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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l 08. 2023

눈 감고 귀 막고

합법적인 테두리의 안정감을 지향하면서요

제가 가입했던 영어학원카페는 세 곳입니다. 첫 번째는 현재 무활동, 세 번째 카페는 저 스스로 탈퇴한 곳, 두 번째 카페는 제가 5년여간 머물렀다가 강퇴당한 곳입니다.


첫 번째 카페는 이십만이 넘는 학원인들이 활동하는 곳, 제가 2017년 처음 가입해서 교습소 오픈 관련 질문 두 개가 유일한 곳입니다. 지금 저는 활동하지 않지만, 학원 원장들과 강사들의 이야기가 매일 알림으로 들어와 한 귀로 빠져나가는 곳이에요. 무척 극적인 희로애락의 알림들에 흠칫거리며 세상을 읽습니다.


세 번째 카페는 두 번째 카페에서 탈퇴한 사람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카페였어요. 두 번째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중복 회원이기도 한, 제게는 마치 두 번째 카페의 복사판처럼 보여 첫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 고급화를 지향한다는 그 카페에서 특강 예정인 유명인의 이름을 보자마자 탈퇴했어요.


제가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 초빙했던 인물이었는데 범죄에 연루되어 특강 당일에 미국으로 도피했었던 사람이더군요. 참 세상이 좁습니다.


두 번째 카페는 카페 매니저의 철저한 관리로 무분별한 광고 없이 청정 구역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제가 5년간 머물렀던 곳입니다. 교육에 진심이 사람들이 모여 서로 도우며 성장해 가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카페 활동을 시작했어요.


매니저의 무공감 댓글 방식의 관리가 다소 공포스럽긴 했어도 모두 카페 회원을 위한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났어요. 제가 이해 못 할 몰상식의 카페 장면들은 참 다양하더군요. 카페에 매니저가 불법 글을 못 올리게 해도 암암리 검은 세상입니다. (제 속마음)


시간을 늘려 자습을 시키면서 수업료를 올리면 됩니다! (그럼 아이들 시간은요?)

개인 결석 보강은 절대 해주면 안돼요! (아이들 개인 삶은 포기해야 해요?)

기초 아이들은 무조건 반복이에요. (의미 없이 그냥요?)

교육청에서 지정한 교육비대로 받는 학원이 어딨어요? (저... 여기 있는데요?)

유료 자료인데 나눔 해요. (그럼 그 유료 자료를 만든 사람은 뭐예요?)

학원 공간이 남는데 빌려드릴게요. (그거 불법 아닌가요?)

공부방에서 선생님 모시고 운영하고 있어요. (법은 무시 대상이군요.)

유료 자료 사이트 아이디 공유할 분 구해요. (이런 거 안 하면 안 되나요?)


청정 카페를 지향한다는 카페 매니저의 일관적인 장면들이 꾸준히 거슬립니다.


책 읽었다는 댓글에 나는 썬데이서울 읽었었다는 카페 매니저 (쳇! 농담 수준하고는!)

카페 미녀가 누구니 누구니, 미녀라 괜찮다 하는 카페 매니저 (이거 칭찬이라고 하신 거예요?)

자기보다 잘 생긴 남자는 카페 가입 불가라는 카페 매니저 (이런 농담 재밌어요?)


농담인거죠? 라는 톤의 댓글을 하면서 받으면서 이거 대책이 있어야겠구나 신고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혼자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카페가 매니저의 개인 카페라는 걸 드러내는 중인 거죠?


카페 내 한 프로그램이 표절이다 하는 비난 공격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지만 빠르게 사라집니다. 우울한 글, 푸념 글 못쓰게 합니다. 습관처럼 쓰는 글이 아닌 한,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갈 수 있을 텐데, 남들 보기에 좋은 것만으로 포장하여 끼리끼리 쉬쉬하며 가는 분위기에 청정이 아닌가 보다 두려움 쌓여 갔습니다.


또 다른 큰 충격은 세미나 강사들과 매니저가 세미나에 대해 몇 대 몇 이권을 나누는 계약 관계라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최소한의 실비로 모두 같이 순수하게 협력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세미나 강사들 중 어떤 사람은 학원에 아이들이 등록하면 매니저에게 한 아이당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는데, 제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에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교육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이루어지며 서로 돕는 청정 카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이권 창출이 주 목적인 개인 카페가 목적이었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카페라는 게 그런 건데 제가 세상을 한참 모르고 살았던 건가요? 아이들 대상의 교육 사업인데 아이들을 소명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수단으로 쓰다니요!


교육 카페가 아니라 사업 카페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어요. 돈을 쫓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구나.


그! 런! 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꾸준히 쌓이는데도 눈 감고 계속 가고 싶었어요. 삶에 에너지를 주는 등산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고, 여러 작은 모임을 제가 열게 되면서 꾸준한 배움의 보람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원서를 같이 읽고 토론하며 보내는 충만한 시간이 무척 좋았습니다.


제 불편한 마음도 제 기쁜 마음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얘기하며, 글 올리며 표현하며 삭이며 가보자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어요. 부정적인 마음을 꾹꾹 누르며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쓴 글이었는데...


다음 날 강퇴당했네요.


영어학원카페, 2017년 11월 9일 가입 후 2023년 2월 13일 강퇴당한 날까지의 경험,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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