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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한 Dec 05. 2024

실적 정리 해방일지

실적을 보고할 때 반드시 비교를 해야 한다.

** 직장 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들을 글로 풀어내며, 첫 사회생활을 하는 신입사원들이 이 글을 읽고 각자의 조직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적는 글입니다. **



 고객 내점을 위해서 확률형 쿠폰 서비스를 한 적이 있다. 고객 중 선착순으로 먼저 app에 접속해서 쿠폰 받기를 클릭하면 무작위로 제철 식재료 쿠폰이 당첨되고, 당첨된 고객은 백화점 매장에 내점 하여 당첨된 쿠폰에 기재된 식재료를 무료로 받아가는 서비스였다. 해당 서비스는 월마다 진행되었고, 서비스 진행의 의도는 내점 한 고객이 식재료만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내 다른 매장도 방문하여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해당 서비스를 진행한 지 3개월째 되었을 때쯤 사수분께서 내게 '우리가 그동안 진행했던 서비스의 실적을 정리해서 보고해 줘'라는 요청을 했다. 나는 실적정리쯤은 이제 껌이라고 생각하고 3개월 동안의 쿠폰 소진량 및 해당 고객들의 연계 매출을 엑셀로 정리하였고, 자료를 인쇄하여 전달했다. 내가 드린 자료를 보고는 사수분께서는 당황하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지금 이 서비스가 잘되고 있는 거니? 아님 못하고 있는 거니? 


 나는 그 자리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실적정리를 해달라고 해서 정리했을 뿐이지 정작 서비스가 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관심이 크게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생각을 하며 일을 하기보다는, 시키는 일을 하기에 급급했던 시기였다. ( 생각을 하며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던 신입사원 시절이다. ) 이 서비스가 잘되고 못되고는 윗분들 사정이고, 나는 빨리 내 앞에 주어진 일만 시키는 대로 잘 하자는 주의였다. 그러니 실적정리를 해달라고 했을 때의 결과물이 늘 반쪽짜리였다.



실적을 정리한다는 것은?


 회사를 다니면 수없이 많은 숫자들과 마주치게 된다. 보통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지는 업무 중 하나는 회사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여러 숫자들을 엑셀, ppt를 이용해 표 혹은 기타 양식으로 반듯하게 정리하여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이때, '보고'라는 것은 단순히 잘 정리한 수치자료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정말 많이 혼났던 부분이다. ) 나의 보고로부터 업무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무슨 의미냐면, 내가 전달하는 숫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전달해야 하며, 그 의미를 전달받은 상사가 넥스트 스텝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보통 회사의 경우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의 기간별 매출, 객수, 신장률과 같은 수치들을 자료화하여 보고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물론 업종에 따라, 회사 내부 KPI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다.) 월요일과 같은 한 주의 시작일에 부서의 실적을 팀장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사가 '지난주 매출 현황 보고해 줘'라는 말을 했을 때 단순히 '지난주 매출은 1억이었습니다.'와 같은 단편적인 팩트만 제공하는 것이 위에서 내가 했던 실수이다. 실적을 정리해 달라는 상사의 의도는 다음과 같다.


 지난주 매출이 잘되었는지, 부진했는지 알려주고, 잘 되었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때문에 잘 되었는지 혹은 부진했는지 함께 얘기해 줘.



비교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보고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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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출근 후 상사에게 매출 보고 요청을 받는 상황 ]


( 상사 ) : 희소한씨, 이번주 전사 매출 보고 부탁해요

( 나 ) : 네, 알겠습니다. 혹시 기준은 점포별로 할까요? 아니면 장르별로 할까요? 

      아니면 두 기준 모두 필요하실까요?

( 상사 ) : 음... 일단 점포별로 부탁해요. 점포는 핵심 점포 4곳 위주로 정리 부탁해요

( 나 ) : 네 알겠습니다.


+++++++ 자료 정리 후 +++++++++


( 나 ) : 팀장님 실적 보고 드립니다.


 지난주 일요일까지 기준으로 이번달 누계실적은 100억이며 전년 동기간  약 5% 신장했습니다.

주요 4개점을 위주로 보면 서울 / 부산 / 대구 / 인천점 모두 각각 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리한 자료 제출)


 - 서울점 : 50억 ( +5% )

 - 부산점 : 20억 ( +2% )

 - 대구점 : 10억 ( +0.5% )

 - 인천점 : 8억 ( ▲3% )


 4개점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서울, 부산점의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신장한 반면, 대구점은 현상유지 수준이고, 인천점은 오히려 3% 역신장이었습니다.


