것까지 얘기해야 할까?' 싶은 것까지
공유해라
결론부터 말하면 5~7세 어린애처럼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그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가 조금만 한눈팔면 어디론가 사라져 사고를 치곤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항상 아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집안일을 하거나 휴대폰을 보더라도 다른 한쪽 감각으로는 늘 아이들을 신경 쓰고 있다. 사수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의욕만 있는 미취학 아동 상태와 같은 상태의 어른을 파트너로 받은 것이다. 사수 입장에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이 애어른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건지 감도 오지 않고, 신입사원은 걱정반 기대반 하는 눈빛으로 업무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위의 글처럼 '이런 것까지 얘기해야 할까?' 싶은 것까지 공유하라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하는 조언이다. 듣는 신입사원으로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리고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공유해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2가지 측면에서 초반에는 필요한 업무 방식이라 생각하자.
1. 업무 실수 방지
2. 업무 공유 범위 파악
첫 번째, 업무 실수 방지 측면에서 필요하다. 신입사원이 많이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로모션 진행 관련 메일을 작성해서 관련부서 담당자들에게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메일 내용은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메일 수신 담당자의 범위는 해당 부서의 팀장까지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실무자까지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물론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2가지만 생각해 보자 )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처음 주어지는 과업이므로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뚝딱뚝딱 해치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입사원이 내용을 작성해서 담당자도 혼자 확인하여 메일을 보내는 것은 정말 최악의 선택이다. 메일 내용이 100%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작성되었다면 좋겠으나, 보통은 그럴 가능성이 없고, 불필요한 내용(팀 내에서만 공유되고 타 팀에 공유하면 안 되는..)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메일 수신 범위도 회사나 조직문화에 따라 다르다 보니 업무 공유 메일의 수신자 범위가 팀장까지인지 실무자까지 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메일을 보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수가 없더라도 다음번에 메일을 보낼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먼저 메일을 작성해서 사수에게 한번 보여주고 메일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후, 메일 수신자 범위를 누구까지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 먼저 물어보고 메일을 보내면 베스트이다. 그렇다면 매번 이렇게 메일 쓰는 것 하나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 하고 물어볼 수 있다.
두 번째 업무 공유 범위 파악의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보니 메일 작성과 같은 사소한 업무도 사수에게 일일이 공유하며 진행해야 하지만,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므로 몇 번 동일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메일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고, 어떤 내용은 빼야 하고, 누구한테만 보내야 할지 감이 온다. 몇 번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사수도 '아, 이제는 굳이 내가 신경 안 써도 괜찮은 단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희소한씨, 이제는 메일은 굳이 나한테 안 물어봐도 되고, 본인이 생각했을 때 물어봐야 하는 메일만 저에게 피드백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업무 공유의 범위를 정해준다. 메일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주어지는 다른 업무들도 처음에는 일일이 사수에게 물어보며 진행하지만, 나중에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굳이 이런 건 나에게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알아서 진행하면 된다고 얘기를 해준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업무 공유를 얘기하자면, 사수에 대한 존중이다. 어디까지나 신입사원은 부사수이고, 사수와 페어로 일을 하지만 메인 핸들러는 사수다. 그렇다면 업무가 사수의 통제 범위 내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멋대로 일을 진행할 경우 사수를 무시하는 경우가 된다. 위의 메일 보내는 사례만 생각했을 때, 그냥 사소한 메일 발송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수 입장에서는 업무에 있어 본인을 패싱 한 격이 되므로 무시받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나의 사수가 정해지면
처음엔 업무의 A~Z까지 다 공유하자.
( 이런 거까지 물어봐야 할까? 싶은 것도 다 물어보자. 안 물어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
사수는 처음에는 해당 업무 관련하여 지시를 해줄 것이고
나중에는 어디까지 업무 공유를 하면 될지 범위에 대한 지침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