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걷다가 갑자기 스마트폰에 뜨는 세탁기 넷트워킹 메시지에 이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어서어서 오케이 확인을 누르며 그 집 세탁기에 블루투스 연결을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곤 세탁기 안에 든 것들을 팍팍 삶음 모드로 뽀얗게 신선하게 만들어 주고 싶네.
집에 들어가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는데 갑자기 뜨는 스타일러 넷트워킹 메시지에 이상한 시샘이 폭발한다. 나 정말 사고 싶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 라인의 누군가가 스타일러가 있다는 거구나.
흔들흔들 살랑살랑 미세먼지 털어주는 스타일러에 연결해서 올라오는 스팀 초강력으로 만들어 미세먼지 한 톨 없이 모두 올올히 순수하게 만들어 줄 테야. 그나저나 스타일러 있는 집은 참 좋겠다. 나도 진심 갖고 싶다.
건조한 겨울날 무심히 거리를 걷다가 갑작스레 오브제 건조기 넷트워킹 메시지가 뜨면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얼른 확인을 눌러야지.
냉큼 연결을 해서는 들어있는 무엇이든 바짝바짝 깡그리 말려 오도독 깨지도록 건조해 줄 테야. 걷고 있는 내 몸과 내 마음의 수분을 평균내서 너네 집 건조기랑 함 맞춰 볼 테다. 어때, 맘에 드니?
세상이 소통이라 아무거나 소통하니 이 소통 저 소통 이 연결 저 연결 다 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모두 부스러기 같은,약올림 같은 한없이 약한 고리들의 탄식이 되어 버렸다는 거 안다.
그래도 연결할 거야? 물어온다면 일단은 오케이 확인을 누르고 볼 거야. 어쩌면 그중에는 나를 진심으로 연결하고 싶은 가전제품이 있을 수도 있잖아. 예를 들면 인터폰 같은 거 말이야. 사람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그런 가전제품, 내일은 인터폰의 넷트워킹 시도를 기다려 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