 서울, 부산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증대가 신장의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관광객들이 작년 코로나 때문에 방문율이 낮았으나, 올해는 코로나 종식 이후 한국을 많이 찾았습니다. 특히, 주요 관광지인 서울, 부산 방문하면서 저희 백화점도 함께 방문하여 많은 소비를 했습니다. 특히, K푸드, 스트리트 패션 쪽에 관심도가 높은지 외국인 고객 매출/객수도 해당 장르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리고 대구점은 특별한 이슈는 없었으며, 인천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도 아니고, 최근 해당 지역의 고객들이 인천보다는 서울로 옮겨와서 소비를 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인천점은 이러한 매출 시프트 현상이 일어나 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 상사 ) : 네 알겠어요. 브리핑 고마워요. 서울/부산점의 경우 현재 잘 되고 있네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만큼 이들을 더 내점 시킬 수 있는 집객 이벤트를 기획해 보면 좋겠네요. 반면에, 인천/대구점의 경우 부진한 상황이니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군요. 일단 해당지역 고객 대상으로 집객효과를 높일 수 있는 F&B 이벤트 및 사은행사 이벤트 쿠폰을 금주에 DM으로 제공하고, 관련 이벤트 기획을 해봐야겠네요. 


 관련 기획은 김 과장에게 맡길 테니 희소한씨가 함께 서포트해 줘요.



( 나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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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예시에서 중요한 건 각 전사 및 각 점포의 진행상황을 전년 동기간으로 비교하여 얘기하고 있다. 물론 모든 비교를 전년 동기간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군으로 삼을 수 있는 기준은 다양하다. ( 여기서 모든 기준을 다 얘기하진 않겠다. 산업군/회사/현재상황에 따라 비교군으로 삼는 기준이 저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나의 경험을 반영하였다. )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비교군을 놓고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를 받은 팀장은 서울점과 부산점은 현재 잘하고 있고, 대구점은 현상유지, 인천점은 부진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해당 점포가 좋은지/부진한 지'에 대한 이유도 함께 설명해 주니, 팀장은 보고 후 방향을 정해 넥스트 스텝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위의 업무 흐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실적보고를 통한 업무 진행 흐름도 ]


 ① 업무지시 : 실적 보고 요청
                 
                ▼

 ② 자료 정리 및 비교를 통한 결과 도출 : 각 점포별 현재 매출 파악 → 전년 동기간 매출 통해 올해 점포별 매출 신장률 확인 ( 비교군 설정 ) → 실적 좋은/부진 점포 파악 ( 비교군 설정 결과 ) 

                ▼  Why??

 ③ 현상에 대한 인사이트 도출 : 왜 각 점포별로 실적이 좋고 나쁠까? ( 자연스러운 의문 ) → 점포별 실적 원인 파악 ( 인사이트 도출 ) 

                ▼

 ④ 보고진행 : 각 점포별 영업 현황 및 인사이트 보고 → 팀장의 각 점포별 넥스트 스텝 설정 및 업무 진행 ( 방향 설정 및 다음 단계로 업무 진행 ) → 보고완료


신입사원들에게 실적 보고란?


 처음 실적 정리 요청을 받았을 때, 스스로는 팀장에게 보고를 할 생각에 의욕에 넘쳐서 실적 정리를 정말 열심히 해서 찾아갔다. 하지만, 실적 정리를 해서 보고를 하면 할수록 매번 혼나기만 했고, 어느덧 보고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누구도 실적 정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하는지, 보고는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고, 매번 혼나면서 어떻게 모든 걸 배웠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실적정리는 자신 있지만, 여전히 보고에 대해서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고 트라우마도 있다. ( 정말 너무 많이 혼났다. )


 그래서 이번 실적 정리와 관련된 글을 쓰며 보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얘기하고 싶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 모든 신입사원들에게 이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실적 정리는 단순한 숫자 정리가 아니라
실적을 비교를 통해 현재 회사의 영업 상황 또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대한 의미 있는 결괏값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또한, 결괏값(좋은지, 부진한 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보고하고
팀장(혹은 상사)으로 하여금 해당 업무의 진행 방향까지 설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업무이다.

이번 글을 짧게 몇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적 보고 및 보고에 대한 나름의 경험을 담았으나 여전히 많이 부족한 글 같다.
하지만 나름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위의 글을 잘 읽어보면 좋겠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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