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고개 들고 뚜벅뚜벅
실행
신고
라이킷
36
댓글
4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희수공원
Nov 30. 2023
지고 나르는 고통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p.56
지고 나르는 고통
by
박노해
쓰지 않는 젊음은 지고 나르는 우울이다
돌지 않는 권력은 지고 나르는 부패이다
놓지 않는 소유는 지고 나르는 사슬이다
살지 않는 지식은 지고 나르는 어둠이다
주지 않는 사랑은 지고 나르는 고통이다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56p
젊음
오늘이 내가 살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일어나 천천히 걷기 시작할것이다.
걷다보면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면 만나는 삶
권력
선생도 권력, 아내도 권력, 엄마도 권력이다.
아이들에게 주는 눈길과 마음이 다르면 위선이고
그를 향한 눈빛과 손길이 건조하면 권태이며
이래라 저래라 치켜뜬 눈
이
아이에겐 절망이다.
위선, 권태, 절망은 부패의 다른 이름
소유
사람을 갖고자 하면 마음을 잃게 되고
시간을 갖고자 하면 여유를 잃게 되며
공간을 갖고자 하면 나머지를 잃게 되고
지식을 갖고자 하면 겸손을 잃게 된다.
다 잃고 내가 있을 곳, 발바닥 만큼의 존재
지식
책을 읽으며 높이를 재지 말고
삶에 녹여 불쏘시개로 써야 하리라
신문을 읽으며 넓이를 자랑 말고
세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가져야 하리라
여행을 하며 도착지 수를 세지 말고
속물을 벗고 더 큰 사람이 되어야 하리라
사랑
내 안의 사랑이 아무리 풍성하다 한들
마음을 열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주지 않으면 고인물이다.
고인물은
검은
고통의 몸부림
매일 다양한 색깔로 사랑을 주고
매일
충분
하게 나를 채우리라
그리고 너
나의 어깨에는 여전히
과거 고통의 흔적과
현재 고통의
눈물과
미래 고통의 저울이 걸려있다.
이들을 지고 나르는 나의 어깨는
가벼워질 그날로 뚜벅뚜벅 향한다.
사진 - 세상을 가둔 나의 새벽 창살 20231127
keyword
고통
박노해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