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아이가 그려준 나의 표정
초등 4학년 부터 저랑 6년을 같이하고 중3 수업 마지막 날, 아이가 무심하게 한마디 던집니다.
"선생님, 저 10년 후에는 유명한 웹투니스트가 되어 있을 거예요."
전교 1등 하는 친구랑 같이 공부하면서도 한 번도 주눅든 적 없는 아이지만, 집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를 의심하고 무심하고 무책임하게 대해서 항상 제가 조심스러웠던 아이였어요. 아이가 그림 재능이 있는 것 같았어요. 아이 낙서 그림을 보면 로알드 달의 일러스트였던 퀸틴 블레이크가 떠오르곤 했거든요.
어머니와 상의하여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학원에 보냈는데 거기 선생이 재능이 큰 거 같진 않다고 했다고 해서 저는 속이 많이 상하고 화도 났었어요. 제 눈이 삐뚤어지지 않은 한 저런 그림이 재능이 아니면 뭘까 하며 제가 아마추어라 잘 못 보는가 보다 그러며 마음이 씁쓸했었거든요.
그런데 저와의 수업 마지막 날, 아이의 저 말은 제겐 감동이었습니다.
반항하느라 하루 대부분을 게임으로 보내고 충혈된 눈으로 어슬렁거리는 날도 많았는데 이제는 책도 읽고 있다고 하더군요. 스스로를 믿으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었는데 진심으로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네가 나중에 유명해지면 자랑할 테니 선생님 한번 그려주라."
아이가 쓱싹쓱싹 하더니 내놓은 그림은 제가 봐도 진심으로 웃고 있는 눈이었어요.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독기를 뿜었던 적도 많았기에 미안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자기가 유명해지면 이 그림을 돈 많이 받고 팔라고 하더군요. 큭큭 같이 웃으면서 끝냈던 마지막 수업입니다. 언제 봐도 웃고 있는 눈이 저는 퍽 마음에 듭니다.
고맙다! Leo~!
마지막 수업 후 멍하게 마음이 이상해서 앉아 있는데, 아이의 어머님께서 톡을 하셨더군요.
'선생님, 그동안 포기하지않고 잡아주시고 힘드셨다는 점 알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뻤습니다!
그림 - 쑤우쌤 by Leo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