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시장(market) - 재래시장, 대형마트,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실물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든 시장
그날은 내가 가르칠 아이들을 위한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사러 한껏 들떠
대전으로 향해 드라이빙, 직거래 가능!
택배도 가능해요. 아뇨 직거래할게요.
백만 원도 넘는 중고물품 일생 첫 구매
나는 벌써 아이들과 노트북에 신난 상상
서울에서 일 마치고 대전까지 두 시간 반
퇴근길 고속도로 징그럽게 막혔지만
대전으로 내려가며 판매자 통화하니
문자로 주소 찍어 그리로 오라 하네
도착한 곳 두리번거려도 온통 호텔 모텔
이런 곳에서 컴퓨터를 팔다니 신기하도다
통화하며 오란 곳 근처 작은 카페 안
누님 누님 여기 커피, 묻지고 않고 시키네
한번 딱 마주친 눈, 뒤로 흠씬 물러나며
시장 좌판 생선 같은 그 눈 빛에 가슴 철렁
그래도 옆에 쌓아둔 노트북을 뒤적이며
작동시켜 보겠노라 큰 용기로 말을 거니
그럴 필요 없다면서 모두 상태 좋다 하네
켰다가 껐다가 불통 노트북 분류하니
썩은 눈 청년이 나를 한껏 노려보네
고물 노트북 여러대에 살살 빡침 오르니
이 노트북 네가 켜라 저 노트북 네가 꺼라
나도 한껏 간 부풀어 맞짱 뜨며 짜증 내네
고르고 또 고르고 작동하며 최종 담판
마우스 보너스에 같이 가지러 올라가잔다
어디? 하며 따라가니 근처 모텔 숙소란다
어이구 내가 돌았니? 내가 너를 어찌 믿고
거기까지 올라가겠니! 빠이, 난 간다!
그래도 무거운 노트북, 차에 실어줘 고맙다.
차에 올라타자마다 떨리는 손 진정하고
고속도로 차 올리고 그제서야 안심했네
집에 와 다시 확인 모두 정상 작동하네
그래도 다시는 그런 직거래 원치 않아
중고나라 노려보며 가슴 한편 쓸어내리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중고나라 그 생선 눈 청년에게 택배로 노트북 컴퓨터를 요청하고 송금했던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노트북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글이랑 연락처랑 찾아보려니 모두 삭제했더군요. 지금도 무서운 경험으로 남아 저는 그 이후 중고 물건 직거래는 거의 하지 못하는 중입니다. 아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