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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한 Nov 25. 2024

다시 '한번 읽어볼까' 말할까

내가 쓴 글은 꼭 다시  한번 읽어봅시다.

** 직장 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들을 글로 풀어내며, 첫 사회생활을 하는 신입사원들이 이 글을 읽고 각자의 조직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적는 글입니다. **



 본사에 가서 첫날부터 내게 주어진 업무가 있었다. 메일 작성, 기안지 작성과 같은 업무 관련 문서 작성 업무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 나로서는 하얀 여백을 채운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축구장에 쌓인 눈을 치우라고 하면 3~4시간이 걸려도 열심히 몸으로 때우면 됐지만, 축구장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모니터 앞 작은 공간을 채우는 건 너무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 제일 좋은 건 선배들이나 해당 팀의 팀원들이 작성해 둔 기안지나 메일을 참고하는 것이다. ( 당시엔 이런 노하우도 없었고, 아무도 메일을 어떻게 작성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아 1시간 동안 메일만 쓴 적도 있다. ) 열심히 팀원의 메일과 기안지를 참고해서 작성을 했는데도 솔직히 너무 엉망이었다. 그래서 첫 입사 후 반년 동안은 사수님이 매번 나의 메일과 기안지를 다 검수하셨다. 검수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더 좋은 문장으로 수정까지 해주셨으며, 덕분에 나의 문서 작성 능력이 많이 향상될 수 있었다. ( 매번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의 무능함을 사수님께서 정말 오랫동안 참아주셨구나 하는 것이다. )


 메일이나 기안지를 어느 정도 능숙하게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쯤 사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어김없이 혼이 났다.


너는 네가 작성한 메일이나 기안지를 다시 읽어 보지 않는 거니?
왜 매번 오탈자를 발견하게 되는 거니?



내가 작성하는 글의 의미는?

  

 회사를 다니게 되면 메일, 기안지뿐만 아니라 피피티로 기획서를 작성할 수도 있고 엑셀로 수치자료를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정말 많은 문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회사 동료들은 내가 작성하는 글을 읽고 업무의 진행상황을 이해한다. 나의 글을 통해서 오롯이 내가 속한 파트의 업무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의 글이 결과적으로 해당 업무에 있어 대표성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내가 작성한 글을 통해 사람들은 '나'라는 사람을 인식한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내가 작성하는 글이란 내가 속한 조직을 대표하는 글이면서 동시에 해당 글을 작성하는 '나'를 상징하는 수단이다. 


 오타라고 하는 것은 현상만 놓고 보면 단순한 맞춤법 실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회사에서 작성하는 글이 '나'를 상징하면서 내가 속한 조직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오탈자 하나로 나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내가 속한 조직까지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물론, 사회가 이 정도 실수로 모든 걸 판단할 만큼 팍팍하지 않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1. 신입사원

 앞서 말한 적이 있지만 이 글은 신입사원을 위한 글이다. 신입사원들은 회사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사람들이며 행동, 말, 옷차림과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로 주변인들에게 '저 신입사원은 어떤 사람이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신입사원이 연예인이나 정치인도 아니고,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사람에게 뭐 그렇게 기준이 깐깐하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내가 정한 게 아니다. 사회의 인식이 그러하다. 

 신입사원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오탈자 하나에 괜히 본인의 이미지가 깎이지 않도록 작성한 글을 꼭 다시 한번 읽어보며 점검하자.


 2. 한 번은 실수. 하지만 그게 반복된다면? 

 한 번은 모두가 실수로 넘어가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직 사회가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할 만큼 팍팍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한 번의 실수는 모두가 눈감아줄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실수한 사람에게 왜 실수를 한 것인지 이유를 알려준다. 그러나 그 실수가 반복되었을 때는, 그리고 해당 실수가 정말 사소한 것이라 조금만 더 꼼꼼하게 신경 썼다면 누구나 개선할 수 있는 그런 실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때부터는 해당 실수가 그 사람의 실력이 되고, 오탈자가 한번 더 발생했을 뿐인데 전체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물론, 나 개인적으로도 오탈자는 살면서 죽을 때까지 발생하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 반년에 한 번씩 실수한다면, 그 전의 실수는 사실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의 실수를 내일도 똑같이 반복한다면 그건 개인의 부주의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작성한 글은 꼭 다시 한번 읽어보자!



결론적으로 내가 작성한 글을 통해 사람들은 나에 대해 판단한다.

 * 내가 쓴 글 = 나 

글 작성 후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작성한 글을 읽어 보며
오탈자가 없는지, 문맥상 흐름은 맞는지 꼼꼼하게 체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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